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인이 된 A씨(인천거주, 20살)는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를 함께 태운다. A씨는 흡연한지 이제 2년 정도가 지났다. 전자담배를 통해 처음으로 담배를 접했다. 그 후 A씨는 담배 종류만 바뀔 뿐 흡연은 지속하고 있다.

전자담배가 청소년들에게 하나의 유행처럼 자리잡고 있다. 전자담배는 종류를 막론하고 출시 전부터 청소년 흡연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흡연시 특유의 냄새가 남는 일반 담배와 달리 전자담배는 잔향이 적게 남는다.

당시 교육현장에서는 "흡연하는 학생을 적발하기 어렵다. 아이들이 잡아 떼면 그만이다. 심지어 교실 안에서 흡연하는 학생까지 생겼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전자담배는 냄새가 나지 않아 적발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금연 구역인 화장실이나 비행기 등에서 몰래 흡연을 시도하는 '얌체족'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전자담배는 평소 흡연을 하지 않는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 학생 중에서는 학교에서 감시를 피해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하교 시에는 일반 담배를 태우는 경우도 있다. 전자담배가 감시의 눈길을 피하기 위한 '대체품'으로 활용된 것이다. 

A씨는 “굳이 흡연하지 않는 친구들까지 호기심에 전자담배를 피웠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반 담배와 다른 특이한 향과 맛이 많아 여자애들도 쉽게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액상형 전자담배 쥴, 쥴은 미국에서도 청소년 흡연 문제가 불거졌다. (사진=고정훈)
액상형 전자담배는 미국에서도 청소년 흡연 문제가 불거졌다. (사진=고정훈)

문제는 올해 청소년들이 전자담배에 접근하기 더 편리해졌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쥴랩스(쥴)와 KT&G(릴 베이퍼) 등이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어서다. 이중 쥴은 미국 고등학생의 약 21%가 사용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청소년 흡연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됐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액체를 가열한다는 특성 때문에 궐련형 전자담배가 가진 특유의 쩐내가 없다. 장시간 사용 후 보관해도 비흡연자는 담배냄새인지 알아채기 힘들다.

최근에는 냄새가 줄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제품들까지 나온다. JTI코리아는 전자담배 신제품 '플룸테크'를 출시하면서 냄새 농도가 약 99% 줄었다고 홍보한다. 플룸테크는 담배잎을 태우지 않고 증기가 캡슐 속의 담뱃잎을 통과하면서 담배를 간접 가열하는 원리를 가진 제품이다. 출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얼마나 냄새가 남을지는 알 수 없으나, 심리적인 흡연 거부감은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보다 낮아진 가격도 '허들'을 낮추는데 한몫 거든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4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기존 궐련형 전자담배는 할인쿠폰 적용시 8~9만원대다. 가격만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서울 신설동 소재 B고등학교 재직 중인 교사는 "최근 전자담배 제품 종류가 많아져서 겉으로 보기에는 전자담배인지 알아보기도 힘든 수준이다. 언뜻 보조배터리나 USB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가향이 되면서 풍선껌 향이 나는 것도 문제다"면서 "편의점에서 사는 것도 경우도 있지만,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구입하는 아이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보건복지부는 '흡연을 조장하는 환경 근절을 위한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전자담배와 가향 물질 규제에 나섰다.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 등에 함유되는 가향 물질은 흡연을 조장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젊은 흡연자 중 65%는 가향담배를 애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73.1%)이 남성(58.3%)보다 가향담배를 이용 비율이 높았다. 이중 첫 흡연을 가향담배로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흡연자들은 가향 담배를 향이 마음에 들거나, 냄새를 없애주는 등 흡연 거부감을 낮추는 요인이 거론했다.

보건복지부(복지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각종 첨가물을 함유한 담배부터 박하향(멘톨)까지 단계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복지부는 공중이용시설 내 실내흡연실을 2025년까지 모두 폐쇄하고, 니코틴 함유제품을 담배로 규정해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왼쪽부터) 아이코스, 릴, 죠즈20 (사진=디지털투데이)
(왼쪽부터) 아이코스, 릴, 죠즈20 (사진=디지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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