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내정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방통위가 가짜뉴스(Fake News,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규제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대신 가짜뉴스 관련 법안 및 여론 등을 종합해 대책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한 후보자의 이념적 편향성과 가짜뉴스 규제 등이 논란이 됐다.

최근 페이스북과의 행정소송에서 방통위가 패소 이후 이슈화된 망 이용대가 논란에 대해 한 후보자는 정부 개입의 필요성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한 국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 Contents Provider) 역차별 해소 의지를 나타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Over-The-Top)에 대해서도 규제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뜻을 보였고, 합산규제에 대해서는 폐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MBN 의혹에 대해서도 종편 승인 취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비대칭 규제 개선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30일 인사청문회에서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이 가짜뉴스에 대해 강하게 규제할 것이란 걱정을 안 해도 되냐는 질문에 한 후보자는 “현행법상 방통위가 가짜뉴스에 대해 법적으로 규제할 권한이 없다. 규제에 나서지도 않을 것”이라며 “가짜뉴스의 범위 확정이 쉽지 않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 그러나 방통위가 고민하고 대안을 내놓을 의무는 있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과 국민 여론을 고려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짜뉴스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는 한 후보자가 방통위원장 내정 직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 문제되고 있는 가짜 뉴스 내지 허위 조작 정보는 표현의 자유 보호 범위 밖에 있는 내용”이라며 “뉴스와 관련해 의도적인 허위 조작 정보, 극단적인 부분들은 표현의 자유 보호 범위 밖에 있어서 규제 대상이 돼야 한다”고 밝힌 것보다 한 발 물러난 태도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6월,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바람직한 자율규제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허위조작정보 자율규제 협의체’를 구성했다. 당시 첫 회의에서는 유럽연합이 민간 전문가그룹 및 인터넷 사업자들과 공동으로 도출해 낸 자율규제 기본원칙·실천강령의 마련 절차 및 내용 등을 참고한 적 있다.

한국당 의원들 '좌파 성향' 위원장이라며 반발...음주운전과 부친 부당 소득공제, 자녀 이중국적 "사실 아냐"

이날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한 후보자가 편향성 인사라며 방통위원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은 “한 후보자는 2006~2019년동안 13년간 변호사로 일하며 1800건을 수임했는데 진보 좌파 언론의 사건을 수임했다”며 “한 후보자가 공동대표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선정한 좋은뉴스, 나쁜뉴스도 공정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1800건 수임은 법무법인 정세로 수임된 것이며 모두 제가 수임한 것이 아니며 좋은·나쁜 보도 선정은 외부 심사의원의 의견을 들었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의 “보수 언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 후보자는 “보수, 진보 언론을 구분하는 이분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은 한 후보자의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이력 등을 거론하며 이념적으로 편향돼 후보자로서 부적합하다고 입을 모아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윤상직 의원이 “청와대에서 가짜뉴스 대책 마련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한 후보자는 “그런 적 없다”고 반박했다. 한 후보자는 음주운전과 부친 부당 소득공제, 자녀 이중국적 등 야당 측이 제기한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인사청문회 준비 중인 한상혁 방통위원장 후보자 (사진/백연식 기자)
인사청문회 준비 중인 한상혁 방통위원장 후보자 (사진/백연식 기자)

페이스북 패소 사건은 '제도적 미비'...개선할 것, "OTT 새로운 규제 필요해"

한 후보자는 지난 22일 선고된 페이스북과의 행정소송 결과에 대한 입장과 계획도 밝혔다. 앞서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트래픽 증가를 이유로 접속경로를 임의 변경하자 4억원에 가까운 과징금 처벌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페이스북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방통위는 완패했다.

한 후보자는 “행정법원의 판결은 규제에 대한 제도적 미비로 인한 것”이라며 “향후 인선이 확정되면 이의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며 “현재 해외 CP와 국내 통신사 간 망이용대가 문제는 전적으로 사적계약으로 정부 개입 여지가 적다. 현재 추상적으로 기술된 법을 바꿔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와 CP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OTT에 대해서도 한 후보자는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현재 OTT산업에 대한 최소규제 원칙을 골자로 한 새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한 후보자는 “OTT가 향후 미디어 산업에서 굉장히 영향력을 미칠 것이고 기존 방송보다 더 큰 영향력을 국민들에게 가져올 수 있다”며 “기존 방송과 전혀 다른 규제가 이뤄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불합리하다는 지적에 동의하고, 어떻게든 규제 체계로 끌어들이기는 해야 한다”며 “그럴 경우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현업의 문제 제기 또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양측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규제 체계를 만들어나가는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푹과 옥수수가 합병하면서 콘텐츠 제작 환경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방통위는 근본적으로 산업 전반을 살펴서 각 산업들과 기존 미디어, 새롭게 등장 뉴미디어가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 갖게 하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MBN이 출범 당시 자본금 중 600억원을 직원 등의 명의로 대출받아 납부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한 후보자는 “(종편 승인 취소)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사실 관계를 살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산규제 폐지 찬성, 부작용 예방하고 대책 마련..."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비대칭 규제 개선"

한 후보자는 KT와 KT스카이라이프를 대상으로 하는 유료방송시장의 점유율 규제 및 합산규제 폐지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합산규제 폐지가) 전반적으로 산업 발전에 따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지역성의 문제나 통신 3사가 방송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가지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간과할 수 없다. 소비자 권익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 예방하고 대책을 마련하는게 방통위 역할”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 후보자는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비대칭 규제 개선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중간광고, 미디어랩, 방송발전기금문제 등 이른바 비대칭 규제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고, 모두 양쪽 이해당사자들이 존재한다”며 “이해 당사자들의 요구보다 더 큰 것이 공익적인 측면이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신규 사업자들이 시장 진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일부 조건을 완화한 측면이 있고, 이를 일반적이고, 균등한 규제로 바꿀 것인지 여부에 대해 판단할 시기는 됐다”며 “비대칭 규제 해소에 노력하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권한인 내용들도 있어서 부처간 협의도 필요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한 후보자는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에 대해서는 “단순히 종편과 지상파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일반 PP(program provider, 방송채널사용사업자) 들도 마찬가지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며 “경영상 어려운 문제와 시청자의 시청권을 침해하는 문제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살펴서 합리적 대안이 뭔지 찾으려는 시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인사청문회에 앞서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출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성태·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위원장은 사실상 가짜뉴스 대응이 미흡해서 경질됐다고 진보매체까지도 보도가 나왔다”며 “사퇴 사유에 대해 국회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사청문회 진행 중인 한상혁 방통위원장 후보자 (사진/백연식 기자)
인사청문회 진행 중인 한상혁 방통위원장 후보자 (사진/백연식 기자)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