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들이 오는 16일과 17일 양일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해달라고 주장한지 2주가 지났다. 잇단 기자회견으로 소비자들의 공감대 형성이 유도되는 가운데 기사들은 휴일 지정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모양새다. 다만 택배사들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르는 조치라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1일 택배기사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요 택배사에 '택배 없는 날'을 통한 휴식 보장을 요구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과 전국택배노동조합으로 구성된 택배노동자기본권쟁취투쟁본부가 이를 처음 제안한 지난달 15일에 이은 4번째 기자회견이다. 

택배노조 "'택배 없는 날' 실현엔 택배사의 명확한 답 필요해"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지정일 휴식을 제안한지 2주가 지났고 해당 날짜까지도 2주가 남았는데 주요 택배사로부터의 응답이 전무한 상태"라며 "단 2일간의 재충전 기회에 택배사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사진=신민경 기자)
롯데택배 금천지점. (사진=신민경 기자)

노조는 올해 '택배 없는 날'의 지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지난 2014년 KGB택배가 8월14일 접수된 물품을 18일에 배달하는 데 대해 약 2주 전부터 고객사(화주사)의 협의를 구해, 기사들의 여름휴가를 보장한 선례가 있어서다. 네이버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 택배의 연관 검색어로 '택배 없는 날' '택배 휴가' 등이 올라있는 점도 소비자 호응을 방증한단 얘기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디지털투데이에 "노조에 속하지 않은 택배기사 대부분도 지정 휴식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기사들과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터라 택배사와 고객사 양편 가운데 한쪽이라도 우리 제안을 적극 지원해준다면 휴일이 지정될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노조가 택배사를 직접 언급한 것은 각 사가 '택배 없는 날'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휴일을 적용하려면 최소한 2주 전부터는 택배사가 고객사와 소비자 등에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단 게 노조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취재 결과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대형택배사는 사업구조상 이를 실현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한다.

택배업계 빅3 "고객사 계약관계와 소비자 불편 야기...'지정 휴일' 어렵다"

통상 택배기사들은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뒤 잡화(고객사의 화물과 상품을 수집하는 일)와 배송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수입으로 가져간다. 즉 택배는 구조적으로 기업과 개인 등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업무를 이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리점과 고객사, 소비자 등 택배의 다른 이해관계자를 무시하고 2일의 노동 공백을 내기 곤란한 것도 이때문이다. 고객사로부터 꾸준한 택배 출고 요청이 있어 미루기 어려운 데다 냉장과 냉동제품의 배송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점도 우려된다.

(사진=신민경 기자)
(사진=신민경 기자)

이런 운영상 직면하는 문제 외에 '시간적 제약'도 언급된다. 노조의 제안 시기가 7월 중순이란 점에서 택배사 측에선 이를 수용하고 타자와 협의하기에 시간적으로 촉박하단 얘기다. '과도한 물량 리스크' 문제도 거론된다. 휴가 뒤인 19일 월요일에 한 번에 물리는 물량을 버거워하는 이들도 많다. 노조의 제안이 모든 택배기사들의 바람을 대표하지는 않는단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기사들의 휴가는 대리점 내 자체 협의를 통해 결정돼야 한단 게 3사의 공통된 견해다.

"대리점 자체 권한...교대로 시행 중"

택배시장 점유율 1위 CJ대한통운 측은 "같은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들끼리 순차적으로 휴가를 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각 대리점주와 소비자들의 사정도 있기에 섣불리 결단 내리긴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진 관계자는 "임의로 집배송을 수행하지 않으면 고객사와의 계약관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오는 16일부터 19일까지는 징검다리 휴무로 인해 실제 택배 물량이 평상시보다 적기 때문에 대리점의 자체적인 업무조정을 통해 자율적으로 휴무를 시행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측도 제3자인 택배사가 대리점장과 택배기사, 소비자간 이해관계에 관여하는 건 월권이란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폭염이 심한 7월 말부터 8월 초의 경우 각 대리점이 자체 물량 조절로 휴가를 교대로 시행하는 중이다"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롯데택배 대리점협의회에선 이번 휴일 지정과 관련해 요청을 해온 사실이 없으나, 먼저 제안이 온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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