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규제 샌드박스 심의의 테마는 ‘공유경제’였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 과기정통부)는 ‘제4차 신기술 · 서비스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규제 샌드박스 지정 여부를 심의했다.

4차 심의위원회에서는 총 8건에 대해 심의했으며, 그 결과 실증특례 2건, 임시허가 2건, 조건부 임시허가 3건, 그리고 추후 논의 후 재상정 1건을 결정했다.

‘실증특례’는 현행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서비스에 대해 특례 부여 후 실제 운용을 허가한다면, ‘임시허가’는 명시적 근거는 없으나 규제 탓에 기업 서비스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상황을 일정 기간 풀어주는 규제 샌드박스다.

지난 3차 심의 결과가 ‘통신사 무인기지국 원격관리’ ‘VR 시뮬레이터’ 등 5G 기반 통신을 활용한 서비스 허용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4차 심의의 방점은 공유경제로 ‘공유주방’ ‘택시동승 서비스’ 등이 규제 샌드박스에 입장했다.

안건별로 살펴보면,

택시기사가 모집한 합승은 불법, 승객이 요청한 동승은 합법

코나투스는 이동경로가 유사한 승객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매칭(1+1)해 택시기사를 중개해 심야시간대 승차난을 해소하고, 택시기사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실증특례를 신청했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는 택시발전법상 금지되는 ‘택시 합승’ 여부와의 불분명한 해석과 ‘서울시 호출료 기준(주 2000원, 야 3000원)’이 낮아 택시기사의 플랫폼 유인책이 부족했다.

이에 심의위원회는 심야 시간대 승차난 해소를 위해 서울시 택시에 한해 플랫폼을 운영토록 실증특례를 부여했다.

예를 들어, 강남에서 판교로 이동한다고 했을 때, 승객 A와 B는 각각 20000원 다른 택시에 요금을 내야 하지만, 코나투스 플랫폼에서는 요금의 절반과 호출료(3000원)를 더해 각각 13000원만 부담하면 된다. 

택시기사 역시 기존의 20000원에서 플랫폼 이용료인 1000원을 제외한 5000원을 더해 25000원으로 수익이 늘게 된다. 

(자료=과기정통부)
코나투스 플랫폼 이용시 요금 체계 비교 (자료=과기정통부)

다만, 취지에 맞게 출발지를 심야 승차난이 심각한 6개 특정지역(강남·서초, 종로·중구, 마포·용산, 영등포·구로, 성동·광진, 동작·관악)으로 한정하고, 사업 개시 전 안전성 담보를 위한 체계, 불법 행위 방지 및 관리 방안을 마련토록 요구했다. 

제시된 안전대책으로는 이용자는 실명으로 서비스를 가입해야 하며, 오직 신용 · 체크카드로만 결제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또 탑승과 동시에 승객의 지인에게 알림 기능이 필요하며, 자리 지정 기능도 요구된다. 더불어 24시간 불만 접수·처리 체계도 필요하다. 

"코나투스는 좋은 상생 모델될 것"

장석영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이번 결정은 승객의 자발적인 신청에 따라 동승하는 방식으로, 불법인 택시기사가 임의로 승객을 합승하는 것과 다르다”며, “첫 모빌리티 규제 샌드박스 사례로, 좋은 상생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나투스의 서비스의 실증특례에 따라 카카오T, 티맵 택시도 동승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진수 과기정통부 인터넷제도혁신과장은 “다른 플랫폼도 안전 기준, 플랫폼 호출료 등의 기준에 맞춰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할 경우,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유주방 사업 길 열려... 진입 벽 낮추고, 창업 비용도 줄여

공유주방 서비스도 열렸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식품을 제조 · 조리해 판매할 경우, 영업소별 또는 주방 구획별로 하나의 사업자만 영업신고를 할 수 있었다. 또 판매를 목적으로 식품을 제조할 경우, 개인에게는 가능하지만 편의점 납품 등 기업(B2B) 판매는 불법이었다.

이에 심의위원회는 심플프로젝트컴퍼니가 신청한 온라인 기반 주방 관련 시설 대여 · 공유 서비스에 실증특례를 부여하고, 단일 주방 시설에도 복수사업자가 영업신고를 가능하게 하는 한편, 공유 주방 내 생산 제품의 B2B 영업을 허용했다.

실증 특례가 지정된 공유주방은 ‘위쿡 사직지점’이며, 추가 지점은 식약처와 협의 하에 설립할 수 있다. 추가 범위는 전국 35개 지점, 수도권은 15개 지점까지다.

추가로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공유 주방에 별도의 위생관리 책임자를 두고, 제품별 표시사항 기재 및 유통기한 설명, 분기별 자가 품질검사 실시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심의위원회는 공유 주방 실증특례를 통해, 지점당 20개 이상의 사업자가 영업 신고를 해 외식업 창업자의 시장진입 경로를 늘리고 창업 비용도 1/10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위쿡)
심플프로젝트컴퍼니의 위쿡 사직 지점 (사진=위쿡)

임시허가된 2건은 대한케이블의 ‘태양광 발전 모니터링 서비스’와 인스타페이의 ‘QR코드 기반 O2O 결제 서비스’다. 

대한케이블은 발전소나 가정집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의 발전량 데이터 모니터링 서비스를 SKT LoRA망으로 제공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대한케이블은 LTE망을 활용하고자 했으나, 현행법상 LTE망 활용 시 ‘도매제공의무서비스 재판매사업’ 등록이 필요하다. 즉, 알뜰폰 사업자가 되어야만 LTE망을 쓸 수 있는 것. 그러나 납입자본금이 30억 원에 달해, 대한케이블로서는 불합리했다. 

이에 심의위원회는 대한케이블의 ‘태양관 발전 모니터링 서비스’에 SKT의 LTE망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임시허가를 부여하는 한편, 다른 IoT 사업자의 유사한 신청이 있을 경우 패스트트랙으로 신속하게 심의하기로 결정했다.

더불어 과기정통부도 IoT 관련 중소기업의 시장 진출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도매제공의무서비스 재판매사업 등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장석영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이 4차 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석대건 기자)
장석영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이
4차 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석대건 기자)

QR코드 결제 서비스도 ‘임시허가’됐다. 

인스타페이는 시설물이나 전단지에 QR코드를 넣어 제휴업체를 중개해 소비 편의성을 늘리고자 했지만, 서비스를 위해서는 제휴업체가 통신판매업 신고가 필요했다. 대부분 영세한 제휴업체인 사정상 모두 통신판매업자 신고가 어려워 그동안 인스타페이의 서비스의 장애물로 존재했다.

이에 심의위원회는 임시허가를 부여하고 인스타페이가 통신판매업 신고 대상이지만 미신고업체와 제휴하는 경우, 해당 업체를 대신해 전자상거래법상 책임 · 의무 이행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가상화폐 서비스는 여전히 규제 벽 높아 

조건부 임시허가를 받은 3건은 ‘택시 앱 미터기’로 신청한 SK텔레콤, 티머니, 라라소프트다.

이들은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택시미터기를 전기로 작동하는 기계식만 허용하고 있어, GPS 기반 앱 미터기를 출시할 수 없다며 임시허가를 신청했다. 

이에 심의위원회는 국토부에 GPS 기반 앱 미터기에 대한 기준을 오는 9월까지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만약 그때까지 국토부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심의위원회는 위 3개 기업에 임시허가를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가상화폐를 매개로 한 해외송금 서비스에 임시허가를 신청했던 ‘모인’은 이번에도 통과되지 못했다. 심의위원회는 저렴한 수수료, 빠른 송금 속도 등 장점도 존재하지만, 가상화폐로 자금세탁 등 부작용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해당 서비스는 추가적인 관계부처 논의를 거쳐 재상정키로 했다.

유영민 장관 “규제 샌드박스, 갈등 관리의 현명한 해법 될 수 있어”

과기정통부는 제도 시행 6개월 동안 ICT 규제 샌드박스 총 77건의 과제가 접수되어, 45건이 처리됐다며, 현재 15건의 과제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 가접수된 상태로, 신청서 보완을 거쳐 공식 접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해 9월 법통과 이후, 시행령 정비, 심의위원 위촉, 거의 매달 심의위원회 개최 등 성공적인 제도 안착을 위해 달려왔다”며, “민간과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모빌리티 플랫폼, 디지털 헬스케어, 5G 융합, IoT, O2O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 서비스가 규제 샌드박스에 지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신청과제들을 보면 기존 산업군과 갈등소지가 높은 기술‧서비스가 규제 샌드박스 문을 두드리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갈등관리’에 대한 현명한 해법과 조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하반기 규제 샌드박스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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