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3주가 지났지만 현재까지 재계 안팎에 별 다른 동요 조짐이 일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법제화 이전부터 '직장 내 배려'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법을 의식함에 따라 사내 분위기가 다소 경직될 수 있단 시선이 있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불편함 또한 상호 존중의 사회로 가기 위해 겪는 과정 정도로 보고 있다.

커피전문점 시장점유율 1위인 스타벅스 직원들은 회사든 각 직영 매장 내에서든 서로를 직급이 아닌 영어 닉네임으로 호칭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호칭에 '상호 우위'를 구분하는 뉘앙스를 반영하지 않는 등 기존부터 수평적인 사내 문화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법 시행에 따른 변화가 실감되진 않는다"며 "평소 수직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던 회사가 아닌 이상 대개 별다른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국내 주요 택배사에서도 큰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택배사 한 관계자는 "법 시행 전 모든 임직원들이 '근무 중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는지' 등과 관련해 교육을 받았다"며 "사내 각층에도 이같은 내용을 게시판에 올려 누구나 자주 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 곳곳에 '무의식적인 괴롭힘'에 대해 주의를 요하는 문구가 많아 조심하려는 분위기가 생겼단 후문이다.

일각에선 약속으로 여겨졌던 '사내 예의'가 제도적인 범위에 편입됨으로써 되레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한화호텔앤리조트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호텔업계 특유의 자유롭고 밝은 면이 있어 법의 시행에 큰 영향을 받진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대가 변화하면서 각 사 분위기가 젊어지고 있었는데 법 시행으로 인해 몇몇 회사에선 오히려 대화가 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뿌리가 권력의 오용을 막는 데 있다보니 동료나 상사와의 관계에 선을 긋게 될 우려가 있단 얘기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당연히 지켜졌어야 했던 모종의 사내문화가 법으로 제정됐기 때문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에 제도의 틀이 씌워지니 괜스레 발언 시 조심스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오진호 직장갑질 119 총괄스태프는 이 법의 핵심이 '처벌'이 아닌 '자각'에 있다고 설명한다. 오 스태프는 디지털투데이에 "본인의 행동이 남에게 미칠 영향을 의식하지 않는 이들이 많았고 여기에서 파생된 왕따와 권력 남용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이 생긴 것"이라며 "현재로선 각 임직원들이 자유로운 소통에 겁을 내는 경우도 생기겠지만 더 나은 사회로 가는 과도기로 여기면 좋을 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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