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통상 원청과 하청은 '갑을 관계'로 인식된다. 한쪽은 대기업이고 다른 한쪽은 중소기업이어서다. 일방이 주도하는 위계 속에서 탄생한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와 '노동력 착취' 등 각종 하도급 불공정 행위가 사회 곳곳에서 대두되고 있다.

원청이란 공사나 제조를 완성시키기 위해 수급인에게 업무을 맡기는 행위다. 여기서 발주 받은 일을 수행하는 주체가 하청이다. 원청은 그 대가로 하청에 자금을 댄다. 하청제도는 주로 작업 규모가 큰 건설과 항공, 조선업계 등에서 계약에 의해 이뤄진다. 원청은 안전사고 발생 시 비용 부담이 비교적 적고, 직접고용을 하지 않아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단 점에서 하청을 선호한다. 인력과 기술력의 성장에 한계가 있는 하청업체 입장에서도 자본을 뒷받침해 줄 대기업의 주문을 받는 것이 안정적인 매출 견인에 도움이 된다.

서울 역삼동 소재 GS타워. (사진=신민경 기자)
서울 역삼동 소재 GS타워. (사진=신민경 기자)

다만 수주 측의 형편이 전적으로 발주 측의 대우에 좌우된단 점을 악용한 원청 사례 또한 늘고 있다. 개중에서도 하청업체들 사이에선 납품을 한 뒤에도 원청이 제때 돈을 주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접수된 조정신청 1479건 가운데 하도급거래 분야가 571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이 중 70.9%에 해당하는 392건이 '하도급 대금 미지급'과 관련한 피해 사례다.

GS건설은 지난 2011년 3월 공사비 480억원이 드는 수문제작과 설치공사를 중소업체에 맡긴 뒤 토목공사 마무리단계에서 60억여원 규모의 추가공사를 지시했다. 완공된 2015년 11월 중소업체가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을 요구했지만 GS건설은 미지급 대금과 지연이자를 모두 주지 않았다. 당시 회사가 댄 명목은 '책임 시공'이었다. 결국 지난 2017년 7월 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가 있기 하루 전 71억원을 하청에 지불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급하지 않은 공사비 규모가 크고 자진 시정의 시기가 늦다는 점을 미뤄 과장금 16억원을 부과했다. GS건설은 올해 4월 마찬가지로 공정위에 의해 공공입찰 자격이 제한된 바 있다.

부유식 LNG 생산설비. (사진=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부유식 LNG 생산설비. (사진=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한화시스템(구 한화에스앤씨)은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6년 4월까지 하청업체 2곳에 용역을 위탁한 뒤 하도급 대금 1억4600억원 가량을 장기 어음으로 줬다. 회사가 준 어음의 만기는 60일을 초과했다. 하지만 이날 이후부터 상환기일까지의 기간에 대한 수수료인 약 180만원을 하청에 주지 않았다. 또 해당 초과기간에 대한 지연이자도 미지급했다. 이에 지난 2017년 공정위는 한화에스앤씨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00만원을 부과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12월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08억원을 부과 받은 바 있다. 지난달 말엔 대우조선해양 하도급업체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을 속이고 하청을 도산에 이르게 한 대우조선에 엄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들은 하청업체 15곳이 회사로부터 대금 1484억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대림산업도 19일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억3500만원을 부과받았다. 759개 하청업체에 대금과 어음대체결제수수료를 미지급하고, 하도급계약서를 지연 발급하는 등 불공정 하도급거래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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