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국내 항공업계가 중국, 동남아 노선을 확대한다. 반일감정 확산으로 '알짜배기' 일본행 노선 수요가 줄자 다른 관광지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국내 항공업계는 신규 노선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가뭄'을 이겨내겠다는 각오다.

12일 국내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국과 동남아 노선확대가 빠르게 진행되는 중이다. 대형항공사(FSC) 대한항공은 오는 9월부터 인천~장자제 노선을 비롯해 올해 하반기 중국 3개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 인천~베이징 노선도 기존 주 14회 운항에서 18회로 늘려 운항한다는 목표다.

동남아 노선도 늘어난다. 대항항공은 10월말부터 인천~클락 노선을 포함한 4개 도시에도 신규 취항한다. 클락은 필리핀 주요 관광지 중 한 곳으로, 골프와 관련된 관광객 수요가 많다.

대한항공은 오는 9월부터 중국 노선 3개를 신규 취항한다. (사진=대한항공)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중국 노선 확대 행렬에 동참한다. 제주항공은 이달 중 중국 노선 6개를 새로 취항할 계획이다. 13일 인천~난퉁 노선을 시작으로 오는 19일, 21일에 각각 옌지, 하얼빈행 첫 비행기를 띄운다. 이중 옌지는 백두산 관광의 관문으로 여겨지는 공항이다. 제주항공은 8월에 6개의 중국 노선을 취항하면서 총 중국 노선 16개를 보유하게 된다. 전체 노선 중 비중은 21%다. 

에어부산도 이번달부터 중국 노선을 대폭 늘리기로 결정했다. 특히 부산~옌지 노선은 오는 10월 26일까지 추가 항공편을 투입, 주 6회 운항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에어서울은 9월부터 인천~장자제 노선에 대해 주 3회 운항하고, 티웨이항공은 주 4회 부정기편 운항을 통해 부산~가오슝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  

국내 항공업계에 중국, 동남아 신규 취항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로는 국토교통부로부터 배분받은 운수권이 꼽힌다. 앞서 지난 5월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대형항공사 위주였던 중국행 노선을 LCC에게도 배분했다. 이에 항공사들은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취항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최근 '반일 감정'이 확산되면서 줄어든 일본 여객 감소가 신규 취항을 더욱 '부채질' 하는 꼴이 됐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 한국을 배제한 이후, 지난달 인천발 일본 노선 탑승객 숫자는 일본 경제보복 이전인 지난 6월보다 13.4% 감소한 46만7249명이었다.

문제는 앞으로 수요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최소 1~2달 전에 항공권을 예매하는 특성상 이번달부터 본격적인 일본 여행객 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국적항공사 8곳이 일본 노선 항공편수를 줄였다. 현재 운항 횟수를 줄이거나, 아예 운항을 없앤 일본 노선 숫자가 50개 이상으로 나타났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LCC는 일본 노선에 기대고 있는 비중이 높았다. 그만큼 타격도 뼈아픈 편이다"며 "당분간은 다른 노선을 통해 만회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줄어든 일본 노선 회복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 다만 일본과의 감정이 해소되면 올해 하반기에는 노선 확대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항공 업계가 연이어 발표한 중국행 노선 확대가 아시아나항공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중국행 노선은 아시아나항공에게 '효자' 노릇을 해왔는데, 자칫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은 미·유럽 노선과 제주도·일본 노선 등에서 대한항공과 LCC에게 밀리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강점이 있다고 평가받는 것은 중국행 노선인데, 이번 대거 신규 취항 소식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만약 이번 사태가 길어진다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본 관련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현재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본 관련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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