[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여러가지 이야기는 많이 나오는데, (사실 정부 입장의 변화나) 체감되는 것은 없다. 블록체인은 아직 초기 단계, 제대로된 서비스 나오기까진 시간 좀더 걸릴 것"

비트코인 및 가상화폐 투기 광풍이 지나가고, 블록체인이 규제 안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석우 대표와의 인터뷰가 다소 담담하게 진행됐다.

주요 레거시 기업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참여가 확산되고 가상화폐 또한 제도권 금융 기관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주춤했던 업계에도 순풍이 불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를 비롯해 다양한 글로벌 거래소를 보유한 ICE가 자회사를 통해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JPM, Fidelity 등 거의 모든 글로벌 금융 기관들이 가상화폐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의 '리브라', 카카오, 라인 등 플랫폼 기업은 물론이고, 삼성전자, Daimler와 같은 기기 제조사, 비교적 보수적인 리테일 사업자인 월마트, Nestle, Kroger 도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도입하고 있다.

특히 올해 6월,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의 규제 권고안도 주목할 만하다. FATF는 가상화폐 거래소 및 관련 서비스 제공자에 기존 금융기관과 유사한 KYC / AML 의무 부여를 권고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위원장 후보자 또한 이 권고안을 따를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업계선 이를 가상화폐가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반이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환영을 표한다. 

이러한 기대감은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 2019'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UDC의 키워드가 'Chaos'(혼돈)이었다면, 올해엔 'Uncertainty'(불확실성)으로 정해졌다. 부정적이기만한 혼돈 상태에서 변화의 움직임, 가능성이 보인다는 의미에서다. 4일 UDC2019가 열리는 인천에서 만난 이석우 두나무 대표 또한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내비쳤다.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 2019'가 4일과 5일 양일간 인천에서 열린다.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 2019'가 4일과 5일 양일간 인천에서 열린다.

"올해 옥석 가려지는 시기...내년부터 좋은 서비스 나올 것"

'서비스 곧 나옵니다', '프로젝트 잘 될 겁니다'라고 말하지만 최근 어려워지는 경제 환경과 각 국가별로 보호무역 기조가 심해지면서 여러 가지 변수들이 생긴 건 사실이다. 전반적으로 투자자분들도 많은 실망감을 나타내는 것도 잘 안다. 

진정한 블록체인 서비스가 나오는 데는 시간이 좀더 걸릴 것 같다. 기존 온라인 서비스의 편리함이 블록체인엔 아직 도입이 안 됐다. 말하자면, '어글리하다'(못생겼다). tps(속도)를 얼마나 향상시키냐는 근본적인 물음도 있지만, 유저 사용성 자체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선 시간 필요해 보인다. 

다만 작년과 올해까지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였다면 내년에는 보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좋은 서비스가 조금씩 나올 것 같다. 특히 게임 쪽이 기대가 된다. 저도 네이버와 카카오에 있으면서 게임 쪽을 유심히 봐왔는데 게임에서는 디지털자산을 거래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경험이다. 

"금융 당국과 얘기 나누고파...사업 어려움 사실"

체감되는 것은 사실 많이 없다. 정부 쪽에서 우리와 컨택하는 시도도 없다. FATF 권고안이 나왔으나 일단 입법화가 되어야 한다. 국회 차원에서 보다 정무위 의원님들이 관심 많이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업계서도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모색하는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암호자산이 국제간 이동이 용이하기 때문에 해외거래소도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알음알음 거래소 대표들끼리 얘기는 하고 있지만, 금융당국하고도 얘기 좀 했으면 한다.

신규 거래 계좌 발급 부분도 진척이 없다. FATF 권고안에 따라 특금법이 통과되고, 은행에서 먼저 나서줘야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에서 자본 송금이 안되니 해외 사업도 잘 안되고 있다. 업비트 동남아 법인장이 개인 대출을 받아서 싱가폴과 인도네시아에 거래소를 오픈했다. 이게 참 코미디다. 이 두 군데도 헐떡이며 굉장히 영세하게 운영 중이다. 해외에선 (크립토 관련해 규제 완화 등) 활발한 움직임들이 보이는데 그런 기회를 그냥 앉아서, 두 눈 뜨고 놓치고 있다는 게 아쉽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불가분의 관계...사업 다각화 나설 것"

여전히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코인 없이 블록체인 사업 할 수 있는 것 맞다. 하지만 그러려면 노드들을 직원으로 써서 일하게하는 SI 프로젝트에 더 가깝다. 삼성, IBM같은 대기업들이나 할 수 있는 모델이다. 탈중앙화 없인 혁신 일어나기 힘들다. 최근 부산이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되며 가상화폐는 제외했다고 하는데, 코인 있는 사업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은 아닌 걸로 안다. 부산시에서도 이제 막 들여다보고 있는 단계다. 특정 피쳐나 기술에 편향되지 않고 좀더 개방적으로 다양한 실험 이뤄졌으면 좋겠다.

두나무업비트에서도 B2B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증권 시장에서도 키웜증권을 시작으로 수수료 인하 경쟁이 붙었다. 크립토 시장에서도 거래 수수료는 계속 0으로 수렴하게 될 것이다. 이에 엔터프라이즈 서비스를 오픈하고, 조만간 본격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외에도 비즈니즈 모델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
이석우 두나무 대표

이석우 대표는 그밖의 업비트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도 밝혔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중국 바이낸스의 경우 자체 가상화폐를 발행하며 사업을 성장시켰다. 그에 비해 업비트 거래량이 많이 부족한 감이 있는데, 아쉬운 점은 없나.

"자체 코인 발행은 손쉽게 할 순 있지만 옳은 방법은 아니다. 거래량이 꼭 기준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보다도 산업 자체가 침체되어 있다는 게 더 문제다"

▲루나에 투자한 것은 이해상충 소지 없나

"업비트는 거래소긴 하지만 한국 내에서 블록체인 생태계 키우기 위해 고민 많이 하고 있다. 블록체인 쪽으로 좋은 개발자들이 넘어와서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자본이 없다. 전통적 vc나 모태펀드 가면 투자 못 받는다. 우리가 보기에 정말 좋은데 론칭조차 못하는 게 있어서 생태계 키우겠다는 차원에서 두나무앤파트너스를 통해 1000억 투자하기로 한 것이고, 그 중 하나가 루나다. 다만 투명성을 위해 공시하고, 매달 갖고 있는 가상화폐도 공개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두나무앤파트너스 투자기관하고 거래소 운영기관하고는 분리 해 둘간의 정보공유도 없다. 투자는 투자고 상장은 상장이다. 이해상충이 100% 없다곤 할 수 없지만 가급적 객관적으로 하려고 한다"

▲트웰브쉽스가 상장되며 상장 기준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나라 좋은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싶은 욕심있지만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내가 카카오에 있을 때 '메신저가 무슨 게임이냐'라고 하던 게임사들, '애니팡' 대박 후에 다 찾아와서 넣어달라고 하더라. 코인도 똑같다. 모두 해줄 순 없으니 선별하는 과정이 있고, 그 사이에서 여러가지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뭐는 되고 이건 왜 안되냐, 설명하기 힘들다. 상장 프로세스나 기준의 경우 지금보다 더 개선할 점들은 분명히 있다. 내부적으로도 고민 중에 있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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