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들이 제도권 밖에 있던 기본권을 보장하고 온라인 쇼핑몰의 백마진 관행을 개선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지난달 26일 국토교통부가 이들 기사의 처우 개선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행보다.

택배노동자기본권쟁취투쟁본부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기사들의 처우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택배기사는 주당 평균 74시간을 일한다. 이는 노동자운동연구소가 이달 발표한 '전국 집배원 초과근로 실태조사'에서 규정한 우체국 집배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인 55.9시간보다 18시간 많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택배산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이같은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며 "주5일제 도입과 최소한의 휴식시간 보장이 생활물류서비스법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1일 오전 11시 참여연대에서 열린 '생활물류서비스법 관련 택배기사 요구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발언 중이다. (사진=신민경 기자)
11일 오전 11시 참여연대에서 열린 '생활물류서비스법 관련 택배기사 요구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발언 중이다. (사진=신민경 기자)

아울러 쇼핑몰업체가 택배비 일부를 취하는 '백마진' 문제도 주요하게 대두됐다. 국토부가 지난 2017년 발표한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에 따르면 소비자가 온라인구매기업에 지불하는 배송비는 2500원 가량이나 통상 택배회사가 받는 택배요금은 평균 1730원이다.

김태완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은 "온라인구매기업들이 약 770원 가량을 부당하게 편취하고 있다"며 "현재와 같이 집배송 수수료가 낮은 구조에서 택배 근로자들은 많은 물량을 배송하기 위해 애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백마진 등 온라인구매기업의 불공정 관행이 궁극에는 시간당 30~60개를 배송해야 하는 근로자의 악조건을 초래한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이어 "지난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가 770원은 온라인쇼핑몰의 박스포장비 명목이므로 백마진으로 볼 수 없다고 답변했다"면서 "상식적으로 택배요금의 30%가 박스포장비에 해당하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이른바 '공짜노동 분류작업' 근절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경옥 민주노총 비정규직근로자대책특위 위원장은 "택배기사 다수가 아침 7시에 출근해 오전 내내 분류작업에 시달린 뒤 오후를 훌쩍 넘겨서야 배송을 출발한다"며 "근로기준법 노동시간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에게 이같은 분류작업은 공짜노동일 뿐"이라고 밝혔다. 생활물류서비스법에 무보수 분류작업을 없애는 방안이 담겨야 한다는 얘기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투쟁본부는 물류서비스법에 포함돼야 할 최소한의 요구로 △처우개선 문구 포함 △백마진 금지 △휴식시간과 휴식공간 제공 △산재보험 가입률 제고 △계약갱신청구권 6년 지정 △ 손해발생의 입증책임자로 택배사업자 지정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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