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하도급 문제 개선을 원하는 목소리가 우리 사회 전반에 울려퍼지고 있다. 하도급이란 수급인이 다시 제3자(하수급인)에게 일을 주는 형태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하청'이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다. 이 하도급은 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계약이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도급 제도를 이용하는 취지는 단순하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중소기업의 저임금을 우회적으로 이용해 생산비를 아낄 수 있다. 또 갑작스런 경기변동 상황에서 하수급(중소기업)이 '안전판' 역할을 담당해 충격 안화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대기업은 자본설비 고정화를 피할 수 있는 등 여러 장점이 있다.

하도급은 중소기업에게도 유리하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일거리가 안정적으로 들어온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때문에 자동차 산업의 경우에는 하도급 단계가 단순히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관계를 넘어 중소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발생하는 일이 많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하도급 제도는 국내 뿐만 아니라 여러 선진국에서도 활용할 정도로 이점이 많은 제도다. 취지만 정확히 지켜진다면 원청과 하청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대한항공 서소문 지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지난달 20일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대한항공 서소문 지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그러나 장점 외에도 수많은 단점이 있다. 최근 불거진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위험의 외주화'다. 이는 지난 2016년 서울 지하철에서 스크린 도어를 정비하던 하청업자 근로자가 사망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사망한 노동자는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희생당한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당시 산업안전보건법을 손보자는 사회적 여론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관련 개정안은 기업들의 반발로 2년동안 국회에 계류됐다.

그 사이 사고는 어김없이 터졌다.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비규정직 노동자인 김용균 씨가 운송설비 점검을 하던 중 사고로 숨졌다. 관련 시정 요구가 다시 높아졌고 결국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됐다.

이 개정안은 보호 대상을 넓히고, 도급제한을 두는 등 근로자 '보호'에 중점을 뒀다. 특히 수은, 납, 카드뮴 등 작업의 사내 도급을 금지했다. 이외에도 안전보건 조치 위반 시 사업주에게 가해지는 처벌 수위도 높아졌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은 그동안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업종을 보호하자는 사회적 목소리에 응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법으로 인해 근로자가 일선 현장에서 무분별하게 희생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다만 현재까지는 이 법에 대한 문제점도 계속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개선될 방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도급 대금도 개선 사항 중 하나다. 그동안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에게 '선 작업, 후 대금 결제'라는 갑질을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약속된 하도급 대금은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등 '편법'이 활개치기도 했다.

조선업 하청업체 한 관계자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조선업종에서는 하도급 갑질이 도를 넘었다. 주로 대금 결제와 관련된 부분"이라며 "현재 국회에 하도급 대금과 관련된 법이 통과를 앞두고 있다. 하청업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최소한의 법인 셈이다"라고 일갈했다.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원청업체가 '안전판' 역할을 넘어 모든 문제를 중소기업에게 떠넘기는 형태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안전사고 예방 메뉴얼이 어느 기업에든 있다. 이는 결국은 원청업체가 결정해야 진행되는 것들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위험직종에서 근로자들의 안전 사고가 발생하면 하청업체의 책임을 묻거나, 현장 사무소장 정도만 책임을 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고가 발생 시 원청업체에 막대한 벌금을 물린다거나 회사, 혹은 경영진에도 형사처벌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혁신성장연구본부 수석연구위원은 디지털투데이에 "양편간 존재하는 위계가 부당한 행위로 변질돼선 안 된다"면서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가진 기술의 노하우와 개발 지원 비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체제를 갖춰야 하며 공사 과정에서 시공 변경 등의 변수가 생길 땐 반드시 서면 계약을 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하도급 갑질 비대위가 공정위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사진=하도급 갑질 피해 하청업체 대책위원회)
지난 4월 28일 하도급 갑질 비대위가 공정위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사진=하도급 갑질 피해 하청업체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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