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10년 전 하얀 국물 라면인 '꼬꼬면'으로 대한민국 라면사(史)에 한 획을 그은 방송인 이경규가 이번엔 치킨을 들고 식품계에 돌아왔다. 구운 치킨 프랜차이즈 돈치킨은 2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경규와 함께 개발한 '허니마라치킨', 일명 '이경규 치킨'을 소개했다. 

신제품 '이경규 치킨'은 혀가 얼얼해지는 매운 맛인 '마라'를 기본으로 달콤한 맛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화자오와 산초, 베트남 고추씨로 매운 맛을 냈고, 달콤한 맛을 위해 국내산 벌꿀을 사용했다.

돈치킨은 이번 '이경규 치킨'이 '제 2의 꼬꼬면'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돈치킨 측은 "이경규가 이번 치킨 신제품이 만들어지는 데 각종 아이디어를 제공했으며, 제품명 또한 직접 지었다"고 했다. 

이경규는 지난 2011년 팔도와 손잡고 '꼬꼬면'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꼬꼬면'은 출시되자마자 품절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번 '이경규 치킨'은 다소 다른 양상이다. 벌써부터 회의론이 나온다. '이경규 치킨'이 표방한 마라맛과 허니맛의 '식상한 조합' 탓이다.

2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방송인 이경규가 '허니마라치킨'에 대해 소개 중이다. (사진=신민경 기자)
2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방송인 이경규가 '허니마라치킨'에 대해 소개 중이다. (사진=신민경 기자)

이경규는 "이번에 내가 만든 '허니마라치킨'은 다른 후라이드 치킨들과 비교해 기름기 없이 고소하고 담백하다. 오븐에 구워서다. 매운 맛 말고도 달콤함을 가지고 있단 점에서 같은 구운 치킨인 굽네치킨의 '마라볼케이노'와도 차별된다"고 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여타 마라맛 치킨들과 견줄 때 어떤 차이가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굽네치킨과 돈치킨 등 구운 치킨 전문 프랜차이즈의 제품은 여타 치킨과 달리 기름에 튀기지 않고 불에 굽기 때문에 열량과 지방 함량이 낮은 편이다. 육즙이 그대로 보존되고 식감도 바삭하다. 그런만큼 BHC치킨이 지난 4월 출시한 '마라칸치킨'과는 조리법에서부터 분명 차이가 난다. '마라칸치킨'은 얇은 튀김 옷을 입힌 치킨에 꿀과 야채를 베이스로 마라를 가미한 특제소스를 입혔다. 이경규도 "'허니마라치킨'과 '마라칸치킨'은 맛이 다르다"고 확신했다.

다만 '구운 치킨 왕좌'를 두고 경쟁 중인 굽네치킨이 이미 흡사한 제품을 내놨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굽네치킨은 지난달 5일 자사 볼케이노 치킨에 마라 소스를 발라 구운 '마라 볼케이노'를 출시했다. 돈치킨의 '허니마라치킨'도 같은 방식을 차용한다. 오븐에 닭을 구운 뒤 후라이팬에 넣고 소스와 함께 볶는 형태다.

돈치킨의 '허니마라치킨'. (사진=신민경 기자)
돈치킨의 '허니마라치킨'. (사진=신민경 기자)

돈치킨의 2대 주주(지분율 27%)이자 등기 이사로 등재돼 있는 이경규는이번 신메뉴 개발에 6개월이란 실습 기간을 쏟았다. 하지만 경쟁사인 굽네치킨이 이미 선보인 '마라 볼케이노'에 꿀만 바른 셈이어서 차별화된 '이경규식 치킨'을 기대한 소비자들 입장에선 아쉬운 대목이다. "6개월간의 연구 성과가 올해 초부터 유행해 막바지에 다다른 '마라 열풍'에 편승하기냐"는 비아냥 섞인 평가까지 나온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허니마라치킨은 굽네의 마라볼케이노와 허니멜로를 각각 반씩 섞은 게 아니냐"면서 "색다른 조합을 기대했는데 결국 유행을 따라하는 데 집중한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이어 "김병만의 투마리치킨과 컬투의 컬투치킨 등 연예인이 주주로 참여한 치킨 브랜드가 잇따라 대형 프랜차이즈에 밀려 약세를 거듭하는 상황이다"며 "흥미 유발을 넘어 메뉴의 차별화와 신속한 배달서비스 등 질적인 충족을 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돈치킨은 이번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내 250개, 해외 51개인 기존 가맹점을 오는 2025년까지 국내 500개, 해외 500개로 늘리겠단 포부를 드러냈다. 김성수 부사장은 "돈치킨은 베트남에선 이미 국내의 스타벅스와 같은 입지에 올랐고 중국과 태국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진출하지 않은 해외 시장에 대해선 공격적으로 진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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