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인공지능(AI)에 의해 추천된 기사만 보고 자신만의 울타리에 갖혀버린다는 '필터버블'의 공포, 사실일까? 부수현 경상대학교 교수가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결과론 그렇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에 따르면 포털을 통한 뉴스 이용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디지털 알고리즘에 따른 '필터버블(filter bubble)'의 우려도 제기했다. 포털사나 소셜 미디어가 지원하는 추천 알고리즘은 개인이 원하거나 좋아할 만한 정보를 찾아주는데, 이에 따라 이용자가 한정된 정보에만 노출되고 이용자의 지식이나 가치관이 편협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네이버의 경우 PC 뉴스홈 상단’ 및 ‘기존 버전 모바일 네이버 첫 화면’에는 언론사들이 실시간으로 주요하게 다루는 내용 중 이용자가 관심있어 할 만한 주제의 기사들이 클러스터링(묶음) 형태로 자사 AI 알고리즘 시스템 '에어스(AiRS)'를 통해 추천된다. 평소 이용자의 콘텐츠 소비 성향에 따라, 노출되는 ▲클러스터링 주제 ▲클러스터링 주제 순서 ▲각 클러스터링의 대표 기사가 개인 별로 모두 차별화된다. 로그인을 하지 않은 이용자에게는 전체 이용자의 관심사가 반영된 기사 클러스터링이 보여진다. 

네이버 뉴스 홈 갈무리
네이버 뉴스 홈 갈무리

그러나 부수현 경상대학교 교수는 "이용자들은 제시된 뉴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으로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찾아서 읽어보는 비율이 대부분으로, 편향된 정보 소비로 인한 필터버블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이는 총 2287명을 대상으로 8월 1일~7일(1주일)간 조사한 결과를 28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뉴스를 하루 평균 10분 이상, 4개 이상의 기사를 확인하는 사람들을 스크리닝 문항을 통해 선별한 15세 이상 54세 이하의 온라인 패널이다. 

이들은 대부분 특정 관점에서 관심있는 뉴스는 꼼꼼히 읽는 편이고, 다양한 관점을 찾아보려고 노력한다. 하나의 이슈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논조)의 기사를 찾아본다'는 문항에서 '그렇다'가 50.5%로, '아니다'에 비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기사의 출처(언론사)도 확인해 보는 경향을 보였다. 또 다른 언론사와 비교해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성향도 높았다. 포털에서 뉴스 이용시 언론사 구독은 물론 추천 뉴스, 관심 영역의 뉴스, 검색해서 보기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뉴스 소비가 이뤄지고 있었다. 

부 교수는 최근 발생한 다양한 실제 이슈를 제시하고, 가장 관심 있는 이슈를 정해서 질문을 이어나가는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이용자들은 관심 있는 이슈의 경우 복수의 언론사 기사를 선택(98.4%)했다. 

부수현 경상대학교 교수가 28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필터버블의 심리학'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 중이다.
부수현 경상대학교 교수가 28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필터버블의 심리학'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 중이다.

부 교수는 "이들은 기사 내용이 비슷한 것을 인지하면서도 다양한 관점을 살펴보기 위해 여러 언론사를 찾아봤으며, 내용이 비슷할 지라도 관련 기사를 반복해서 읽었다"며 "검색을 통한 팩트 체크도 적극적이었고, 기사를 본 후 댓글을 탐색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기사 내용을 공유하고 오프라인에서 대화까지 진행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즉, 그는 "추천 뉴스를 제시한다고 해도 관심사가 떨어지는 뉴스는 선택에 의해 배제되며, 관심사가 많은 뉴스는 추천된 뉴스만 보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뉴스 소비를 하면서 보정된다"며 "적어도 관심을 많이 가지는 뉴스에 대해서는 뉴스 정보 소비의 필터버블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결론지었다.

아울러 부수현 교수는 "영화나 노래 등 다른 콘텐츠는 AI에 의해 추천받으면서 편향됐다고 하지 않는데 유독 뉴스에서만 논란이 되는 이유는 '경계심' 때문"이라며 "(역설적으로 이 경계심에 의해) 이용자들은 뉴스를 소비할 때 스스로 조정하고 균형을 맞추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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