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SK하이닉스가 최근 128단 낸드 플래시(NAND Flash) 메모리를 최초 공개하며, 업계의 3D 적층 경쟁에 불을 붙였다. 특히 삼성전자와 도시바-웨스턴디지털 등 기존의 글로벌 리더들보다 상대적으로 공정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 SK하이닉스가 먼저 128단 낸드 플래시를 구현하며 업계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가 연내에 100단 이상의 3D 낸드 플래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며,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도 내년에 출시할 전망이다. 또한 중국 반도체 기업 YMTC(양쯔 메모리 테크놀로지)가 올해 64단 3D 낸드 플래시를 양산한 뒤, 내년에 128단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반도체 굴기로 낸드 플래시 영역에 진출을 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경쟁력은 찾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YMTC의 양산 계획이 지난해부터 늦어지고 있으며, 이미 90단을 넘어 100단 이상의 공정을 바라보는 선두 기업들과의 격차를 좁히기가 어렵다는 이유다.

반면 또 다른 전문가들은 YMTC의 64단 낸드 플래시 양산이 올해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며, 내년 128단까지 단계적으로 성장하면 기존의 업체들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를 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세계 최초’ 128단 1Tb TLC 4D 낸드 플래시 개발

세계 최초로 100단 이상의 적층형 낸드 플래시 문을 두드린 것은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6일 세계 최초로 128단 1Tbit(테라비트) TLC(Triple Level Cell) 4D 낸드플래시를 개발하고 양산에 나선다고 밝혔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당연히 100단 이상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업계는 예상을 뒤엎고, 4~5위권의 SK하이닉스가 먼저 발표를 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는 110~120단으로 쌓는 6세대 V낸드 플래시 개발을 마치고, 올해 하반기 양산을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최근 삼성전자 신경섭 R&D 연구소 상무는 “올해는 적층수를 100단 이상으로 쌓은 V6를, 2022년에는 적층수를 200단 이상으로 쌓은 V8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에 개발한 128단 1Tb 4D 낸드는 웨이퍼당 비트 생산성이 기존 96단 4D 낸드 대비 40% 향상됐다”며, “또한 같은 제품에 PUC를 적용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도 비트 생산성이 15% 이상 높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정 최적화를 통해 96단 대비 셀 32단을 추가 적층하면서도 전체 공정수를 5% 줄였다. 이를 통해 128단 낸드로의 전환 투자비용을 이전 세대에 비해 60% 절감할 수 있었다”며, “작년 10월 CTF 기반 96단 4D 낸드 공정 플랫폼을 그대로 활용해 96단 이후 8개월 만에 128단 제품을 개발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의 128단 1Tb TLC 낸드플래시와 개발중인 솔루션 제품들(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128단 1Tb TLC 낸드플래시와 개발중인 솔루션 제품들(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이번에 양산을 시작한 128단 4D 낸드플래시를 하반기부터 판매하고 다양한 솔루션 제품도 연이어 출시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GSM 담당 오종훈 부사장은 “128단 4D 낸드로 SK하이닉스는 낸드 사업의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면서 “업계 최고 적층, 최고 용량을 구현한 이 제품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솔루션을 적기에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가 먼저 128단 낸드 플래시 양산을 발표했지만, 삼성전자 역시 올해 안에 120단급의 제품 양산을 준비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우위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도시바,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등이 128단 적층을 하려면 두 번의 공정이 필요한데, 삼성전자는 한 번에 128단을 적층할 수 있는 공정기술을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이 줄어들면,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YMTC, 올해 64단 양산 준비 중

글로벌 낸드 플래시 업체들이 100단 이상의 제품 개발과 양산에 집중하는 중에 최근 업계는 중국이 3D 낸드 플래시 시장에 진입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트렌드포스 소속의 D램익스체인지가 지난 5월 14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에서 낸드 플래시 개발을 준비하는 YMTC가 올해 64단 3D 낸드 제품을 예정대로 양산할 예정이다. 트렌드포스는 YMTC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합류하는 2020년 세계 낸드 플래시 시장의 공급과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도 반도체 굴기를 통해 YMTC에 대량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36단 양산을 목표로 중국 기업들에 투자와 인력 보강을 진행했다. 칭화유니그룹과 중국국가 IC 기금, 후베이성 지방 IC 펀드가 총 240억 달러(약 29조 원)를 YMTC에 투자해, 후배이성 우한에 3D 낸드 공장을 세웠다. 마이크론 출신 메모리 전문가 50여 명과 국내 대기업 임원 출신 전문가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렌드포스는 “이미 YMTC가 초기 내수 판매에 초점을 맞춰 1분기 일부 고객사와 컨트롤러 공급업체에 샘플을 보냈다”며, “그들은 공장 건설을 마무리하고, 제한된 용량을 32단 제품에 할당했으며, 64단 제품의 대량 생산으로 확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YMTC는 2020년에 웨이퍼 생산능력을 최소 60K/m까지 늘릴 계획이다. 트렌드포스는 “200K/m 이상의 용량을 자랑하는 다른 경쟁업체들에 비해 크다고 볼 수는 없지만, (YMTC가) 낸드 플래시 시장 가격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가격 하락 추세를 연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료=트렌드포스)
낸드 플래시 개발 로드맵(자료=트렌드포스 / *자료는 SK하이닉스가 128단 낸드플래시 양산 발표를 하기 전 만들어졌음)

트렌드포스 "YMTC 64단에서 바로 128단으로 넘어가"

현재 낸드 플래시 상위 공급사들의 주류 출하량은 64/72단 제품으로 구성됐으며, 92/96층 제품은 양산과 120단 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트렌드포스는 “다른 공급자들과는 대조적으로 YMTC는 128단 제품을 바로 개발하기로 결정했다”며, “다른 주요 업체들은 2020년에 128단 제품을 생산하게 될 것이다. YMTC와 다른 공급자 사이의 상당한 기술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YMTC의 미래 시장에 대한 영향은 불가피하고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렌드포스의 경고만큼 YMTC가 낸드 플래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YMTC가 64단 낸드 플래시 제품 샘플을 고객에게 제공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공장에서 64단 생산라인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으며, 실질적으로 3D 제품을 양산한 적이 없다는 이유다.

지난해 YMTC는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으로 하반기 32단의 3D NAND 양산을 발표했지만, 실제로 양산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YMTC가 본격적으로 64단 낸드 플래시 양산에 성공하면, 글로벌 낸드 플래시 시장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중국의 위협이 가시화되지 않지만, 2년 이내에 중국의 위협이 실질적으로 드러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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