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3사가 삼성전자에 갤럭시노트10의 LTE 모델 출시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통3사에게 갤럭시노트10의 LTE 모델 출시를 권고하자 이통3사가 정부의 권유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원래 갤럭시노트10은 국내에 한해서 5G 모델만 출시될 계획이었다. 5G 가입자를 늘리려는 정부, 5G 가입자를 통해 ARPU(가입자당평균매출)를 높이려는 이통사, 재고 관리 수월성 및 단말기 매출을 올리려는 삼성전자간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결과였다. 하지만 갤럭시노트10 5G 모델 출시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난이 제기되자 정부가 이통사에게 갤럭시노트10의 LTE 모델 출시를 사실상 요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월 초 이통3사에게 갤럭시노트10의 LTE 모델 출시를 권고했다. 과기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아닌 이통3사에게 갤럭시노트10의 LTE 모델 출시를 권유했다. 5G 모델만 출시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이통3사에 대한 규제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직접 권고한 것이다. (제조사인) 삼성전자에게 정부가 의견을 전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민원기 과기정통부 2차관 역시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의 질문에 “(정부가) 삼성전자에게 갤럭시노트10 LTE 모델 출시를 권유했다. 원칙이라고 생각해서 한 일이며, 이례적인 사안은 아니다”라며 “현재 5G 네트워크가 완전하게 구축되지 않았다. 정부는 소비자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통사에게 권유했다는 입장이지만 이들에게 직접적인 규제를 받는 이통사는 단순한 권고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결국 KT는 삼성전자에 관련 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KT 관계자는 “고객들의 선택을 더 넓히기 위해 삼성전자에게 갤럭시노트10 LTE 모델 출시를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구두로 같은 내용을 전달한 상황이다.

갤럭시노트10 5G (사진=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 5G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10을 글로벌 시장 상황에 따라 LTE 및 5G 등 2가지 버전으로 출시하지만, 국내에서는 5G 모델만 출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국내에 한해 갤럭시노트10이 5G 모델로만 나오는 것에 대해 삼성전자가 먼저 제안했다고 보고 있다. 이통3사의 5G 가입자 유치 경쟁에 갤럭시S10 5G나 V50 씽큐(이하 V50)가 사실상 공짜폰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갤럭시S10 LTE 모델의 재고가 쌓였다는 분석이다. 갤럭시노트10이 출시될 때에도 갤럭시S10 시리즈와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먼저 이를 원했다는 해석이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5G 스마트폰 실제 구매가가 매우 저렴해지면서 갤럭시S10 LTE 모델의 재고가 너무 많아졌고, 갤럭시노트10 출시 때도 이런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삼성전자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상 당장 국내에서 출시되지 못하는 갤럭시노트10 LTE...왜?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10 LTE 모델을 당장 국내에 출시하기는 쉽지 않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제품 및 판매전략 모두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가격 문제가 먼저 걸린다.

기본 모델(256GB)인 갤럭시노트10 5G의 국내 가격은 124만8500원으로 유럽에서 판매될 LTE 모델 가격 899유로(한화 약 120만7600원)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5G 모델은 당연히 LTE 모델에 비해 가격이 비싸게 책정될 수 밖에 없다. 이 전제가 맞다면 국내 갤럭시노트10 LTE 모델은 유럽에서 판매되는 제품보다 더 저렴해야 하지만 가격대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 국내 LTE 모델과 유럽 LTE 모델의 가격 차이가 클 경우 유럽 소비자의 반발을 살 수 있다. 해외의 경우 미국과 우리나라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국가는 LTE 모델로 출시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도 국내 모델 출고가가 다른 나라 출고가보다 저렴한 편”이라며 “국내만 특별히 저렴하게 출고가를 정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LTE 모델을 해외에도 출시하기 때문에 이를 국내향으로 바꿔 바로 출시하면 되지 않는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이통사 망 연동 테스트, 이통사 선탑재 앱 준비, 물량 관리 등 시간이 필요하다. 전파연구원의 전파 인증 역시 거쳐야 한다. 삼성전자는 이통사향 모델 뿐 만 아니라 자급제 모델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전략을 5G 스마트폰 중심으로 선택했다.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중저가폰 갤럭시A90 역시 5G 모델로만 나온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 역시 국내에는 5G 모델로만 출시될 예정이다. 테스트베드인 우리나라에서 5G를 통해 매출을 올리려는 삼성전자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노트10 LTE 모델 출시의 경우 향후 구체적인 계획 등 확정된 바 없다”며 “해외 LTE 모델을 국내에 출시하는 것은 가능하긴 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모바일 스토어에 전시된 갤럭시노트10 (사진/백연식 기자)
삼성전자 모바일 스토어에 전시된 갤럭시노트10 (사진/백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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