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겐 7가지 기본 감정(칠정, 七情)이 있다고 한다. 기쁨(喜)과 노여움(怒), 슬픔(哀), 즐거움(樂), 사랑(愛), 미움(惡), 욕심(欲)이 바로 그것이다. 욕심도 인간의 본성이란 얘기다.

그렇기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좋은 물건을 보면 그것을 가지고 싶어 한다. 옛 성인들은 이를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했다. 인간에겐 욕심을 실제로 채우느냐, 참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물건을 보면 마음이 동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4차산업혁명과 함께 스타트업의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부도 '규제 샌드박스'라는 걸 도입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산업·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선허용 후규제'인 만큼, 뛰어난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는 스타트업들이 사업을 시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그렇다고 곧바로 스타트업이 활성화되는 건 아니다. 규제만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금력 부족도 스타트업을 괴롭히는 문제 중 하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타트업들은 대기업과 손을 잡는 경우가 많다. 상호간 부족한 부분을 메꿔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또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기술이나 인력을 탈취하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스타트업 기술을 따라한 복제품을 만들거나 비용을 후려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한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중소기업의 기술 유출 피해 건수는 701건, 피해 금액은 9570억원에 달했다. 기술 유출이 발생했을 때 대기업을 고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는 19.4%에 불과했다. 중소기업 사정이 이 정도면 그보다 작은 스타트업은 더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한 스타트업 종사자는 "그동안 여러차례 갑질 사례가 알려지면서 공론화 됐지만, 아직까지 대기업의 횡포는 계속되고 있다. 당장 현장에선 업무의 집중하기보다 언제 대기업이 손길을 뻗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관계자도 "스타트업과 대기업 관계가 상생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 하청업체 수준인 경우가 많다"며 "현행법은 기술유출을 당한 스타트업(중소기업)이 이를 입증하는 방식이다. 대기업에 비해 월등히 작은 스타트업이 이를 증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밝혔다.

대기업이라고 견물생심에서 예외일 순 없다. 좋은 건 자기가 갖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무조건 참으라'고만 해서는 대기업의 횡포를 막을 순 없다.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제재 방안이 필요하다.

'규제샌드 박스'라는 멍석이 깔린 지금이야 말로 '시장경제의 파수꾼'으로 자처한 기관이 나서야 할 때다. 갑질이 없는 지 더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그래야만 그 멍석 위에서 스타트업들이 자유롭게 활개를 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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