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CPU 시장은 인텔의 독주 체재였다. 하지만 지난해 인텔의 잇따른 ‘악재’들로 AMD가 전 세계 CPU 시장에서 점유율을 15%대까지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국내 시장에서 AMD의 판매량이 1위 인텔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를 공개하며 인텔의 눈앞까지 추격한 AMD가 결국 10일 다나와에서 인텔의 CPU 점유율을 추월했다. AMD가 국내 CPU 시장에서 인텔을 꺾고 1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전자제품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AMD CPU 판매량 점유율이 51.9%를 기록하며 약 47%의 판매량을 기록한 인텔을 추월했다. 다음날인 11일 다나와는 AMD의 판매량과 판매액 모두 각각 53.4%, 50.8%를 기록하며, 수량뿐만 아니라 매출에서도 AMD가 절반을 넘었다고 밝혔다.

다나와는 "지난 8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AMD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의 인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AMD CPU는 개별 제품별 판매량 점유율에서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3세대 라이젠5 3600과 라이젠5 3700X는 출시 3일 만에 각각 10.45%와 7.15%의 판매량 점유율을 기록했다. 인텔의 대표 프로세서 코어i5-9세대 9400F의 판매량 점유율은 9일 21%에서 11일 17.7%로 3%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CPU 판매량 점유율(자료=다나와)
CPU 판매량 점유율(자료=다나와)

다나와는 "AMD는 지난 2017년 라이젠 프로세서 출시 이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으나, 점유율에선 정체 상태를 보여왔다. 그러나 금번 출시된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는 7나노(nm) 미세공정을 바탕으로 설계되는 등 획기적인 성능향상이 예고되며 출시 전부터 기대감을 모아왔다”며, “반면 인텔은 지난해 발생한 보안 결함 이슈와 공급난 속에서도 꾸준히 CPU 시장 1위를 수성해왔지만, 경쟁 프로세서의 인기로 오랜 1위 자리를 위협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다나와 관계자는 “당분간 라이젠을 필두로 한 AMD CPU의 인기가 이어질 듯하지만, 인텔이 연내 도입 예정인 10나노 기반 프로세서 등장과 차후 대응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AMD가 인텔을 뛰어넘은 이유는? 리사 수 “경쟁사의 절반 가격”

AMD는 새로운 3세대 AMD 라이젠 데스크톱 프로세서를 지난 8일 공개했다. AMD에 따르면, 3세대 AMD 라이젠 데스크톱 프로세서의 출시를 계기로, 12코어 24 스레드의 고성능 프로세서를 사용할 수 있게 됐으며 AMD 기술 리더십의 상징인 고성능 7나노 프로세서를 컨슈머용 데스크톱 PC에서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또한 3세대 라이젠에 사용된 젠 2(Zen 2) 마이크로아키텍처는 전 세대 젠 대비 약 15% 이상의 IPC 향상으로 보다 빠른 게이밍과 콘텐츠 제작을 지원한다고 AMD는 설명했다.

E3서 3세대 AMD 라이젠 CPU를 설명하는 리사 수 박사(사진=AMD)
E3서 3세대 AMD 라이젠 CPU를 설명하는 리사 수 박사(사진=AMD)

AMD 회장 겸 CEO 리사 수 박사는 “최신 AMD 라데온 그래픽 카드와 AMD 라이젠 프로세서를 출시하며 모든 가격대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성능을 제공하고, 궁극의 PC 게이밍 플랫폼을 지원하게 되어 매우 자랑스럽다”며, “AMD는 PC 마니아, 게이머, 콘텐츠 제작자에게 최상의 가치를 줄 수 있도록 컴퓨팅 및 그래픽 시장 전반에 걸쳐 혁신과 경쟁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AMD는 시네벤치(Cinebench) R20 벤치마크에서 인텔 코어 i7 9700K와 AMD 라이젠7 3700X에 비교했다. AMD의 칩이 3배 정도 더 빨랐다. 싱글 스레드 성능은 1% 개선됐지만, 리사 수는 멀티 스레드 성능에서 28%의 향상을 예상했다. 라이젠7 3700X의 가격은 45만 9000원에 공급되고 있다.

AMD는 성능이 더 높은 라이젠7 3800X를 공개했다. 배틀그라운드 게임 벤치마크에서 인텔 코어 i9 9900K와 AMD 라이젠7 3800X가 동률을 보였다. 라이젠7 3800X는 국내에 55만 7000원에 공급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고 사양의 AMD 라이젠9 3900X는 12 코어, 24 스레드, 4.6GHz 부스트, 3.8GHz, 총 캐시 70MB 등의 사양의 초고급형 프로세서다. AMD는 블렌더 렌더링을 통해 라이젠9 3900X와 인텔 코어 i9 9920X을 비교해 16% 성능이 높다고 밝혔다. 라이젠9 3900X는 국내에 69만 9000원으로 출시됐다.

리사 수 박사는 "(3세대 라이젠의 가격은) 우리 경쟁사(인텔)의 절반"이라고 강조했다.

3세대 라이젠 개별 가격(자료=AMD)
3세대 라이젠 개별 가격(자료=AMD)

인텔은 10나노 기반 프로세서로 1위 탈환할까?

인텔은 차세대 10나노 기반 프로세서를 공개하며, AMD의 공세에 대한 반격을 예고했다. 지난 5월 28일 열린 컴퓨텍스 개막 기조연설에 앞서, 올해 출시 예정인 새로운 10나노 모바일 프로세서, 코드명 ‘아이스 레이크’를 27일 공개했다.

인텔 아키텍처, 소프트웨어 및 그래픽의 수석 아키텍처 겸 수석 부사장인 라자 코두리는 “새로운 하드웨어 아키텍처의 성능 잠재력이 한 자릿수라면, 소프트웨어로 실현 가능한 성능은 두 자릿수이다. 인텔은 워크로드에 최적화하고 인텔 프로세서의 성능을 더욱 개선하도록 1만 5000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이달 초 인텔의 투자자 행사(Investor Meeting)에서 공개된 바와 같이, 모바일 PC 제품으로 코드명 아이스 레이크(Ice Lake)인 10나노 프로세서의 초도 물량을 출하할 예정이다. 아이스 레이크에는 인텔의 새로운 11세대 그래픽 엔진이 적용된다.

인텔은 업계 최초로 내장 GPU에 VRS(Variable Rate Shading) 기능이 포함돼, 장면 내 다양한 영역에 가변 처리 능력이 적용되어 렌더링 성능이 향상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텔은 아키텍처 디자인 및 I/O 혁신을 통해 현재 출시된 제품에서도 클라이언트 및 데이터센터를 위한 이기종 컴퓨팅의 장점을 실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스 레이크는 새로운 노트북용 플랫폼으로 ‘서니코브(Sunny Cove)’ 코어 아키텍처와 새로운 11세대 그래픽 아키텍처에 썬더볼트 3, 와이파이 6 (Gig+)를 통합했다.

아이스 레이크는 또한 PC에서 인공지능(AI)을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인텔의 첫 프로세서다. CPU의 인텔 딥 러닝 부스트(인텔 DL 부스트)와 GPU의 AI 명령 및 저전력 가속기를 적용했다.

AMD의 ‘진격’ 계속될 것…인텔 10나노 아이스 레이크로는 ‘부족’

시장조사업체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AMD는 2017년 3분기 10.9% 점유율에서 지난해 4분기 15.8%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AMD는 TSMC의 7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한 프로세서를 발표하며 14나노에 머물러있는 인텔을 기술적으로 훨씬 앞지르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AMD가 업계 최초 7나노 공정 기반 젠2 아키텍처와 이에 기반을 둔 라이젠 3세대 CPU를 출시하며, CPU 시장에서 가격뿐만 아니라 기술력으로도 인텔을 압도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텔이 10나노 기반의 아이스 레이크를 발매해도 다시 AMD와의 좁혀진 격차를 다시 벌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이 10나노 공정을 개발했지만, 대다수는 아직도 14나노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인텔의 10나노 아이스 레이크는 한정된 수량으로 일부 노트북 브랜드에서만 제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아이스 레이크가 모바일 프로세서용으로만 제공되기 때문에 전체 PC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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