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SNS를 통해 대중에게 보다 소탈하면서도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꾸준한 경영 수업을 받고 그룹 경영인으로 거듭난 것은 다른 재벌 3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스마트한 경영자의 모습과 ‘트렌드세터’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고 있어 그의 행보는 다른 재벌들의 이미지와는 다르다. 외식과 핫한 아이템을 발굴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는 정 부회장에게는 ‘트렌드세터’의 긍정적인 평가 이면에 부정적인 면을 함께 가지고 있다. 신규 브랜드를 론칭할 때마다 표절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기업 이미지뿐 아니라 개인 이미지도 ‘표절왕’이라는 수식어가 생겼다. 

이 때문인지 최근 경영실적 부진으로 인해 경영 능력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남매경영 체제에 돌입하면서 많은 언론들과 여론은 여동생인 정유경 사장의 실적과 끊임없이 비교, 분석했다. 정 사장의 실적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반면 정 부회장은 아직 시험대에 올라가 있다. 정 부회장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에서는 어떤 목적과 가치를 가지고 SNS 활동과 오프라인 활동을 하는지 명확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명확성을 갖고 대중들과 소통한다면 부정적인 이미지보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더 잘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세터 이미지, 그 이면에는?

디지털투데이와 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에서 조사한 ‘언론 매체에 나타난 정용진 부회장의 이미지 요소 분석’에 따르면 정 부회장의 대표적인 이미지 키워드는 ‘트렌드세터, 남성적, 소통적’으로 나타났다.
 

정용진 부회장 이미지 요소 분석표(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정용진 부회장 이미지 요소 분석표(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정 부회장의 내적 요소 키워드는 ‘트렌드세터’다. 사업적인 면에서 정 부회장의 트렌드세터 성향을 가장 잘 보여준 대표적 사례는 스타벅스다. 미국 유학 시 커피를 마시는 일이 생활화되어 있는 문화를 보고 스타벅스를 한국으로 들여왔다. 그 결과 커피는 한국 사회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개인적인 면에서도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19만 명이 될 정도로 활발한 SNS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룹 내에서는 ‘홍보 실장’, 밖에서는 ‘이마트 아저씨’로 통한다. 소비자와 가까워야 하는 유통업종의 특성상 정 부회장의 온라인 행보는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어 긍정적이다. 그룹 오너가 다방면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챙긴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는 데다, 실제 브랜드 홍보에 톡톡한 효과를 줬다는 긍정적 평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변화 중인 소비 트렌드를 빠르고 민감하게 캐치하는 탁월함은 있으나 때로는 정 부회장의 즉흥적이고 성급한 성향이 더해져 부정적 이슈를 야기한다. 스타필드, 노브랜드, 삐에로쇼핑 등은 오리지널 브랜드의 마케팅, 매장 컨셉까지 흡사하게 베껴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SNS에서 사회적으로 문제 되는 발언과 행동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줘 경솔하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노조 조합원들의 댓글은 삭제와 차단으로 응대하여 최고경영자로서 무책임하고 비인간적이고 냉혹한 태도를 보여줬다. 사람들은 정 부회장의 SNS를 보며 단순히 개인 차원이 아닌 신세계 그룹과 연계시켜 어떤 이미지를 떠올린다. 따라서 정 부회장은 공적 커뮤니케이션과 사적 커뮤니케이션을 구분하고 일관된 태도로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정용진 부회장이 스피치 할 때 보여주는 비언어적 행동 언어는 전문가처럼 자연스럽다. 목소리 톤이 나이보다 젊다는 느낌을 주며 억양의 고저가 뚜렷하고 어투가 침착해 귀에 잘 들린다. 강연 중에도 그는 청중들의 반응을 주의 깊게 살피고 그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흡입력 있게 스피치 한다. (사진=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스피치 할 때 보여주는 비언어적 행동 언어는 전문가처럼 자연스럽다. 목소리 톤이 나이보다 젊다는 느낌을 주며 억양의 고저가 뚜렷하고 어투가 침착해 귀에 잘 들린다. 강연 중에도 그는 청중들의 반응을 주의 깊게 살피고 그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흡입력 있게 스피치 한다. (사진=신세계그룹)

키 180cm의 균형 잡힌 몸매와 재계 패셔니스타로 알려진 정 부회장의 외적 요소 키워드는 ‘남성적’으로 나타났다. 실제 키보다 훨씬 더 커 보일 정도로 압도적이고 건장한 스타일로 헬스에 관심이 많아 오래전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해 체중이 100kg에 이를 정도다. 자신의 SNS에 공개한 그레그 포한 월마트 미국법인 최고경영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진을 보면 서양 남성들 사이에서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정 부회장은 따로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하지 않고 일본 패션 잡지 등을 참고하며 셀프 스타일링을 한다. 공식 석상에서도 청바지에 노타이, 재킷 차림으로 나타나 탈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자사 브랜드 홍보를 위한 아웃도어를 착용하기도 해 걸어 다니는 홍보맨의 효과를 낸다. 재혼 후에는 비스포크 스타일 즉 맞춤 제작한 신사복으로 멋을 내기 시작했다. 치아가 고르고 깨끗하며 웃을 때 눈가에 주름이 보기 좋게 잡혀 시원스럽고 남자답게 느껴진다. 하지만 가로로 긴 외꺼풀의 큰 눈과 깊은 눈두덩이 때문에 무표정할 땐 서늘한 느낌을 준다. 얼굴 골격이 크고 체격이 건장해 동물에 비유하자면 고릴라, 공룡 같기도 하다. 

‘인문학 전도사’를 자칭하며 여러 강연을 통해 대중의 인기를 얻기 시작한 정 부회장의 행동 언어 키워드는 ‘소통적’으로 나타났다. 정 부회장이 소통을 잘하는 사람으로 알려진 것은 개인 SNS 채널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 그가 스피치 할 때 보여주는 비언어적 행동 언어는 전문가처럼 자연스럽다. 먼저 정 부회장의 스피치를 살펴보면 외양에 비해 목소리 톤이 높고 가늘며 나이보다 젊다는 느낌이 있다. 말의 속도가 빠른 편이나 억양의 고저가 뚜렷하고 어투가 침착해 귀에 잘 들린다. 그가 강연자로서 2014년부터 청년들을 위해 매년 개최하고 있는 인문학 강연을 보면 청중들의 반응을 주의 깊게 살피고 그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흡입력 있게 스피치 한다. 박력은 느껴지지 않으나 적절한 바디랭귀지를 사용한다. 기자들의 상대로 현장에서 일일이 답변을 하는 등 직접 브리핑을 진행할 정도로 달변이다. 언론과 친숙하며 그들과의 접촉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주하고 번잡한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농담을 던지며 폭소를 이끌어낼 정도로 쇼맨십과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언행에 당당함과 자신감이 베어 있으며 이는 압도적인 체구와 맞물려 더욱 증폭된다. 

진짜 소통을 잘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용진 부회장이 자신의 SNS에 공개한 그레그 포한 월마트 미국법인 최고경영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진. 서양 남성들 사이에서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장한 체구에 언행에는 당당함과 자신감이 베어 있다. (사진=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정용진 부회장이 자신의 SNS에 공개한 그레그 포한 월마트 미국법인 최고경영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진. 서양 남성들 사이에서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장한 체구에 언행에는 당당함과 자신감이 베어 있다. (사진=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정 부회장이 가진 자신감의 근원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이 다른 최고경영자들과 다른 행보로 소통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감과 추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 그룹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라면 신세계 그룹은 ‘세련되고 톡톡 튀는’ 이미지다. 정 부회장의 자신감 있는 태도는 그룹의 이미지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대표 키워드인 ‘소통’과 관련하여 이중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개인과 그룹 이미지 모두에게 좋지 않다. 개인 브랜드가 계속 사랑받는 브랜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관성, 지속성, 유용성이 필요하다. 정 부회장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그 만의 가치와 신념이 담긴 PI 컨셉이다. 

소통은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만이 아닌 상대방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잘 한 사람 중에는 미국 전 대통령 ‘오바마’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소통했고, 자신의 이미지와 백악관의 이미지를 위해 일관된 컨셉으로 SNS 채널을 적극적으로 운영했다. 오바마 대통령 이상으로 강연이 익숙한 정 부회장에게 가치나 비전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진정성과 일관성을 갖추고 정 부회장만의 유일한 컨셉으로 지속적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소통한다면 기업 이미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