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정부가 삼성전자에게 갤럭시노트10 LTE 모델 출시에 대해 미팅이나 공문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미국이나 중국, 유럽과 달리 국내에서는 갤럭시노트10 5G 모델만 출시하기로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노트10의 경우 원래 국내에서는 5G 모델만 출시하기로 한데다가 국내 5G 모델의 가격(출고가)이 유럽 등 해외향 LTE 모델 가격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국내향 갤럭시노트10 LTE 모델을 현재 5G 모델 가격(출고가)보다 저렴하게 책정할 경우 해외 소비자와의 차별 문제가 언급될 수 있다.

대신 삼성전자는 오는 29일 갤럭시노트10 5G 모델을 자급제폰으로 출시하기로 했다. 갤럭시노트10 5G 모델(이통사향/자급제폰)에 LTE 유심 칩을 사용할 경우 LTE 모드 및 LTE 요금제를 이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이유를 들며 정부에게 갤럭시노트10 LTE 모델 출시가 어렵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삼성전자와 미팅을 통해 갤럭시노트10 LTE 모델 출시를 권고했고, 이와 관련된 협조 공문까지 이통3사와 삼성전자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삼성전자에게 30일까지 답변을 요청했는데, 삼성은 사실상 갤럭시노트10 LTE 모델을 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1일, 삼성전자와 갤럭시노트10 LTE 모델 출시 관련으로 미팅을 했다”며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10의 경우 LTE 출시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출시된) 갤럭시노트10의 경우 LTE 모델 출시가 어려워도, 갤럭시A90 등 중저가 5G 단말이나 갤럭시S11 등 앞으로 출시될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삼성전자가 5G 모델 뿐 아니라 LTE 모델도 출시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 관계자는 “지난 22일, 삼성전자와 이통3사에게 갤럭시노트10 LTE 모델 출시에 대한 협조 공문을 보냈다”며 “이번 주(오는 30일)까지 답변을 요청한 상황이다. 아직 답변이 오지 않았다. 최신 단말기에도 소비자 선택권 확대가 유지됐으면 하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삼성전자와 이통3사 외에도 LG전자에게도 공문을 보낸 상황이다. 미팅 자리에서 정부의 요청에도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10 LTE 출시를 거절하자 공문을 통해 최후 통첩을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갤럭시노트10 5G (사진=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 5G (사진=삼성전자)

삼성, 갤노트10 LTE 모델 국내 출시 '사실상 어려워'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노트10 LTE 모델이 국내에 출시된다고 해도 이동통신3사와 망연동 테스트 때문에 당장 내놓을 수 없다”라며 “현재 5G 모델이 나온 상황에서 LTE 모델 출시에 대한 실익이 없다. 현재로서는 LTE 모델 출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10 LTE 모델을 당장 국내에 출시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것은 맞다. 전파 인증이나 통신사별 망 연동 테스트 등 여러 문제가 남아 있어 최소 1~2달 걸린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등 해외와 달리 갤럭시노트10 등 국내향 프리미엄 제품의 AP 및 모뎀 칩을 퀄컴 스냅드래곤 제품군이 아닌 자사의 엑시노스 제품군을 탑재하는데, 해외향 갤럭시노트10을 국내향으로 전환해 판매할 경우 퀄컴과의 계약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10 LTE 모델을 국내에 출시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생산을 해야 하는데 생산라인 증설이 필요해 이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갤럭시S10처럼 5G 가입자를 늘리려는 이통사의 불법 보조금 영향으로 갤럭시노트10 5G 모델이 LTE 모델보다 훨씬 많이 팔릴 것이라고 예상되는 것(LTE 모델 재고 문제)도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10 LTE 모델 출시를 꺼리는 이유다.

삼성전자 측은 유럽 등 해외향 갤럭시노트10 LTE 제품보다 국내향 갤럭시노트10 5G 모델의 출고가가 저렴하다는 것도 갤럭시노트10 LTE 모델 국내 출시가 어려운 이유라고 강조한다.

기본 모델(256GB)인 갤럭시노트10 5G의 국내 가격은 124만8500원으로 유럽에서 판매될 LTE 모델 가격 899유로(한화 약 120만7600원)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유럽 가격은 부가세 별도이며 국내 가격은 부가세 포함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면 유럽향 갤럭시노트10 LTE 가격이 국내향 갤럭시노트10 5G 가격 보다 더 비싸다. 국내향 갤럭시노트10 LTE 모델이 출시될 경우 갤럭시노트10 5G의 국내 가격보다 더 저렴해야 하는데 이는 유럽 소비자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모두 고려해 갤럭시노트10 5G의 국내 출고가를 해외향보다 저렴하게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먼저 이통3사에 '5G 모델만' 제안

삼성전자는 이통3사에게 과기정통부에 약관 변경을 신청해 LTE 모뎀이 포함된 엑시노스 칩셋(원칩)과 엑시노스 5G 모뎀이 모두 들어간 국내향 갤럭시노트10에 대해 5G 요금제와 LTE 요금제로 나눠 가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는 이통3사가 꺼리고 있다. 단통법상 같은 단말기(국내향 갤럭시노트10)에 대해 요금제 가격에 비례하는 것 외에 차별적인 지원금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갤럭시S10이나 V50 씽큐가 출시됐을 때 이통사들은 선택약정할인보다 혜택이 큰 지원금을 제공해 5G 단말기의 실제 구매가를 떨어뜨렸다. 유통점에서 같은 단말(갤럭시노트10)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LTE 요금제를 사용하냐, 5G 요금제를 이용하냐를 구분해 차별적인 불법 보조금을 제공할 경우 이통사는 바로 여론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다만 이번 사태로 인해,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갤럭시노트10이 5G 모델로만 나오는 것을 이통사에게 먼저 제안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통사는 정부의 권고에 삼성전자에게 갤럭시노트10 LTE 출시를 메일 등을 통해 요청했지만 삼성전자가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먼저 제안한 이유는 이통3사의 5G 가입자 유치 경쟁에 갤럭시S10 5G나 V50 씽큐(이하 V50)가 사실상 공짜폰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갤럭시S10 LTE 모델의 재고가 쌓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즉, 갤럭시노트10이 출시될 때에도 갤럭시S10 시리즈와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먼저 이를 원했다는 얘기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5G 스마트폰 실제 구매가가 매우 저렴해지면서 갤럭시S10 LTE 모델의 재고가 너무 많아졌고, 갤럭시노트10 출시 때도 이런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삼성전자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모바일 스토어에 전시된 갤럭시노트10 (사진/백연식 기자)
삼성전자 모바일 스토어에 전시된 갤럭시노트10 (사진/백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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