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 3주가 지났다. 지난달 16일 시행에 들어간 괴롭힘 금지법은 직장 내 '강자'가 지위 등을 이용해 '약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근로자 10명 이상인 회사는 취업규칙(근로자가 지켜야할 임금, 근로시간 등 구체적인 근로사항을 기재하는 규칙)에 구체적으로 괴롭힘 행위나 피해자 보호조치, 재발방지 등을 명시해야만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피해 신고를 빌미로 불이익을 주거나 사건을 은폐하면 사업주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내려진다.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직장인들은 가슴 속에 '사표' 대신 '녹음기'를 하나씩 품고 다닌다고 한다. 그만큼 그동안 직장내 괴롭힘이 만연했다는 반증이다. 실제 직장갑질119에 올라온 제보 건수가 하루평균 65건에서 법 시행이 후 110건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직장인 (사진=위키피디아)
직장인 (사진=위키피디아)

문제는 괴롭힘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산업 현장에선 "어떻게 법에 위배되는지 알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왕따와 성추행, 폭언, 폭행 등 괴롭힘은 원인과 방법이 개별사안마다 모두 달라 법 조문에 하나하나 열거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떻게 예방하고 처리할 것인지'를 사업장 자율방식으로 남겨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동대문구청 직장갑질 신고센터 문성수 팀장도 "제보를 분석해 사례를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고 했다.

게다가 괴롭힘은 개인적으로 느끼는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이라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대기도 힘들다. 이런 탓에 법을 악용한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

"법은 최소한이다." 영화 '공공의 적 2'에 나오는 명대사다. 법은 누구나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기에 법은 명확해야 한다. 하지만 괴롭힘 금지법은 그렇지 못하다. 괴롭힘이란 게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하기에 이를 모두 담아낼 수는 없다. 설령 담아낸다고 하더라도 집행에 있어 한계를 들어낼 게 분명하다. 

결국 괴롭힘은 법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상호존중 문화를 정립하는 것이 이 땅에서 괴롭힘을 완전히 몰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법은 상호존중 문화를 만들어 주지 못한다. 오히려 갈등과 대립만 부추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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