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레드햇이 새로운 로고를 발표했을 때부터 행보는 정해져 있었다. 새 로고는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빨간 모자를 쓴 검은 사람의 모양에서 빨간 모자만 남았다. 이제 누구라도 빨간 모자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상징적인 변화였다.

지난 7월, IBM과 레드햇은 공식적으로 최종 인수 금액은 약 340억 달러(약 40조 1700억 원), 주당 190달러 현금 인수 조건으로 M&A를 마쳤다고 밝혔다.

미국 IT 기업 역사상 세번째 규모로, IBM으로서는 오픈소스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품었다는 평가를, 레드햇으로서는 IT 거인의 등에 올라타 확장을 꾀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변화의 시그널에 맞게 레드햇은 한국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의 확장 준비를 마쳤다.

(사진=레드햇)
(사진=레드햇)

레드햇은 오픈소스 기업이다. 하지만 오픈소스는 깃허브와 같은 개발자 커뮤니티를 통해서 공개 · 공유되기 때문에 누구나 쓸 수 있다. 수많은 개발자가 참여로 만들어지므로 업데이트도 빠르다. 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

그래서 오픈소스를 이용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단점이 된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유지 · 보수가 어려워 안정성이 부족하다. 누구나 쓸 수 있지만, 누구도 쓸 수 없다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레드햇은 오픈소스의 빠르고 성능 좋은 소프트웨어라는 장점을 받아들이면서, 안정성을 지원해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감행했다. 

레드햇이 자신들을 “레드햇은 엔터프라이즈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기업”이라고, 간략하고도 복잡하게 설명하는 이유다. 레드햇의 비즈니스는 기업이 오픈소스를 쓸 수 있도록 유지·지원하고, 인프라를 제공하지만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통해 제공한다.

레드햇은 오픈소스를 기업에 제공하기 위해 1~3개월의 하드닝 과정을 거친다. 따지고 보면, 레드햇의 오픈소스에는 ‘검증된’이라는 말이 생략된 셈.

(사진=NIPA)
기업의 오픈소스 활용 단계. 레드햇은 기업의 오픈소스 활용을 지원한다. (사진=NIPA)

레드햇은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시장을 정조준한다.

이를 위해 레드햇은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8’ ‘오픈시프트 4’를 출시했다.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8’은 리눅스 플랫폼으로, 기업의 데이터센터의 온프레시스에서부터 퍼블릭 클라우드에 이르기까지 워크로드 및 운영을, ‘오픈시프트 4’는 차세대 쿠버네티스 플랫폼으로, 컨테이너의 오케이스트레이션을 지원한다.

컨테이너는 안에 애플리케이션과 라이브러리만 넣고, 이를 컨테이너 호스트의 운영체제로 동작하기 때문에 더 효율적이고 빠르다. 박준완 레드햇 이사는 “개발자는 패키징과 테스트가 쉽고, 운영자는 애플리케이션 연속성을 챙기고 자동화 배포도 가능하며, 기획자는 개발 코스트를 절감할 수 있다”며 장점을 설명했다.

결국 레드햇은 지금의 클라우드 인프라 역시 컨테이너 기반으로 옮겨갈 것이고, 레드햇은 이를 오픈소스를 통해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퍼블릭 및 프라이빗을 비롯해, 다양한 벤더의 여러 클라우드를 하나의 유기적인 환경으로 지원하겠다는 것.

이미 해외는 컨테이너 환경으로 이동 중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레드햇 오픈시프트 기반으로 내부 애플리케이션의 75%를 전환해, 7년 동안 약 21억 달러의 인프라 비용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캐세이 퍼시픽 항공이나 힐튼 호텔도 오픈시프트를 인프라로 삼아 운영 중이다.

기업의 인프라 이동성이 강력하기 때문에, 반대로 기업이 레드햇을 쉽게 떠날 수도 있다. 다른 벤더로도 마이그레이션 당할 수 있다는 것. 레드햇도 이 점을 인정하고, “그래서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박준완 이사는 말했다.

"작게라도 직접 써보면 안다"

사실 레드햇의 비즈니스는 기업의 오픈소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컨설팅이 핵심이다.

노근욱 한국레드햇 수석은 “(아직 한국은) 컨테이너 기술이 익숙하지 않다”며, “POC(개념증명)이나 파일럿 형태로 도입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레드햇은 ‘오픈 이노베이션 랩스’ 프로그램으로 통해 레드햇 직원, 담당 기업 직원이 하나의 팀으로 구성해 레드햇 오픈소스 기반으로 클라우드 마이크로 서비스를 구축하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4~6주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오픈소스 사용 경험을 기업에게 제공하겠다는 레드햇의 전략이다. 노근욱 수석은 “(오픈소스를) 직접 사용해봐야만 어떻게 기업이 이용할지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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