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일본 교토에서 발생한 ‘교토 애니메이션(쿄애니)' 스튜디오 테러 방화 사건은 콘텐츠 업계를 비롯한 중소기업에 충격을 줬다. 33명의 사망자와 35명의 부상자를 낸 이번 사건으로 인해, 수준급의 작화와 업계 노동 여건을 끌어올렸다고 평가받았던 쿄애니는 회생불능의 상태가 됐다.

이후 문제는 화재로 인해 그동안 쿄애니가 제작한 모든 데이터가 사라진 것.

핫타 히데아키 쿄애니 교토 애니메이션 사장은 “과거 작화 데이터 및 자료가 소실되고, 컴퓨터도 작동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에 콘텐츠 업계에서는 데이터 백업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안타까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기업 쿄애니는 화재 테러로 인해 다수의 사상자와 데이터가 모두 소실됐다. (사진=AFP)
일본 애니메이션 기업 쿄애니는 화재 테러로 인해 다수의 사상자와 데이터가 모두 소실됐다. (사진=MBC 방송 캡쳐)

바다 건너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데이터 백업 실태 역시 다르지 않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클라우드 데이터 저장 지원 사업을 활용하는 중소기업은 15개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중소기업 수는 354만 7101개다. 드롭박스 등 정부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클라우드를 쓰는 소기업 있지만, 50GB 이하의 저용량에 그치기 때문에, 대부분 중소기업이 기업 데이터를  별도로 저장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별일 있겠어?”...데이터 보존에 대한 인식 낮아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과기정통부는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클라우드컴퓨팅법 )’ 14조에 의거 클라우드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별도 데이터 서버 인프라를 구축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재로선 클라우드는 데이터 보호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업이 원할 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항이 있었다”며, 그러나 “많은 중소기업이 이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클라우드 지원 사업인 ERP 클라우드 지원 등을 원하는 중소기업이 많았다. 과기정통부는 클라우드 활성화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18년 동안 1200개 기업에 27억 원 규모를 지원했다.

그러나 데이터 클라우드 저장 지원 사업을 신청한 기업이 15개 가량의 소수뿐.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중소기업이 우선 필요로 하는 부분을 신청하고, 데이터 보존의 경우 앞으로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 여긴 듯”하다고 전했다. 

데이터 클라우드로 백업하는 중소기업, 매월 50만 원씩 지원받아 데이터 재난 대비

과기정통부는 15개 남짓 중소기업에  매월 50만 원씩 제공,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케 해 기업 데이터 백업 대책을 지원하고 있다.

물론 한정된 예산과 IT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여건상, 데이터 백업만을 위한 별도 대책까지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일. 그럼에도 중소기업의 데이터 재난 인식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tools4data)

해결책은? "데이터 재난 대비의 중요성 알려야"

데이터 백업을 위해 개별 중소기업을 지원한 사업은 과기정통부뿐이지만, 다수 기업을 연결해 데이터 백업을 지원한 기업 사례는 있다.

지난 2015년, KT는 한국EMC(델 합병 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기업 데이터 백업이 어려운 약 100여 개 기업 및 연구기관에 데이터 백업 솔루션을 제공한 바 있다. 

클라우드를 통해 온라인 백업 인프라를 지원하는 서비스로, KT가 해당 중소기업군에 EMC의 데이터 보호 솔루션을 구입해 제공한 사례다. 

중소기업용 데이터센터를 만들자는 주장도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달 ‘2019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 참석해 “우리 중소벤처는 (클라우드 서비스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며, “중기부가 데이터센터를 만들어서 중소기업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소 중소기업의 상황과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있는 지원 제도와 인프라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만든다고 해도 중소기업은 차라리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에 데이터를 맡기는 게 안전하다고 여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먼 미래보다는 바로 내일 일어날지 모르는 데이터 재난 대비에 대한 중요성을 전파하는 게 시급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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