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청소노동자들이 '뿔'났다. 지난 23일 비행기 청소 노동자들은 대한항공 서소문 지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파업을 예고했다. 파업 이유로는 노조 탄압과 와해 시도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원청업체인 대한항공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비행기 청소 노동자들은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공항의 하청업체 EK맨파워 소속이다. EK맨파워는 기내 청소와 세탁업무 등을 담당하는 업체로, 현재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계열의 두 노조가 들어선 상태다. 이번 노사간 대립은 사측과 민주노총 계열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사이에 불거졌다.

갈등의 '불씨'는 지난 2017부터 시작됐다. 당시 비행기 청소 노동자들은 노조를 설립한 후 단체협약 교섭을 벌였다. 주된 요구사항은 월급 인상과 휴게 시간 확보 등이었다. 이와 관련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당시 비행기 청소 노동자들이 받는 월급은 150만원 정도로, 최저 임금 수준이었다. 그런데다가 점심시간도 회사가 그날마다 통보한 시간에 맞추느라 매일 달랐다. 정말 열악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대한항공 서소문 지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지난 20일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대한항공 서소문 지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단체협약은 양측 입장차만 확인하다 결국 무산됐다. 이에 노조측은 점심시간 지키기와 업무 외에 일인 기내 오물, 담요 등 중량물 운반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맞섰다. 그러자 사측은 "노조측이 휴게시간을 마음대로 변경해 비행기 운행이 지연됐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노조 간부 12명의 월급통장에서 1억1600만원이 압류됐다.

이외에도 노조측은 파업 등 노조 관련 활동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평소에도 사측이 노조원들을 상대로 폭언과 협방 등을 일삼았다는 이야기다. 이 중 한 직원은 자녀가 한국공항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자르겠다. 앞으로 (노조 관련) 말 나오지 않게 해라"라는 말까지 들었다.

현재 노조에서는 이같은 행위를 명백한 노조 탄압으로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관련 기자회견이나 시위를 벌이면서 근무조건 개선을 주장했다.

이들은 "원청업체인 대한항공도 노조 탄압 문제에 있어 자유롭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공운수노조 박배일 부위원장은 "대한항공이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수차례 촉구했지만, 방관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김태일 지부장도 "대한항공이 사태 수습이나 사실관계를 조사하지 않고 넘어가면 대한항공에 직접 고용을 요구할 계획"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는 원청업체가 주도적으로 하청업체와 손잡고 노조를 와해하려고 한다는 의혹도 포함된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들의 노사협의회 운영과 복리후생 제도 등을 컨설팅하는 과정에서 지배 개입을 시도했다는 내용이다.

공공운수노동조합 관계자는 "최근 하청업체들이 한국공항공사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원청이 점검 사항 중 하나로 하청업체의 노사관계 대응을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인력 운영 계획에는 파업 시 아르바이트를 추가 고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노조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대체인력 투입으로 명백한 불법이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문건에서는 파업 기간 동안 벌어진 점심시간 임의 조정 운영에 대해 소송과 가압류를 결정했다는 내용과 노조의 동향, 조합원 수 등을 파악해 보고하고 있었다. 원하청이 손잡고 노조 활동을 감시하는 부당노동행위를 벌인 것"이라며 "EK맨파워가 노조 관리를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까닭은 든든한 뒷배인 원청업체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공공운수노동조합을 포함한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공항항만운수노조 등은 대한항공을 '직장 내 괴롭힘' 등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한다는 예정이다. 이에 대한항공측은 "우리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지난 20일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대한항공 서소문 지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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