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애플이 아이폰의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시리와 이용자들이 한 대화를 계약업체 직원들이 듣도록 한 것에 대해 결국 사과했다. 그동안 애플은 이용자들이 시리와 나눈 대화의 일부를 녹음한 뒤 이를 사람들이 듣고 음성 인식 개선 등에 활용하도록 하는 그레이딩(grading·채점)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외신 가디언은 애플이 유럽에서 시리의 그레이딩 작업을 하던 계약직원을 300명 이상 해고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 방송은 앞서 설명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는 등 알려지자 이달 초 이 프로그램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고, 결국 이날 공개적으로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애플은 프라이버시가 근본적인 인권이라고 믿는다”며 “(그레이딩 프로그램에 대한) 검토 결과 우리의 높은 이상에 완전히 부응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이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가을 아이폰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이뤄진 뒤 그레이딩을 다시 시작할 계획”이라며 “시리와 관련해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통제권을 주기 위해 몇 가지 변화를 주겠다”고 강조했다.

팀 쿡 애플 CEO (사진=더버지)
팀 쿡 애플 CEO (사진=더버지)

애플은 앞으로 초기 설정상 시리와 주고받은 대화에 대한 음성 녹음을 더 이상 보유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강조했다. 하지만 시리의 성능 향상을 위해 컴퓨터로 생성한 녹취록은 계속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애플에 따르면 이용자는 시리의 성능 개선을 돕기 위해 음성 녹음에 참여하겠다고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애플은 “외부 계약업체 직원이 아닌 자사 직원만이 시리와 나눈 대화의 음성 샘플을 듣도록 허용할 것”이라며 “의도치 않게 시리가 작동됐다고 판단된 음성 녹음은 모두 삭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애플이 발표한 새로운 시리의 사생활 보호 및 그레이딩의 경우 시리에 물어본 내용 중 0.2% 미만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녹취록은 이용자의 애플 ID와 연계돼 있지 않다고 애플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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