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3개월 연속 '전세계 선박 수주량 1위'를 차지했다. 조선업황 부진 속에서도 중국을 제치며 홀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 기세를 몰아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하반기 예정된 대규모 프로젝트를 따내 상반기 동안의 저조한 성적을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14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7월 전세계 선박 발주량 55만CGT(25척) 중 절반에 가까운 27만CGT(10척)를 수주하며 1위를 차지했다. CGT는 '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나타내는 단위로, 선반 건조에 드는 공수 선가와 부가가치 등을 선박의 무게에 반영한 기준이다.

이번에 거둔 성과는 지난해보다 전세계 발주량이 43% 줄어든 상황에서 유일하게 거둔 쾌거여서 더욱 빛난다. 7월 말 수주 잔량은 우리나라가 2% 늘어난 반면, 중국(-9%)과 일본(-24%)은 큰 폭으로 줄었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20만CGT(11척), 일본은 3CGT(1척)로 각각 2위, 3위를 기록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7월 전세계 선박 수주량 중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국내 조선업계가 7월 전세계 선박 수주량 중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국내 조선업계는 그러나, 이런 쾌거에도 불구하고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벌써 올해 상반기가 다 지나갔지만, 목표 수주량은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어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에 목표 수주량 중 16.8%(30억달러, 약 3조6000억원)만 달성하는데 그쳤다. 목표 수주량 178억달러(약 21조6000억원)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목표 수주량 78억달러(약 9조4000억원) 중 41%인 32억달러(약 3조8000억원)를 채웠다. 3사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주율이다. 하지만, 아직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도 기세가 한풀 꺾였다. 실적이 공시되진 않았지만, 목표 수주량 83억달러(약 10조원) 중 26.5% 수준인 28억달러(약 3조4000억원) 정도를 기록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같은 부진의 원인으로는 선박 공급 과잉,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경기 악화 등이 꼽힌다. 또 대규모 LNG(액화천연가스)프로젝트가 연기된 것도 악재 중 하나다. 이는 국내 조선업계가 LNG선박에 특화된만큼 뼈아프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에 조선3사는 하반기에 LNG운반선을 다량 수주해 상반기 부진을 털어내겠다는 각오다. 특히 상반기에 미뤄졌던 LNG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만큼 충분히 실적 개선을 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가득하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업황이 계속 개선되는 듯 보였으나, 계속된 미·중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기악화를 불러오며 상황이 안좋아지기 시작했다"며 "하반기에는 카타르, 모잠비크, 러시아 등 굵직한 LNG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는 만큼 그동안 부진했던 실적을 한번에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 2분기 실적 (사진=현대중공업그룹)
한국조선해양 2분기 실적 (사진=현대중공업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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