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1심 판결이 결국 다음 달 22일에 나오게 됐다. 원래 지난 25일 판결이 예정돼 있었지만 지난 23일, 8월 22일 판결이 나오는 것으로 연기됐다. 일각에서는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2일 돌연 사임을 발표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이효성 위원장은 “사업자(페이스북)가 소송을 제기했고, 판결에 대해 여러분(기자)도 관심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며 “이용자 보호 차원에서 의미 있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법원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어 판결을 연기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망중립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고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라 판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외 통신사는 물론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대형 콘텐츠사업자(CP)도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대형 CP의 통신망 무임승차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페이스북이 패소할 경우 이로 인한 파장이 클 수 밖에 없다.

지난 2016년 하반기,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 이용자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이용 장애를 겪었다. 2017년 초엔 LG유플러스 가입자가 SK브로드밴드 이용자와 비슷한 현상을 경험했다. 접속(로그인)이 잘 안되고, 사진이나 글을 올릴 때 자꾸 장애가 발생했다. 다른 이용자가 올린 콘텐츠를 볼 때도 로딩이 잘 되지 않았다. 동영상 재생 등 트래픽을 많이 유발시키는 경우는 더 장애가 나타났다. 

통신사 고객센터 등에 이용자 불편 문의가 폭증하자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와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나서게 됐다. 주무 부처인 방통위가 조사한 결과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가입자의 접속 경로를 홍콩으로 우회해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래 페이스북의 경우 미국에서 일본을 통과해 한국으로 연결된 접속 경로를 사용하고 있었다. 당시 페이스북의 경우 국내 통신사 중 KT만 통신망 이용료 계약을 맺었는데, 당시 미래부에서 상호접속료 부과 방식을 변경한 것도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가입자의 접속 경로를 홍콩으로 우회한 이유 중 하나였다.

사진=플리커
사진=플리커

 

기존에는 SK브로드밴드 가입자가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며 KT 망을 이용해도 두 통신사 간에 별도의 비용 정산이 없었다. 하지만 2016년부터 상호접속 고시 개정으로 발신 통신사 쪽에서 일정한 사용료를 내도록 바뀌었다. 다시 말해 오히려 KT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게 금액을 지급해야 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통신망 이용료 협상을 벌일 수 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접속 경로를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방통위는 작년 3월 페이스북에 3억9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의 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 이익저해 행위 중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가입·이용을 제한 또는 중단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그동안 이번 사건과 관련 콘텐츠제공사업자로서 인터넷 접속 품질에 대한 책임이 없고 응답속도가 느려졌더라도 이용자가 체감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또 이용약관에 서비스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고 명시해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방통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통위의 과징금에 불복한 페이스북은 두 달 뒤인 지난해 5월 서울행정법원에 방통위의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당시 페이스북 관계자는 방통위의 결정에 대해 “사용자에게 가급적 최선의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이번 제재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국내 통신사업자와 협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페이스북에 부과된 과징금 3억9600만원은 사실 크지 않은 금액이다. 페이스북에게 타격이 가는 금액이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 판결이 가지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방통위의 제재는 통신망 품질관리 책임이 통신사뿐만 아니라 CP에도 있음을 규정한 세계 첫 번째 사례이기도 하다. 만약, 페이스북이 한국에서 망 품질관리 책임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비슷한 소송을 당할 수 있다. 또한 페이스북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닌, 구글 넷플릭스 등 다른 CP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CP들은 자사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통신사와 계약을 맺고 연 수백억원 수준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페이스북의 경우 현재 통신사들과 계약을 맺고 일정 수준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지만 구글의 경우는 전혀 내지 않고 있다. 다만,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는 올해 1월에 통신 망 사용료에 합의한 상황이다. 

예전부터 통신망 품질관리는 통신사만이 부담해야 했지만 이동통신 세대가 진화하면서 데이터 트래픽의 양이 늘어나고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글로벌 거래 CP가 헤비 트래픽을 발생하면서 최근 이슈가 되는 중이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글로벌 인터넷 시장에서도 트래픽 기반 정산이 확산되고 있고, 이는 한국이 먼저 제도화한 방향과 일치한다”며 “트래픽 기반 정산은 대용량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도 망이용료 부담을 회피해온 대형 글로벌CP에 대해 의미 있는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법적인 근거가 부족해 국내 통신사들이 글로벌 인터넷 기업과의 협상에서 상당히 불리했다”며 “이번에 방통위가 승소하면 통신사들이 망 이용료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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