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부분이 10분기 만에 최악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량을 감축을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얼마 전 반도체 시장의 악화로 실적 부진을 기록한 SK하이닉스가 감산을 결정한 것에 비교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사인 미국의 마이크론 역시도 최근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 D램의 공급 과잉이 202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D램 업체들의 감산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얼마 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은 추가적인 감산을 결정했으나, 지난달 31일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추가적인 감산을 고려하지는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D램 시장의 공급 과잉이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의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2020년까지는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이런 이유에서 감산을 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D램의 최대 소비자 중 하나인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데이터 센터’ 전문 기업들이 불확실성이 강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 하반기에 투자를 확대할지는 불투명하다고 분석한다. 또 다른 주요 D램 소비 시장인 스마트폰 역시 소비자들이 5G나 폴더블폰으로 ‘전환’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가트너는 D램 가격이 42% 하락할 것이라며, D램 공급 과잉이 2020년 2분기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트너는 하이퍼스케일 업체들 간의 수요 회복이 더딘 징후와 D램 공급업체의 재고 수준 증가가 그 이유라고 밝혔다.

가트너의 수석연구원 벤 리는 "반도체 시장은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메모리를 비롯한 일부 칩 유형의 가격결정 환경 약화와 더불어 미중 무역 분쟁과 스마트폰, 서버, PC 등 주요 애플리케이션의 성장 둔화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며, "반도체 제품 관리자들은 생산 및 투자 계획을 다시 검토해, 이러한 약화된 시장에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양대규 기자)
(이미지=양대규 기자)

SK하이닉스 "4분기부터 추가 감산 돌입"

이런 시장 환경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SK하이닉스는 생산과 투자를 조정할 계획을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D램은 생산 규모(CAPA)를 4분기부터 줄인다”며, “최근 성장세에 있는 CIS(CMOS 이미지 센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하반기부터 이천 M10 공장의 D램 캐파 일부를 CIS 양산용으로 전환한다. 여기에 D램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캐파 감소 영향이 더해져 내년까지 D램 캐파는 지속 줄어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SK하이닉스는 2019년 2분기 매출액 6조 4522억 원, 영업이익 6376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수요 회복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가격 하락 폭도 예상보다 커지면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각각 5%, 53%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D램은 수요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큰 모바일과 PC 시장에 적극 대응해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13% 늘었으나, 가격 약세가 지속돼 평균판매가격은 24% 하락했다”며, “서버용 D램 수요가 여전히 부진하고,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모바일 D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10분기 만에 최악의 실적…"감산은 없을 것"

SK하이닉스는 감산을 결정했지만, 똑같이 부진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분은 ‘추가 감산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7월 31일 삼성전자는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전세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1분기 때 말씀드렸던 것 외에 생산라인의 변화된 부분은 없다”며, “현재로서는 인위적인 웨이퍼 투입 감소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생산라인 운용은 수요 변동에 맞춰서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감산에 대한 일부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날 실적 발표에서 삼성전자는 2분기 반도체 사업 매출 16조 900억 원, 영업이익 3조 4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6년 3분기 3조 3700억 원 이후로 10분기 만에 최악의 성적이다.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 11조 6100억 원 보다 약 8조 원 가량 줄어들었다. 전분기 보다는 7200억 원 줄어든 기록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은 전반적인 업황 약세는 지속됐으나, 주요 데이터센터 고객사의 구매 재개와 응용처 전반의 고용량화에 따라 수요가 증가했다”며, “낸드는 기술 경쟁력이 있는 128GB 이상 고용량 e스토리지와 2TB 이상 고부가 SSD 수요 대응에 주력했고, D램은 모바일에서 고용량 제품 비중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D램(사진=삼성전자)
D램(사진=삼성전자)

또한 “하반기는 계절적 성수기이나, 대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낸드는 고객들의 가격 저점 인식이 확대된 가운데 주요 응용처의 고용량화로 수요가 지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디램은 계절적 성수기 진입과 고객사 재고 안정화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전자는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D램 1y나노 공정 전환과 연내 6세대 V낸드 양산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제고할 방침이다.

하반기에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생산량을 줄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3분기째 지속되고 있는 공급 과잉이 좀처럼 해결되고 있지 않다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감산 결정이 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달 29일 하나금융투자 김경민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이 2분기 대비 개선되기 어렵지만 실적 발표 직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가 동시에 상승한 것은 SK하이닉스의 감산 확대를 시장에서 재차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증거”라며, 감산으로 인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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