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애플이 금융 시장을 흔들고 있다. 

애플이 ‘애플카드’를 공식 론칭했다고 더버지 등 주요 외신은 지난 2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애플카드는 골드만삭스, 마스터카드와 협력해 만들어졌으며, 애플은 지난 6일 프리뷰 행사를 통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제 미국 전역 아이폰 사용자는 애플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티타늄 소재로 제작된 애플카드에는 별도의 카드번호가 없다. 결제할 때마다 1회성으로 가상 카드번호를 생성하기 때문. 진짜 카드 번호는 아이폰 내 보안 칩에만 저장된다. 

애플카드는 아이폰의 월렛 앱에 내장돼 주로 모바일 결제에 활용되며, 모바일 결제가 되지 않는 오프라인 상점에서는 실물 애플카드를 쓸 수 있다. 인증은 아이폰을 사용하듯 지문이나 얼굴인식을 통해 진행된다.

아이폰 내 애플카드 (사진=애플)
아이폰 내 애플카드 (사진=애플)

애플카드의 출시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아이폰 유저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들뜬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우선 애플 앱스토어, 아이클라우드 등 애플 서비스 구매 시 3% 등 캐시백 혜택이 좋고, 연회비나 해외 수수료가 없고, 한도 초과 수수료도 없다. 

게다가 최근 애플카드에 대한 상표 등록 신청까지 특허청에 올라와 한국 출시 기대는 한층 고조됐다. 

한국은 애플페이도 못 써

그러나 이는 희망고문일 뿐. 아직은 실제로 국내 도입될 가능성은 작다. 우선 한국에서는 애플카드의 기반이 되는 애플페이를 쓸 수 없는 상태다.

애플페이는 NFC 방식으로 결제되는 아이폰 내 모바일 결제 및 전자 지갑 서비스로, 이용자는 애플페이에 거래 은행이나 카드를 등록해야만 결제가 가능하다. 

지난 2017년 국내에도 애플페이 도입이 이뤄지는 분위기였으나, 애플과 국내 카드사의 사이의 수수료 문제와 낮은 NFC단말기 보급률로 인해 무산됐다. 애플은 미국에서는 0.15%, 중국은 0.03% 등의 수수료를 해당 국가 내 제휴카드사로부터 받고 있다.

애플페이와 비슷한 방식인 삼성페이의 경우,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방식이기 때문에 삼성 계열 스마트폰으로도 포스(POS) 단말기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애플페이 협상 결렬됐던 2년 전과 상황 달라져

반면, 애플카드와 애플페이 도입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우선 애플 카드가 생겼으니, NFC 단말기 부족 문제는 해결됐으며, 애플이 국내 결제 시장에 호의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 서비스 11년 만에 국내 신용카드·체크카드를 통한 결제를 허용했다. 그동안 비자, 마스터카드 등 국제 결제가 가능한 카드만 사용할 수 있어, 자국통화결제(DCC) 서비스의 이중 환전 과정에서 추가 수수료가 발생했다. 이용자는 이용자대로 비용을 더 치르고, 국내 카드사는 바라만 봐야 했다.

앱스토어 결제가 가능하게 된 국내 제휴사는 롯데, BC, 현대, 삼성, 신한, NH농협, KEB하나, KB국민 등 8개 카드사로, 주요 카드사는 모두 포함됐다. 국내 전용 신용·체크카드를 지불 수단으로 쓸 수 있어 순수 원화 결제가 가능해졌다. 이에 맞춰 국내 카드사들도 프로모션을 통해 국내 앱스토어 유저를 끌어들이고 있다.

이전 2017년의 애플페이 협상 당시 애플과 카드사 사이 수수료 문제로 결렬됐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새로운 협상 테이블이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어디에서 먼저 불을 지피는가가 관건. 애플페이와 애플카드를 선점하는 금융사는 카카오뱅크에 올라타 공격적 마케팅으로 성장 중인 카카오페이의 강력한 경쟁상대가 될 수 있다.

팀 쿡 애플CEO는 지난 3월 애플 이벤트에서 애플페이와 애플카드를 소개했다. (사진=애플 유튜브)
팀 쿡 애플CEO는 지난 3월 애플 이벤트에서 애플페이와 애플카드를 소개했다. (사진=애플 유튜브)

또 애플카드의 은행 격이라 할 수 있는 골드만삭스가 한국에서는 소매금융 사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금융 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이다. 핀테크 확산 기조로 디지털 금융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시장에서 애플은 대어 중의 대어다.

금융권 핀테크 담당 관계자는 “2년 전에는 은행들의 뱅킹 애플리케이션이 아무리 불편해도 마지 못해 사용할 정도로 디지털 금융 수준이 낮았고, 카카오뱅크도 없었다”면서, “지금은 사용자가 불편하면 아예 안 쓴다”며 상황이 급변했음을 지적했다.

이어 “이제 스마트폰 위주의 모바일 금융이 보편화되는 와중에 애플과 아이폰이라는 브랜드를 가져가는 금융사는 시장 선점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애플카드를 미국에서 공식 출시했다. (사진=애플)
애플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애플카드를 미국에서 공식 출시했다. (사진=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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