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은 정말 다사다난한 한해였습니다." 포스코 노동조합(노조) 관계자의 말로, 포스코가 처한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현재 포스코는 부진한 철강업황 속에서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와 "죽음의 기업"이라는 비난을 함께 받는 중이다. 이는 포스코 최정우 회장의 평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은 오는 27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최 회장은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으로, 1983년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에 입사한 이후로 줄곧 '포스코맨' 자리를 지킨 인물이다. 이후 감사실장, 재무실장 등을 역임하고 2008년부터 포스코 건설 상무로 승진하면서 '재무통'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특히 2015년부터는 포스코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인 가치경영센터장을 지내기도 했다. 당시 최 회장은 그룹 내 국내 계열사를 71개에서 38개로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취임 100일 맞은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100대 개혁안을 발표했다. (사진=포스코)
지난해 취임 100일 맞은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100대 개혁안을 발표했다. (사진=포스코)

이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취임 첫해 포스코는 매출 64조9778억원, 영업이익 5조5426억원을 기록하며 7년 만에 최대 영업 이익을 달성했다. 여기에는 가치경영센터에서 4년간 활약했던 최 회장의 역할이 컸다.   

이런 실적을 근거로 2018년은 최 회장이 도약하는 해로 거듭났다. 당시 포스코는 권오준 전 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회장 자리가 비어있는 상태였다. 이에 이사회는 2개월에 걸친 논의 끝에 최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정했다.

당시 국내 철강업계는 전세계적인 철강 공급 과잉, 무역 규제 등 '부진의 늪'에 빠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포스코는 철강 뿐만 아니라 비철강 그룹사업도 확장할 계획을 세웠다. 사업다각화와 수익성 다변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여기에는 최 회장의 '재무통' 성향이 제격으로 점쳐졌다.

최 회장이 취임 100일 맞아 발표한 개혁방안에는 이런 속내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개혁안에는 본업인 철강제품 경쟁력 강화 뿐만 아니라 음극재와 양극재 등 신성장산업 확충 방안이 담겼다. 또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사회문제 해결과 상생 방안 역시 함께 발표됐다. 

실제로 지난해 포스코는 기업시민위원회를 창설, 지역경제 활성화 관련 방안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오는 27일 포스코 기업시민위원회는 이 내용을 모은 기업시민 헌장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최 회장이 늘 '꽃길'만을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현재 최 회장이 비난받는 이유는 노조 와해 시도와 근로자 사망사고 두 가지다. 이중 노조 와해시도는 현재 진행형으로, 노조측은 이와 관련된 성명을 발표와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양대 노조가 자리잡고 있다. 사실 포스코는 1988년 한국노총 계열의 노조만이 존재했다. 그러나 1991년 노조 간부 금품수수 의혹 등이 불거지며 그동안 사실상 '무노조', '휴면 노조' 취급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해 민주노총 계열의 금속노조가 새롭게 탄생했다. 이에 한국노총도 기존 간부 사퇴라는 강수를 두며 조직 정상화를 꿈꿨다. 포스코에 복수 노조체제가 들어선 것이다.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충돌로 이어졌다. 당시 포스코측은 "남자 5명이 회사에 침입해 문서를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금속노조는 "충돌이 아닌 사측의 불법행위를 발견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노조측이 탈취한 문서가 노조 와해 관련 문건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은 확대됐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포스코 사측이 강성노조가 근로자의 권익과 무관한 활동을 다수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했다”며 관련 문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 민주노총 노조는 포스코 제선부 소결공장 공장장과 부공장장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고소하기도 했다. 또 이와 관련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계속 이어 오고 있다.

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알려진 바와 달리 포스코 노조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금도 포스코에는 내부 전산망을 이용해 통제하는 노무관리 시스템이 존재한다"면서 "아직도 노조 탈퇴를 이야기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이어 발생한 사망사고도 포스코의 발목을 잡았다. 올해 포스코에서는 네 차례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발생한 사망사고를 합치면 모두 9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항간에서 포스코를 '죽음의 제철소'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에 포스코측은 안전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예산을 1조원 이상 투입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노조측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변화는 없다. 지난해 숱하게 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변화가 없다는 것은 안전불감증을 의미한다"면서 "취임 당시 핵심가치로 안전을 말했던 최 회장도 사고 발생 이후 말을 아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사측은 말만 무성한 대책이 아니라, 실제적인 안전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3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사진=포스코지회)
민주노총 계열 포스코 노조가 사망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포스코지회)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