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카풀 등 신사업 보단, 택시를 통한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택시 업계의 생존력은 강력했다. 카풀은 '대타협' 이후 법안이 개정되며 사업으로서의 동력을 완전히 잃었고,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또한 상생안을 준비 중이다.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출퇴근 시간대인 오전 7∼9시, 오후 6∼8시에 카풀 영업을 허용하고 ▲사납금 제도를 없애고 월급제 식의 '전액관리제'를 2020년 1월 1일 시행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다. 

이는 지난 3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에 따른 후속 절차다. 법안은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카풀 업계는 참담함을 보이고 있다. 대타협 주체인 카카오모빌리티와 더불어 승차공유 스타트업 위모빌리티는 이미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기존 법규에 따라 24시간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던 위츠모빌리티의 '어디고'는 "노동 방식이 다양하고, 유연근무제 시행도 자리잡은 지금, 출퇴근 시간을 한정하는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든다"면서도 "유감스럽지만 법적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사업 방향을 구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풀러스는 현재 '풀러스제로'를 통해 무료 운송 서비스만 제공 중이다. 풀러스 제로는 연결비, 여정비 없이 0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무상카풀로, 라이더가 선택적으로 지급하는 팁 외에는 드라이버에게 돌아가는 금전적 보상이 없다. 

풀러스 관계자도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사업성이나 유저 만족을 이뤄낼 수 있는 환경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특히 "정부가 카풀보다 택시를 통한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강력하다고 판단된다"고도 덧붙였다.

정부가 말하는 타협이나 상생은 '택시 업계 살리기'라는 것이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규제샌드박스'에서도 택시와 마찰을 빚고 있는 일부 모빌리티 사업은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최근 규제샌드박스 대상이 된 '코나투스'도 앱 기반 자발적 택시동승 중개 서비스로, 기사 수입이 25% 정도 상승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역삼역 인근을 지나는 마카롱택시, 택시, 파파
역삼역 인근을 지나는 마카롱택시, 택시, 파파
이재웅 쏘카 대표(이미지=쏘카)
이재웅 쏘카 대표(이미지=쏘카)

업계 눈길은 '타다'로...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은 유상운송을 금지하고 있으나, 11인~15인승 승합차를 단체관광을 위해 임차하는 경우 운전자 알선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 틈새를 파고든 사업이 11인승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다. 때문에 택시 업계는 타다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반발에 나선 상태다. 또,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11~15인승 승합차 임차 시 단체관광만 알선 가능토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카풀 때와 마찬가지로 플랫폼 사와 택시 업계 간 상생안을 준비 중이다. 당초 11일 상생안이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16~17일께로 미뤄졌다. 의견 수렴이 마무리되지 않았음이 그 이유였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상생안은 플랫폼 업체가 택시면허를 사거나 대여하고, 택시를 포함한 운송사업자 면허 총량을 현재 수준에서 관리하는 방안으로 나올 전망이다. 개인택시 면허 가격은 7000만원대, 면허 대여 가격은 월 40만원 선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생안을 따를 시 현재 약 천 대 정도의 차량을 운용 중인 '타다'는 면허 매입에만 약 700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이를 감수하면서 상생안에 참여할 지, 타다와 비슷한 사업을 영위 중인 '파파', 8월부터 서비스 시작을 알린 '차차'와 더불어 카카오모빌리티나 우버 등 많은 기업 및 업계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지지부진한 논의로 투자 업계서 모빌리티 사업을 멀리한 지 오래인데, 결국 택시 면허를 사는 식으로 가게 되면 스타트업들은 살아남기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카카오모빌리티나 우버 등 자본이 있는 기업들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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