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데이터가 돈’이라는 개념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많은 기업이 시장 조사를 위해 혹은 영업 마케팅을 위해 고객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약관에 초파리 크기의 글씨로 ‘우리 회사가 당신의 정보를 사용하는 데 동의하십니까’ 묻고, ‘예’를 받아낸다.
소비자는 자신의 정보를 기업에 주지 않으면 홈페이지에 가입할 수 없다. 가입하지 않으면 제품을 구입하지도, 서비스를 받을 수도 없다. 소비자는 따로 이용 대금을 내고, 개인정보는 덤으로 제공하는 셈이다.
데이터는 기업에겐 돈이지만, 소비자에게는 돈이 아니다. 이처럼 같지만 다르게 활용되는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노동’이다. 개인은 기업에 노동을 제공하고 자본을 받는다. 기업은 노동을 또다른 자본을 만든다. 자본주의 상호교환의 기본이다.
에릭 포스너 시카고 로스쿨 교수와 글렌 웨일 마이크로소프트 수석연구원이 함께 쓴 <급진적 시장들>에서는 ‘데이터’를 노동의 수준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을 하면 돈을 받듯, 데이터를 제공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 사실 ‘데이터’라는 게 어떤 자료나 증거라는 점에서 특정한 활동으로 만들어진 필연적인 결과임에도 그 연결고리를 걸기는 쉽지 않다.
자본주의 이전에는 노동의 결과도 지금의 데이터처럼 온전히 돈이 될 수 없었다. 조선시대 사노비는 주인의 땅을 갈고 수확물 대부분을 바쳐야 했다. 그래야만 삶을 부지할 수 있었다. 지금이 데이터 노예 시대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오늘은 ‘정보보호의 날’이다. 정부는 정보보호의 중요성을 제고하고 ICT 관련 종사자들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2012년부터 매년 7월 둘째 수요일을 ‘정보보호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특별히 7월인 이유는 2009년 '7.7 DDoS 공격’ 발생으로 인해 전산망이 마비된 사건을 기억하고 경각심을 갖기 위해서다.
10년이 지난 2019년, 이제 ‘정보보호’의 개념은 단순히 사이버 공격 방어만이 아니라고 세상은 말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8700만 고객정보를 유출했다. 포함된 정보는 이름·고향·종교·교육 수준·친구목록·좋아요 등의 ‘한 사람의 거의 모든 데이터’다. 우리나라 기업과 기관의 유출 사건도 수두룩하다.
우리 사회는 노동의 가치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최저임금은 노동의 가치 추락을 막는 한계선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시대는 데이터가 곧 노동, 즉 인간의 가치가 된다. 우리 사회는 어떻게 '정보보호'할 수 있을까?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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