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배스킨라빈스의 새 아이스크림 광고를 두고 누리꾼 의견이 두 갈래로 나뉜 가운데 학계 전문가들의 주장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성적 대상화 소지가 충분한데도 잘못된 성인지 관점이 굳어져 소비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과도한 해석은 기업이 보장 받을 표현의 자유를 해칠 공산이 크다는 주장이 나온다.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배스킨라빈스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광고가 누리꾼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여아 모델의 성(姓) 상품화를 조장했다는 지적에서다. 이날 회사가 선보인 광고에는 볼터치와 립 메이크업을 하는 등 짙은 화장을 한 소녀가 분홍색 민소매를 입은 채 등장한다. 29초 가량의 영상 속에서 소녀의 모습 가운데 일부가 크게 확대되는 장면이 다수 나오는데, 가령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떠먹는 입술'과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가운데 드러난 목덜미' 등이 그 대상이다. 

광고 모델의 실제 나이가 12세로 밝혀진 가운데 누리꾼들은 "여자 아이에게 화장시킨 뒤 립스틱 바른 입술 클로즈업 하는 게 아이스크림 광고에 왜 필요하냐", "아동을 성적 욕구의 대상으로 표현하다니, 불매 하겠다", "이런 광고가 아동이나 여성에 대한 이미지를 왜곡한다"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광고화면 캡처.  

논란이 이어지자 업체는 광고를 공개한지 하루 만에 영상을 내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동복 브랜드 의상을 착용하게 했으며 어린이 모델 수준의 화장만 했다"는 취지의 사과문을 올렸다가, 곧이어 삭제했다.

회사가 즉각 입장문을 내놓고 해당 광고를 중단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광고의 적절성에 대한 누리꾼들의 양편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서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여성담당 조사관은 디지털투데이에 "해당 광고 속에는 여아를 성적 대상화한다고 판단 가능한 부분이 다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고질적인 성역할과 성상품화에 무뎌진 나머지 이를 문제라고 여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해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음란물이란 성적인 수치심이나 혐오감이 들게 하는 일부 행위에 국한하기 때문에, 법적인 규제 대상도 좁은 범위에 머물러 있다. 때문에 법률적인 부분의 개정이 어렵다면 소비자들이 직접 비판적인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 정보 해독력)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 조사관은 "아직은 사람들이 영상물 등 미디어에서 성적인 표식 등 클리셰를 가려내는 데 인색한 경향이 있다"며 "광고마다 기획자가 성적 대상화 의도를 갖고 구현한 부분들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감시하고 문제 삼는 태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광고화면 캡처.
광고화면 캡처.

반면 일각에서는 과민 반응이라는 지적도 있다. 광고에 대한 합당한 비판의 전제는 대다수의 공감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 경우 소수의견이 많은 사람들을 성인식에 무감한 잠재적인 범법자로 치부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전용길 전 KBS 미디어 대표이사는 "성상품화를 논하기에 이 광고는 노골적이거나 과하다고 표현하기에 모호하다"면서 "오히려 문제시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의식하고 성적인 부분들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 듯하다"고 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문제의식을 갖되 지나친 지적으로 표현의 영역이 위축되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든 상업 영상물에 예민한 잣대를 들이밀면 오히려 사측이 존중 받아야 할 표현의 자유가 상당 부분 침해될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광고 적절성을 두고 찬반 양론이 양극으로 치닫는 가운데, 대안으로 '기업과 소비자 간 쌍방향 소통의 지속'이 대두된다. 진형혜 법무법인 지엘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사무총장)는 "역지사지 등 감정적인 기준에 의해 논리를 펼치기보다는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는지 이성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은 소비자들의 피드백이 집중되는 부분을 기억했다가 다음 광고에서 논란이 됐던 부분들을 해소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기업과 소비자가 잘 조율해 아동·청소년 광고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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