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 거래행위를 규제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조장해야 한다."

우리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공정거래법) 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다. 분명 불공정 거래행위를 규제토록 명시해 놓고 있다. 그럼에도 하도급에 있어선 불공정 거래가 횡행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른바 하도급 갑질이다. 

올해 상반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총 조정신청 1479건 가운데 하도급거래 분야가 571건으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선 하청업체가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는 53.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엔 개별양식을 사용하거나 이메일을 통해 계약을 맺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이마저도 1차 협력사일 때 얘기로, 2차 협력사는 표준계약서 사용 비율이 49.9%, 3차 협력사는 30.7%에 불과했다. 표준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추후 대금을 받지 못하는 등의 불공정거래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일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자산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향상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사진=위키피디아)

실제로 GS건설은 하청업체에 추가공사를 지시했지만 완공된 이후 추가 비용은 주지 않았다. 그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가 있기 하루 전 하청에 대금을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시스템(구 한화에스앤씨)은 만기가 60일 초과한 어음을 하도급 대금으로 주면서도 상환기일까지의 수수료는 주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은 하도급 대금 1400여억원을 지급하지 않아 검찰에 고소당하는 일까지 있었다.  

뿐만 아니라 경영 효율화 등을 내세워 위험 업무를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맡기는 경우도 잦다. 그만큼 하청업체 노동자는 산업재해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위험의 외주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로 숨진 노동자 총 796명 가운데 하청업체 노동자는 309명(38.8%)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위험의 외주화'는 일명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하면서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고 하도급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건 아니다. 오늘날도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간 불공정 행위가 여전하긴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원청과 하청을 갑을관계, 상하관계, 종속관계로 보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는 갑을관계가 아니다. 서로가 필요한 것을 주고 받는 동반자관계다. 하청업체는 원청업체로부터 하도급을 받고, 원청은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하청 소속 인력을 우회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하청업체 입장에선 원청업체로부터 일거리를 제공받아야만 사업을 영위할 수 있기에 절대적일 수 밖에 없다.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란 얘기다. 이같은 위치를 감안하면 하도급 갑질은 절대 하청업체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결국 원청업체가 나서야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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