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제임스 본드, 그리고 첫 여성 과기정통부 장관
첫 여성 제임스 본드, 그리고 첫 여성 과기정통부 장관
  • 석대건 기자
  • 승인 2019.07.16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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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첫번째 여성 과기정통부 장관을 기다린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는 ‘32세의 흑인 여성 배우’ 라샤나 린치로 결정됐다. 라샤나 린치는 6대 제임스본드였던 다이엘 크레이그를 이어, 25번째 본드 시리즈인 ‘007 제임스 본드: 살인면허’를 이어받는다.

그동안 본드걸이라는 이름으로 조력자 혹은 도움을 구하는 대상으로만 존재했던 여성은 57년 만에 ‘주인공’이 됐다. 007시리즈가 시작된 1962년 이래, 첫 여성 제임스본드다. 

007사단은 다니엘 크레이그 선정 때에 이미 편견을 넘어선 결정은 보여줬다. 꽃미남 엘리트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제임스본드 역에 강렬하고, 험악하기까지 한 인상을 가진 배우 선정은 ‘캐릭터를 망친다’는 팬들의 우려까지도 일으켰다. 

하지만 침체됐던 007 시리즈는 ‘스카이폴’ 로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완전히 리부트돼 새롭게 태어났다. 특히 ‘007 스카이폴(2012)’은 시리즈 최초로 10억 달러(1조 1800억 원)를 돌파했다.

그렇기에 라샤나 린치가 보여줄 새로운 제임스 본드도 기대를 부른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이미지의 타파였다면, 라샤나 린치는 편견의 타파. 라샤나 린치가 제임스 본드이기 위해 ‘32세’ ‘여성’ ‘흑인’이 벽이 되는 시대는 끝났다.

새로운 007 제임스 본드는 영화 '캡틴 마블'에 출연한 라샤나 린치로 결정됐다. (사진=다음 영화 '캡틴 마블')
새로운 007 제임스 본드는 영화 '캡틴 마블'에 출연한 라샤나 린치로 결정됐다. (사진=다음 영화 '캡틴 마블')

우리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라는 새로운 제임스 본드를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는 약 9개 부처의 대규모 개각을 이르면 7월 중 단행할 예정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현 장관도 교체 예정 후보 중 한 명으로, 개각 후 내년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부산에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유영민 장관은 ‘5G 상용화’라는 확실한 타이틀을 가져가지만, 차기 장관에게는 확실한 미션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만 많다. 

우선 임명과 동시에 반도체로 시작된 한일 무역 갈등을 풀어낼 장·단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 달성’ 목표 로드맵 구성도 차기 장관의 과제다. 약 17조 원에 달하는 2020년 R&D 예산의 관리·감독도 장관의 몫이다. 

차기 장관은 클라우드, AI 등 IT기술의 확산도 이끌어야 한다. 이제 기술 도입을 넘어 활용 단계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그 역할은 더 막중하다. 게다가 AWS, MS,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점점 시장을 잠식하는 중이다. 블록체인 기술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에 따른 부작용도 막아야 한다. 글로벌 IT기업은 이미 기업을 넘어선 인터넷 국가로, 시민의 삶에 파고들고 있다. 프랑스는 ‘디지털세’를 도입했다. 데이터 경제 확산에 따른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디지털 성범죄를 막을 기술 대책도 요구된다. WHO의 질병 코드 이슈 이후 게임 의제도 다뤄야 한다.

모두 과기정통부 장관이 아니라면, 의제를 이끌 수 없는 주제다. 제임스 본드가 필요하다. 그래서 최초 ‘여성’ 과기정통부 장관을 기다린다. 

상징성부터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한 임기 내 여성 장관 50%에 한발 다가갈 수 있어, 우리 사회 ‘유리천장 깨기’에 앞장서게 된다.

IT업계에 여성 인재 육성에도 버팀목이 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당면 문제의 대다수는 인재 부족에서 비롯됐고, 여성이 IT업계로 유입돼야만 해결가능하다. 임혜숙 이화여대 엘텍공과대학장에 따르면, 현재 여성의 대학·대학원 공학계열 졸업생 비율은 학사 22.4%, 석사 19.8%, 박사 13.4%에 불과하다.

당연히 전문성과 리더십은 기본 조건. 남성 장관 내정 시에는 능력 여부를 따지지 않으면서, 여성 장관은 능력을 의심하는 건 맞지 않는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의 조건에는 성별도, 나이도, 피부색이 아니듯, 과기정통부 장관의 조건에 성별, 나이, 피부색은 없다. 굳이 뽑으라면 한국 국적이어야겠다. 

인재가 없어 개각이 미뤄질 것이라는 소식이다. 하지만 인재는 없지 않다. 발견하지 못하는 것일 뿐. 장관 인선의 폭을 넓혀보자. 분명 그곳에 여성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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