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을 표방하던 '텀블러' 제품 겉면에서 납이 검출되자 할리스커피와 파스쿠찌 등이 소비자 뭇매를 맞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납 불검출' 성적표를 받아 든 여타 커피 전문점들은 "자사는 자체 품질보증 기준에 따라 엄격한 검사를 통과한 제품만 판매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다만 조사 대상으로 각 커피전문점의 일부 표본만 반영됐다는 점에서 이번 유해물질 진단 결과가 각사 모든 텀블러 제품들의 안전성까지 담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추측이다. 이에 일각에선 중국에 제조를 맡기는 데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동시에 현행 식품위생법에 식품 용기 겉면에 대한 위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 중인 페인트 코팅 텀블러 24종 중 일부 제품 4개의 용기 겉면에 코팅된 페인트에서 다량의 납 성분이 나왔다. 파스쿠찌에서 판매한 '하트 텀블러'에서 4만6822mg/kg, 할리스커피에서 판매한 '뉴 모던 진공 텀블러(레드)'에서 2만6226mg/kg, 다이소에서 판매한 'S2019 봄봄 스텐 텀블러'에서 4078mg/kg의 납이 검출된 것. 현재 이 업체들은 회사 차원에서 제품 판매를 중지, 회수한 상태다.

할리스커피. (사진=신민경 기자)
할리스커피. (사진=신민경 기자)

문제가 된 제품들은 모두 채도가 높은 원색 계열의 페인트로 코팅돼 있었다. 통상 스테인리스(금속) 재질 텀블러의 경우 표면 보호나 디자인을 고려해 용기 겉면을 페인트로 마감 처리한 제품들이 많다. 때문에 색상의 선명도와 점착력을 높이기 위해 페인트에 납 등 유해 중금속을 첨가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텀블러의 유해물질 안전성 검사결과가 '불검출'로 판명 난 여타 기업들은 어떤 방식으로 제품 관리를 할까. 일단 스타벅스의 경우 이번 조사 대상이 된 'SS 에치드 블랙 텀블러' 제품에서 납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에 회사 측은 "자사 모든 제품에 납 성분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입장이다.

스타벅스는 해마다 100종 이상의 금속 텀블러를 가판대에 내놓는다. 지난 5월 회사는 지난 1년간 커피음료 구매 시 자사 텀블러 등 개인컵을 활용한 소비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그래픽이 들어가 있는 제품은 페인트 코팅 텀블러로 간주되므로 판매 중인 텀블러들 대부분에 페인트가 입혀져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모든 금속 텀블러 생산 시, 스타벅스의 글로벌 품질보증(QA) 기준에 따라 외부 유해성분 검사를 반드시 거치게끔 한다"면서 "이 과정은 제3의 품질관리(QC) 업체를 통해 진행 중이고 검사를 통과한 상품들만 판매한다"고 밝혔다.

스타벅스커피. (사진=신민경 기자)
스타벅스커피. (사진=신민경 기자)

이디야 또한 납이 나오지 않은 'MiiR 텀블러' 외에 조사 대상이 아닌 텀블러들의 유해물질 포함 여부에 대해 결백하단 입장을 밝혔다. 이디야 관계자는 "사내에 유해물질 점검팀이 별도로 구성돼 있어 매장에 구비된 모든 MD제품(기획제품)들에 대해 수시로 검사를 실시한다"며 "MD제품 가운데 텀블러 판매량이 크진 않지만 관리가 철저해 납 등이 검출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엔제리너스도 사내에서 자체조사를 했을 당시 유해물질을 포함한 텀블러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현재 엔제리너스 매장에 전시된 텀블러 가운데 페인트 코팅 텀블러는 50%를 웃돈다. 롯데GRS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판매 중인 텀블러 전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유해물질 여부를 검사하고 있으며 지난 검사에선 특이사항이 없었다"며 "페인트 코팅 텀블러의 비중이 많은 만큼 향후 검사에서는 겉면의 위생도 철저히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문제는 이번 텀블러 유해물질 포함여부 조사결과가 각 커피전문점 내 모든 텀블러의 안전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은 각 주요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금속 텀블러들 가운데 단 한개만 추출해 검사했다. 조사대상은 하나의 표본일 뿐이므로 판매원이 보유한 텀블러들의 대표성을 띠지 못한다는 얘기다.

(자료=한국소비자원)
(자료=한국소비자원)

김솔아 한국소비자원 제품안전팀 조사관은 디지털투데이에 "조사 대상 텀블러의 선정 기준은 '유통인구가 많은 매장들에서 공통적으로 판매하고 있는가'와 '육안으로 페인트 코팅 제품임을 알아볼 수 있는가' 등 다소 주관적인 측면이 포함됐다"면서 "시즌 제품과 상시 제품을 구분하지 않은 데다가 전수조사 성격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비대상 제품들의 납 포함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커피 전문점들의 텀블러 판매는 일회용컵 사용 저지 목적을 띠므로 '친환경'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하지만 조사대상 24종 중 23종이 우리나라보다 환경적·제도적 측면에서 발전이 더딘 중국에서 제조됐다. 또 현행 식품위생법이 '식품과 직접 접촉하는 면'에 대한 유해물질 기준만 정해두고 '용기 겉면'에 대해선 별다른 기준을 만들어 두지 않고 있단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는 "중국 제조품의 경우 안전보다는 효율성을 고려한 경우가 많아 위생 여건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완비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가능하면 위탁생산보다는 국내 제조업체들을 이용해 친환경 의미를 이어가면 좋을 듯하다"고 했다. 하 교수는 또 "텀블러에 과일주스 등 산성이 강한 음료가 담길 경우 입과의 접촉면에 납이 녹아들어 인체에 해를 끼칠 확률은 더 높아진다"면서 "식품 용기 겉면에 대한 규제를 만들어 사측에 위생과 관련한 주의를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