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효성이 탄소섬유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그동안 수입에만 의존하던 탄소섬유의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23일 효성 등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7일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그러면서 탄소섬유도 수출금지 품목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국산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탄소섬유는 실 안에 탄소가 92% 이상 함유된 섬유를 뜻한다. 철에 비해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와 탄성은 각각 10배, 7배 뛰어나다. 또한 전도성과 내열성 등이 높아 철이 사용되는 모든 제품과 산업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때문에 자동차용 내외장재와 건축용 보강재, 우주항공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특히 '수소자동차' 분야에서 탄소섬유는 사용 비중이 높다. 수소전기차의 핵심인 수소저장탱크를 만드는 소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도 밝다. 지난 1월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수소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1800대 수준이던 수소차를 2022년까지 약 8만1000대, 2040년에는 약 620만대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효성그룹 전주 탄소섬유 공장 전경, 탄소섬유는 철을 대체할 수 있어 '꿈의 소재'로 불린다. (사진=효성그룹)
효성그룹 전주 탄소섬유 공장 전경, 탄소섬유는 철을 대체할 수 있어 '꿈의 소재'로 불린다. (사진=효성그룹)

그러나 아직까지 탄소섬유 생산기술을 가지고 있는 국내 기업은 적다. 이는 해외도 마찬가지다. 탄소섬유가 항공과 방산 등에 사용되는 만큼, 기술보유국들은 전략물자로 지정해 기술 유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최근 계속되는 한일 갈등도 악영향을 끼쳤다. 일본 정부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명단 제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등으로 탄소섬유가 수출금지 목록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일본 기업의 전 세계 탄소섬유 시장 점유율이 60% 정도 되는 만큼, 수출금지가 현실화한다면 국내 관련 산업에도 적지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탄소섬유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효성은 오는 2028년까지 탄소섬유 산업에 총 1조원을 투자해 현재 연산 2000톤 규모(1개 라인)인 생산규모를 연산 2만4000톤(10개 라인)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단일규모로는 세계 최대규모다.

현재 1차 증설이 진행 중으로 오는 2020년 1월 연산 2000톤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완공하고, 2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2028년까지 10개 라인 증설이 끝나면 효성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019년 현재 11위(2%)에서 '글로벌 톱3'(10%)로 올라서게 된다. 고용도 현재 400명 수준에서 대폭 늘어나 2028년까지 2300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일본의 고강도 탄소섬유와 같은 등급으로 생산이 가능해 어느정도는 대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내외 판매 확대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수소전기차용 연료탱크 공급을 위해 국내 업체와 협업을 강화해 품질 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이른 시일 내에 제품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탄소섬유는 수소자동차의 연료탱크를 구성하는 핵심 소재 중 하나다. (사진=효성그룹)
탄소섬유는 수소자동차의 연료탱크를 구성하는 핵심 소재 중 하나다. (사진=효성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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