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일본의 선제적 수출 제재 조치에 따라 소비자 불매 움직임이 확산하는 가운데 애먼 기업들의 피해도 불어나고 있다. 일본 지분 보유사이거나 유사 일본어를 사명으로 둔 곳들은 최근 '일본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는 데 분주하다. 각 기업들에 대한 충분한 재검토 과정을 통해 보다 책임감 있는 불매 행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모발 관리 브랜드를 운영하는 다슈코리아는 최근 일본 기업이란 오명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다슈코리아는 지난 2001년 설립된 토종 회사지만 일부 커뮤니티에 오른 '일본기업 불매운동 리스트'에 언급됐다. 기업 이름이 일본말의 어감과 비슷해 국적을 오해 받은 것이다. 회사는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이같은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도록 유도하는 행사를 이달 말까지 여는 중이다.

(이미지=다슈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다슈 홈페이지 캡처)

이 밖에도 일본 지분을 포함하고 있거나 지분 구조상 일본의 영향력을 받는 기업들이 검열 없이 소비자들의 불매 리스트에 추가되고 있다. 각자의 이해 정도에 따라 국적을 달리 볼 수 있는 모호한 경우들이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한국과 일본의 경계에 있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해마다 미국법인에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한다. 브랜드의 모태가 지난 1927년 미국에서 시작돼서다. 그러나 지분구조의 상위에는 일본기업 '세븐앤아이홀딩스'가 위치해 한국이 지불한 로열티도 결국 일본으로 향한다. 현재 코리아세븐의 대주주는 롯데지주로 지분 약 79%를 보유 중이다. 롯데 역시 사실상 일본 기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전 세계 18개국 가운데 한국에선 롯데가 독자적으로 계약해 운영 중이다"면서 "일본기업이 대주주가 된 것도 롯데가 세븐일레븐 미국법인과 손을 잡은 이후 경영난 때문에 일어난 일이며 우리측 의지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신민경 기자)
(사진=신민경 기자)

쿠팡의 경우 때 아닌 불매운동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쿠팡은 비상장 기업이기 때문에 경영실적과 자세한 지분 구조에 대한 공시 의무가 없다. 다만 재일교포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운영하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가 쿠팡에 약 30억달러(한화 약 3조6270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화근이 됐다.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SVF의 쿠팡 지분율은 30%를 웃돈다. 이와 관련 쿠팡 측은 "외국인 지분을 따져 보면 KB금융은 70%이고 삼성전자와 네이버도 60%에 이른다"면서 "자사 역시 이들처럼 해외 투자를 유치해 한국 내 일자리 성장에 기여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단지 외국인 지분율이 높단 이유로 외국계 회사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단 얘기다.

불매운동의 참여 의사가 있는 소비자들은 개인 차원에서 개별 기업들의 역사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단 주장이 나온다. 다국적 기업이 보편화된 사회에서 기업의 태동을 한 국가로 규정하는 일은 무의미하단 판단에서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불매와 구매 모두 소비자의 권리이기 때문에 불매 대상 기업을 구분하는 일 역시 각자의 가치관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매운동 대상기업 리스트처럼 긍정보단 부정에 가까운 정보가 커뮤니티 상에서 더 빨리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 진위 여부를 따지기도 전에 불매를 이행하는 자세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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