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1년 넘게 결론을 내지 못했던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결국 ‘사후규제’로 가닥이 잡히는 모양새다. 국회 과방위는 약 한 달 뒤에 합산규제에 대해서 최종 결정하기로 했는데,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련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모두 합산규제 재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방위 일부 의원들은 두 부처가 합의한 안을 가져오기 않을 경우 합산규제를 연장하자는 의견이지만 소수임에는 틀림없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방송의 지역성 등 문제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사후 규제의 핵심 사항인 유료 방송 요금 인가제 부문에서는 의견 합의에 약간의 진척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관련기사/[단독] 방통위, 유료방송 '요금 신고제' 동의...집중사업자 약관 승인제 제안) 여당 간사인 김성수 의원 측은 과기정통부의 사후규제 방안을 수용할 만하다고 법안소위에서 밝히기도 했다.

22일 국회에서 입수한 지난 12일 열린 법안2소위(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법안소위에서 “과기정통부 사후규제 방안을 수용할 만하다고 생각한다”며 “위성방송의 공익성 확보 문제, 유료방송의 다양성 및 지역성 보호 문제, 공정경쟁 확보라는 사후규제 방향을 어느 정도는 충족을 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를 이제는 그만 접자고 하는 이유는 이미 M&A(인수·합병)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지금은 시급하게 사후규제 방안을 보완·강화하는 문제를 논의할 때다.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에 모두 매몰돼 있는 것은 시장 상황에 비춰볼 때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분명히 있다. 정확히, 김성수 의원·이상민 의원·박광온 의원·이종걸 의원(더불어민주당), 윤상직 의원(자유한국당) 등은 합산규제 재도입을 반대하고 있고, 김성태·박대출 의원(자유한국당), 박선숙(바른미래당) 의원 등은 정부가 합당한 안을 가져오기 않을 경우 합산규제를 연장하자는 입장이다.

이날 회의에서 박선숙 의원은 “(정부가)규제개선 방안으로 가져온 것은 종이일 뿐이다. 말일 뿐”이라며 “입법이 필요하면 입법을,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면 제도의 도입을 전제로 일몰 시한을 연장해서 그 시한 안에 그것을 완료하도록 정부를 촉진할 의무가 국회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대 국회가 이 규제개선 방안에 대해서 수용하고 합산(규제)에 대한 논의를 이제 더 이상 하지 말자라고 결론을 내는 순간 저는 이 규제개선 방안이 입법화되기도, 제도화되기도 어려운 길로 갈 수 있다는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이견이 있는 부분은 시장 집중사업자의 권한 및 규제범위, 다양성평가 신설 등이다. 과기정통부는 방송평가 및 품질평가 신설로 대체하자는 입장이며 방통위는 별도의 유료방송 다양성평가를 신설해 사후규제를 강화하자는 측면이다. 유료방송 이용요금 신고제 도입에 관련해 과기정통부는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에게 결합상품 요금만 승인제를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방통위는 경쟁상황평가와 그리고 사업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통위가 지정하는 사업자(시장 집중 대상자)에 대해서는 모든 상품요금과 약관에 대해서 승인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와 관련 양한열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유료방송 다양성 평가, 시장 집중 사업자 권한 외) 나머지 부분은 (부처) 소관 문제 외에는 일단 어느 정도 의견이 합의점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민원기 과기정통부 2차관은 “(방통위가 주장한) 유료방송 다양성평가 제도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법제화된 예는 없다. 정책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EU라든지 국가들이 있기 때문에 과기정통부가 현재 갖고 있는 정책을 강화하되 다양성평가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검토하자는 얘기를 했다”며 “요금제도는 기본적으로는 소관사항 관련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조직법상 유료방송 체제에 대해서 관장을 하고 있는 과기정통부가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두 부처의 경우 핵심사항인 요금 신고제 부분과 유료방송 다양성평가 제도에 대한 생각이 강하고 이견이 크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합의안을 만들기는 힘들어 보인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 김재영 방통위 사무처장이 합산규제 일몰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합산규제 재도입 연장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또한 김성수 의원이나 이상민 의원 등이 합산 규제 재도입에 대해 분명한 반대를 하는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과기정통부가 방통위가 한달 안에 국무조정실과의 조율을 통해 합의안을 만들 경우 합산 규제가 완전히 폐지되고 사후규제안이 마련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민원기 2차관은 “정부 안에서 법안을 낼 때는 국무조정실을 거쳐서 조율을 하는 정책 조율 기능이 있다. 우리는 이미 국조실을 통해서 이 사안을 조율하고 있다”며 “정부 안에서 조율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사안에 대해 정부에 맡기면 정부합의를 해서 안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전했다.

지난 12일 비공개로 열린 합산규제 관련 법안2소위 회의, 회의록을 통해 회의 내용이 공개됐다 (사진/백연식 기자)
지난 12일 비공개로 열린 합산규제 관련 법안2소위 회의, 회의록을 통해 회의 내용이 공개됐다 (사진/백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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