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0(제로)'을 원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비정규직은 정규직과의 임금 차이, 안전사고 발생 등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며 중요 이슈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에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사회 각층에서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무조건적인 정규직 전환은 오히려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며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실제로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총 3단계 계획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중으로, 2020년까지 모든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국내 기업들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규직화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 국내 비정규직 비율은 높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장근호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국내 임금 근로자 중 중소기업이거나 비정규직인 2차 노동시장 근로자는 89.3%에 달한다. 흔히 말하는 대기업에 속한 정규직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이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되는 비율도 낮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정규직 전환율은 22%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지난 3일 민주노총은 광화문 광장에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고정훈)
지난 3일 민주노총은 광화문 광장에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고정훈)

이들의 차이는 임금격차로 드러난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에 비해 임금이 1.8배 높고, 근속 연수는 2.3배 길다. 이 차이는 노동시장에 또다른 문제를 불러온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비정규직이 늘어날수록 청년 실업과 자영업 비중 증가 등 사회구조적 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관계자도 "비정규직이 점차 확대될 수록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소득불균형은 점점 심해진다. 고용불안과 임금 격차 때문이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성장잠재력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 환경이 취약하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해 고(故) 김용균 씨를 비롯해 연이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기업이 위험의 외주화를 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은 "단순히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라면서 "현재 현장에서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동 환경에서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며 "이는 생존과 관련된 문제다. 결국 정규직화로 해소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반대로 무조건적인 정규직 전환이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업종, 재무상황 등 기업마다 가진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서다. 현재 많은 관련 전문가들이 “취지를 알겠으나, 이에 따른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기업이든 공공부문이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발생되는 문제점은 같다"면서 "정규직 전환을 시행한 기업은 해당 인원이 정년을 맞을 때까지 임금을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그 액수는 매년 늘어나 결국 부담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이 부담을 느끼면, 국내 고용 시장이 얼어붙게 된다. 이는 일자리가 줄어들게 되는 상황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규직 전환이 기존 정규직 근로자에게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파이터치 김강현 연구원은 "정치 논리로 정규직화를 진행한다면 오히려 역차별 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동안 정부는 공정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웠다. 그런데 무조건적인 정규직화는 기존 정규직 근로자가 쌓아온 노력을 무시하는 불공정한 처사가 될 수 있다. 이는 과정보다는 결과에만 초점을 맞춰 발생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지난 3일 민주노총이 광화문 광장에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고정훈)
지난 3일 민주노총이 광화문 광장에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고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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