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우리 조직문화는 창의성, 자기주도성, 수평 커뮤니케이션 3가지를 강조한다"며 "52시간 업무 기록지인 '워크온'을 개발자 한 분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서 알아서 쓰기도 한다. 이런 사례들이 굉장히 많다." - 정규돈 카카오뱅크 CTO(최고기술경영자)

많은 기업들이 자사 기업 문화가 수평적이며 매우 우수하다고 말한다. 카카오 역시 마찬가지다. 진짜일까? 

카카오가 29일과 30일 양일간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if kakao 개발자 컨퍼런스 2019’를 개최한다. 그 중 카카오의 일하는 방식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Becoming kakao krew'(비커밍 카카오 크루, 카카오 크루 되어보기)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기자도 여기 참여해 '카카오 크루'가 되어보기로 했다.

카카오는 직원들을 크루(krew)라고 한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함께 항해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에서 선원(crew)에 카카오(Kakao)의 앞글자를 붙인 것이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영어 이름 짓기. 기자는 영어 이니셜의 마지막 J를 따 제이(Jay)라고 지었다. 비슷한 이름의 조이(Joy)가 '카카오스럽게 일하는 것'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했다. ▲신충헌 ▲공개·공유 ▲회고 3가지가 그 골자다.

가상으로 체험해 본 '카카오처럼 토론하기'
가상으로 체험해 본 '카카오처럼 토론하기'

#카카오처럼 토론하기: 신·충·헌

카카오에는 '티오백'이라는 행사가 있다. 'T500'은 카카오 전 사원이 참여할 수 있는 비정기 회의로, 목요일(Thursday) 오후 5시(5:00)에 열려 붙여진 이름이다. 대표나 주요 임원들이 직원들과 중요 사항을 공유하고 자유롭게 문답할 수 있는 행사다.

토론할 때는 '신충헌'에 따라야 한다. 신뢰·충돌·헌신의 약자다. 신뢰를 바탕으로 충분히 충돌하되, 충돌은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당사자에게 직접·적시에 한다는 말이다. 모두의 의견을 듣고, 가장 그 안건에 대해 잘 알고 담당하는 사람이 결정을 내린다. 회의가 끝나면 '뒷담화'나 '꽁하기' 없기다.

한 카카오 크루는 "회의에서 최종 결정권자는 꼭 계급에서 위인 사람이 아니라, 가장 그 일을 잘 알고 깊이 연구한 직원이 하게 한다"며 "실무 단계에서부터 이야기를 많이 나누려고 한다"고 전했다. 

실제 카카오 사무실에서 쓰는 책상. 버튼을 누르면 높낮이가 조절된다.
실제 카카오 사무실에서 쓰는 책상. 버튼을 누르면 높낮이가 조절된다.

#100:0의 원칙

카카오에는 '100:0의 원칙'이 있다. 내부에서는 모든 것을 공개하고(100), 카카오를 벗어나서는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는다(0)는 약속이다. 오늘은 '100'에 초점이 맞춰졌다.

카카오 크루는 모든 것을 공개한다. 카카오는 '아지트(Agit)'라는 기업용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물론 내부에서도 이 '아지트'를 이용해 소통한다. '아지트'는 글(스레드)을 작성하면 시간별로 차곡차곡 쌓인다. 댓글을 달아 의견을 주고받기도 하고, 모든 것들은 자동으로 업무 히스토리가 되어 언제든지 업무에 참고할 수 있다. 본인이 속한 팀이 아니어도 모든 스레드가 공개돼 관심 있는 분야라면 모든 업무 일지를 볼 수 있다. 

지난 2016년 때처럼 지진으로 인해 카카오톡이 먹통이되는 사건을 체험했다. 먼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통해 서비스 장애 사실이 알려졌다.  

서비스 장애 시 카카오톡을 통해 관계자들에게 먼저 알림이 간다.
서비스 장애 시 카카오톡을 통해 관계자들에게 먼저 알림이 간다.

"모니터링 방입니다."
"[카카오톡 메시지 전송실패] 00:00 40000/s send fail"
"[네트워크 상황] 부산 일부지역 네트워크 단절"
"[고객 문의] awef*: 왜 카톡이 안 보내지죠?"

당시 모든 서버가 불능했던 것은 아니었고, 카카오톡을 통해 알리는 것이 가능했다고 크루는 설명했다. 다만, 개발자의 경우 긴급 상황에 대비하거나 새로운 서비스 테스트 등을 위해 다른 서버를 쓰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후로는 아지트를 통해 발생 서비스(카카오톡), 담당부서, 현상, 원인 등이 규명돼 순차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비스 복구 완료'라는 스레드가 떴다.

카카오 크루는 "(이전 회사나) 다른 회사의 경우 다른 팀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카카오의 경우 아지트나 미팅, 여러 루트를 통해 알아갈 수 있다"며 "특히 '오늘의 한숨'이라는 곳에서 고충을 털어놓는다든지, 중고장터를 통해 교류하는 것을 보면 재밌기도 하다"고 전했다.

카카오에 입사하면 받게되는 라이언 패치와 에코백. 아무 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에코백은 크루들이 각자 리폼하면 된다.
카카오에 입사하면 받게되는 라이언 패치와 에코백. 아무 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에코백은 크루들이 각자 리폼하면 된다.

#회고: 끝이자 또 다른 시작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회고'였다. 카카오에선 회의나 업무가 끝나고 나서 점수를 매기고 어떤 점이 좋았고 나빴는 지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예를 들어 앞에서 체험했던 서비스 장애와 같은 경우에도 "다른 데선 '시말서'로, 잘못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묻는다면, 카카오의 경우 어떤 부분에서 잘못됐는지 총평하고, 그 이후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를 나누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실 앞에서도 몇몇 체험을 했지만, '카카오적인'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이 이 회고 세션이었다. 이 'Becoming kakao krew' 프로그램 자체가 카카오 크루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올해 처음 시행됐다고 한다. 한 크루는 "우리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정말 그냥 보여주자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뜻을 함께하는 크루들과 이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개발자 한 분은 "상사분에게 이 프로그램을 같이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보내주시면서, '뭐든지 나에게 허락받지 않아도 돼'라고 하시더라. 크루 하나 하나가 동등하고 주체적으로 본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카카오만의 문화"라고 말하기도 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개발자 분은 "전 어제 (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는 것을 알고) 그냥 통보하고 나왔다"고 농담 섞인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기업이나 단체에 '젊은 피를 수혈한다'고 한다. 새로운 생각을 가진 젊은 세대의 유입을 통해 혁신을 하겠다는 뜻을 담은 말이다. 물론 'Becoming kakao krew' 프로그램에 모인 크루분들의 나이는 제각각이었다. 갓 입사한 신입 직원부터 여러번의 이직을 경험하고, 타사였으면 팀장이나 부장 정도의 직급을 가지고 있을 법한 크루도 있었다. 하지만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함과 새로움은 카카오가 아직 젊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젊음은 성장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Becoming kakao krew'은 매 팀을 거쳐 참여자의 의견을 듣고 안 좋은 점은 빼고, 좋은 점은 더 강조하는 식으로 발전해나갔다고 한다. 'Becoming kakao krew' 프로그램, 'if 카카오 개발자 컨퍼런스', 그리고 카카오의 내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