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 종목을 추가 확대할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은 공작 기계와 탄소 섬유 등이 규제 대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한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대일 의존도가 높은 웨이퍼와 블랭크 마스크 등의 소재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에 대한 추가 규제를 진행하면,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소재 기업의 육성을 비롯한 다양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일부 피해는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다.

8일 일본의 NHK는 “일본 정부가 이번 조처를 계기로 한국 쪽에 원자재의 적절한 관리를 촉구할 생각”이라며,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없으면 수출 관리 우대 조처를 부여하는 나라에서 한국을 제외해 규제 강화의 대상 일부를 공작기계나 탄소섬유 등 다른 수출 품목으로도 넓히지 않을 수 없다고 보고 한국 쪽의 대응을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日 정부, 18일 추가 규제 있을 듯

업계는 일본의 추가 수출 규제가 18일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9일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한-일 청구권 협정상 분쟁 해결 절차 중 하나인 제3국 의뢰를 통한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한 한국의 답변 시한은 18일까지다. 답변에 따라 일본이 추가 수출 규제 조처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앞서 1일 일본 아베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품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이어 4일 본격 단행했다. 규제는 디스플레이의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의 리지스트와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이 대상이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OLED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며, 리지스트는 반도체 기판 제작의 감광제로, 에칭가스는 반도체 세정에 사용된다. 한국은 플루오드 폴리이미드의 93.7%, 리지스트의 93.7%를 일본에 의존하며, 에칭가스의 수입은 중국 46.3%, 일본 43.9% 규모다.

업계 관계자들은 3가지 품목 외에도 반도체 산업에 사용되는 일본산 소재의 추가 규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소재 생산 자립성을 높여서 일본의 규제에 대응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미지=양대규 기자)
(이미지=양대규 기자)

반도체용 웨이퍼나 블랭크 마스크 등 위험

4일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에 대한 추가 규제가 발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주요 품목 중 당사가 우려하고 있는 제품은 반도체 생산을 위한 웨이퍼(Wafer)와 블랭크 마스크(Blank Mask)”라고 말했다.

박유악 연구원에 따르면, 반도체 웨이퍼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필수 소재로, 일본섬코와 신에츠화학이 전세계 시장 점유율의 53%를 차지하고 있다. 그 외 대만 글로벌 웨이퍼(17%)와 독일 실트로닉스(13%), 국내 SK실트론(9%)이 공급중이다.

박 연구원은 “일본의 규제 조치로 인해 수입 절차가 복잡해질 경우 국내/대만/독일을 통해 구매할 수 있지만, 현재의 타이트한 웨이퍼 수급 상황 상 일본을 대체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사태의 해결, 장기적으로는 SK실트론을 통한 국산화 비중 확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블랭크 마스크 역시 메모리와 비메모리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필수 소재이며, 호야와 울코트 등의 일본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특히 7nm EUV 공정 준비를 위해서는 호야의 블랭크 마스크 구매가 필수적인 만큼, 수입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비메모리 분야의 성장에 걸림돌로써 작용할 것이다.

박 연구원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국산화가 절실하고, 관련 업체 중 SKC와 에스앤에스텍에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소재·부품 수출 규제 품목이 늘어나면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미래 먹거리 기술은 물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차세대 연구개발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본다. 또한 국내 정부나 기관 등이 대책으로 부품·소재 산업 육성으로 일본 의존도를 낮추겠다고는 하지만, 결과가 바로 나오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우리 정부는 국산화로 대처한다는데 산업 분야마다 수백 개씩 달하는 필수 소재·부품을 100% 국산화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산업부가 R&D 과제 주고 예산 쓴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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