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산은)이 매각 계획을 발표한 지 3개월이 넘도록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인수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기업들이 거의 없어서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올해 매각이 어려울지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관련 입찰 시기를 연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산은과 매각 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 증권 등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공고를 이달에 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입찰 시기를 늦추려는 배경으로는 ‘흥행 실패’가 꼽힌다. 아시아나항공은 처음 매각이 발표된 지난 4월에만 하더라도 SK과 롯데, 한화, 애경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 이 기업들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거나 "계획이 없다"며 한 발 물러난 상황이다. 애경과 일부 기업만이 인수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공고가 7월 중으로 예정돼 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매각 공고가 7월 중으로 예정돼 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 산은 등이 매각 공고를 원래 이달에 내겠다고 했지만, 현재로선 매각 공고를 연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며 "올해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가능성에 대해 낮게 보는 관계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큰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산은이 고민에 빠졌다. 기존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들을 묶어 통매각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 총 6개로, 예상 매각가는 1조원에서 2조원 사이다. 여기에 당장 올해 갚아야하는 차입금만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부채는 7조원 규모다. 적극적인 인수의지를 보인 애경조차 자금 확보를 위해 재무적 투자자를 모집할 정도다.

때문에 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등 계열사들을 분리매각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이어진다. 

실제로 분리매각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일단 인수 기업의 부담이 한층 덜해진다. 게다가 에어부산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대주주들이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산은은) 통 매각이 매각가를 높이거나, 국내 항공업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이 분리 매각될지는 관련 공고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 산은이 여러차례 분리매각을 부인한 이상 현재로선 소문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
아시아나항공 매각 공고가 7월 중으로 예정돼 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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