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수동적인 모습을 보였던 정부가 최근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물론, 외교부에서도 미국과도 관련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역시 강경한 발언을 통해, 일본의 해결을 촉구했다.

11일 외교부에 따르면, 에티오피아에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장관이 10일 밤 11시 45분 경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과 통화하고 한일관계 등에 대해 논의했다. 강경화 장관은 “우리 정부가 투트랙 방침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대일 관계 발전 의지를 견지해 왔다”며, “일본의 무역제한 조치가 우리 기업에 피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 체계를 교란시킴으로써 미국 기업은 물론 세계 무역 질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바, 이는 한일 양국간 우호협력 관계 및 한미일 3국 협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강 장관은 우리 정부로서는 일본의 이번 조치 철회와 함께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기를 희망하며, 일본과의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폼페오 장관은 이해를 표명하였으며, 이와 관련 양 장관은 한미/한미일간 각급 외교채널을 통한 소통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양 장관은 오는 8월 1~3일간 방콕에서 개최 예정인 ARF 외교장관회의 계기에 다시 만나 북핵문제 및 한미동맹 발전 방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해 나가기로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외교부)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외교부)

"일본 수출 규제, WTO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나"

이에 앞서 9일(현지시간) 정부는 WTO 상품 무역 이사회에서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를 비판하면서 WTO 자유 무역 원칙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백지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는 이날 오후 마지막 안건으로 올라온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일본이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강조한 직후 이러한 조치를 발표한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백 대사는 일본이 수출 규제의 근거로 주장한 '신뢰 훼손'과 '부적절한 상황'이 현재 WTO 규범상 수출 규제 조치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회원국들에 설명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도 일본 기업은 물론 전 세계 전자제품 시장에 부정적 효과를 줄 수 있고, 자유무역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는 이유다.

청와대 역시 지난 8일부터 일본 정부에 강경한 대응을 시작했다. 8일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정부에 조치 철회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하고, 한국기업의 피해 발생 시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10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재계 총수와 가진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일본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무엇보다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화답해 주기를 바라며, 더 이상 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재계 총수와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재계 총수와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文 "日 정부 '정치보복' 근거 없어"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수출제한 조치의 철회와 대응책 마련에 비상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는 조처를 하고 아무런 근거 없이 대북제재와 연결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양국 우호와 안보 협력 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는 조처를 하고 아무런 근거 없이 대북제재와 연결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양국 우호와 안보 협력 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양국의 경제에도 이롭지 않은 것은 물론 당연히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국제적인 공조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경제는 내부 요인에 더해 대외적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와 강대국 간 무역 갈등이 국제교역을 위축시키고 세계 경제 둔화 폭을 더 키우고 있다"며, "그것만으로도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데 거기에 일본의 수출 제한조치가 더해졌다. 외교적 해결 노력에도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지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문 대통령은 정부와 주요 기업들간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례 없는 비상 상황인 만큼 무엇보다 정부·기업이 상시로 소통·협력하는 민관 비상 대응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며,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와 경제부총리·청와대 정책실장이 상시 소통체제를 구축하고 장·차관급 범정부지원체제를 운영해 단기적·근본적 대책을 함께 세우고 협력해나가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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