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디지털 디스토피아가 되고 있다
홍콩은 디지털 디스토피아가 되고 있다
  • 석대건 기자
  • 승인 2019.08.09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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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AI 안면 인식 기술·빅데이터 추적 등으로 전방위 압박해
디지털 사찰에 맞서는 홍콩 시위대
사찰 피하기 위해 레이저 사용하고, 신분증·카드 알루미늄으로 감싸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한 홍콩 시위 현장, 과격한 분위기와는 상반된 색색의 레이저 불빛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새로운 진압 도구일까?

하지만 근원지는 다름 아닌 시위대 측. 레이저의 진짜 이유는 중국 당국이 시위대 일원의 얼굴을 찍는 것 방해하기 위해서다. 사진 찍히는 순간, 시위에 참여한 홍콩 시민의 신상은 순식간에 털린다.

홍콩 시위가 중국 본토 정부가 개입하는 장기전으로 확대되면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디지털 사찰을 피하기 위한 홍콩 시위대의 저항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 정부, 안면 인식 기술을 홍콩 시위대 사찰에 사용

지난 6월 9일 수백만 명이 모인 홍콩 집회 이후, 캐리 람 행정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범죄인 인도법’의 무기한 연기를 발표했다. 당시 소강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폐지 주장과 함께 홍콩 자치권 문제가 대두했다. 이에 중국 본토의 진압 병력이 투입되면서 홍콩 시위대와 진압 측의 대립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장기전으로 들어서자, 중국 정부는 진압을 위해 홍콩 시위대를 디지털 수단을 활용해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먼저 시위대 일원의 얼굴을 촬영해 신상을 파헤치고 있다. 중국은 이미 AI를 이용한 안면 인식 분야에서 상당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 중이다. 미아가 발생해도 등록된 미아의 얼굴 사진을 실시간으로 CCTV와 대조해 추적할 정도다. 

이러한 기술력으로 홍콩 시위대를 사찰하는 것이다. 두건으로 얼굴을 일정 부분을 가리더라도 특정 얼굴 부분만 있다면 개인을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홍콩 시위대는 레이저 포인터를 사용해 촬영 자체를 무력화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 정부 측 진압 병력은 레이저 포인터를 무기로 지정하고, 보유자를 체포하기까지 했다.

중국 진압 당국은 레이저 포인터를 무기로 지정하고 보유자를 체포했다고 SCMP는 보도했다. (사진=SCMP)
중국 진압 당국은 레이저 포인터를 무기로 지정하고 보유자를 체포했다고 SCMP는 보도했다. (사진=SCMP)

게다가 홍콩 시위대는 정상적인 통화나 문자도 사용할 수 없다. 이 또한 모두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돼 중국 정부가 감시하고 있기 때문. 

SCMP에 따르면, 현재 홍콩 시위대는 시위 장소 등 민감한 정보 공유 상당 부분은 텔레그램과 시그널(Signal)과 같은 암호화된 메시지 앱으로 주고받고 있다. 

텔레그램은 메시지 발신자와 수신사 사이에 엔드-투-엔드로 암호화되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검열할 수 없다. 시그널은 에드워드 스노든이 사용하는 메시징 애플리케이션으로 유명하다. 

CNN에 따르면, 홍콩 시위 참가자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연락하고 있으며, 시위와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텔레그램 그룹 역시 수만 명에 달한다.

이는 2014년에 발생한 홍콩 우산 혁명 시위의 양상과는 대조적으로, 당시에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약 130만 건 이상의 시위 관련 게시물과 메시지가 오갔다. 

페이스북의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로 인해 데이터 유출, 중국 본토에서의 인터넷 감시 기술 발전에 대한 우려가 시위 방식을 바꿨다.

하지만 한때, 텔레그램도 중국 정부로 의심되는 공격자로부터 디도스 공격을 받기도 했다. 디도스 공격은 분산 서비스 거부 시도로, 특정한 앱에 과도한 트래픽을 발생 시켜 서비스를 먹통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설립자는 “(이번 공격은) 중국에서 온 IP 주소에서 시작됐다”며, “많은 텔레그램 사용자가 있는 홍콩에서의 시위 시기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범죄인 인도법'에 대한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중국 본토 당국의 개입 속에 장기화로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LamYiFei)
'범죄인 인도법'에 대한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중국 본토 당국의 개입 속에 장기화로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LamYiFei)

홍콩 시위대, 사찰 피해 아날로그로 움직이고 암호화된 메시지만 주고받아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홍콩 시위대는 교통카드조차 사용하지 못한다. 홍콩에서 대중교통으로 사용되는 교통카드인 ‘옥토퍼스’는 고유 일련번호가 있어, 등록된 이름과 신분증 번호로 연결돼 중국 정부의 시위대 소재 파악에 악용될 수 있다. 교통카드를 쓰지 않도록 시위대끼리 동전을 나눈다.

또 홍콩 시위대는 공공와이파이도 사용할 수 없으며, RFID 스캐너로부터 신분증과 여권, 신용카드 등을 가리기 위해 알루미늄으로 감싸야 한다. NGO인 '키보드 프런트 라인’은 홍콩 시위대가 중국 정부의 감시를 피하는 방법이 적힌 소책자를 내기도 했다.

지난 7월 중국 중앙 정부는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홍콩 문제로 개최한 첫 회견을 열어, “홍콩 시위는 한 국가 두 체제, 즉 '일국양제' 원칙의 마지노선을 건드렸다”며, “몇몇 사람이 무분별하게 법치를 짓밟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고 밝히며 강경 대응을 암시했다.

강대강의 대립 속에서 시위는 장기화가 예상된다. 점점 홍콩의 모습은 디스토피아에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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