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정부가 관리하는 중소형 통합 조선사가 탄생할까. KDB산업은행(산은)과 부실채권 투자회사인 유암코, 한국수출입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중소형 조선사 통합설(說)로 조선업계가 시끄럽다. 현재 산은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관련업계에서는 "단순히 설로만 볼 수 없다"고 보고있다. 그러면서 "통합은 지나친 경쟁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의견과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조선업계에서는 2일 산은이 관리 중인 한진중공업과 STX조선해양, 대한조선 등을 수출입은행과 유암코가 보유한 조선 관련 회사와 통합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수출입은행과 유암코는 각각 대한조선, 성동조선해양과 오리엔탈정공, STX엔진, 삼강S&C 등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중소형 조선사 통합 작업은 산은 이동걸 회장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그동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통합을 비롯해 6800억원대 한진중공업 출자전환 등 국내 조선해양 살리기 의지를 천명해왔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지난 5월 산업은행은 한진중공업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사진=한진중공업 홈페이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지난 5월 산업은행은 한진중공업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사진=한진중공업 홈페이지)

때문에 이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관리 기업들에 대해 투자금 회수보다는 경영 정상화가 목적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신주발행 형식으로 새 대주주를 유치하고, 채권단인 산은은 주요주주로 활동하다가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면 투자를 회수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번 중소조선사 통합도 같은 방식이다.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 각 채권단은 각 채권단은 중소형사들을 하나로 묶은 통합지주사를 설립, 외부전문가를 영입해 구조조정을 맡긴다. 이에 산은이 보유 지분을 현물출자하고, 외부 투자를 유치해 경영권을 넘긴다.

실제로 통합이 이뤄졌을 경우 비용 절감 측면은 매력적이다. 통합으로 수주영업과 연구개발 비용 등을 처리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회사마다 가지고 있는 특화 선종이 달라서 이는 통합됐을 때 상당한 시너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또 조선소마다 다른 영업 노하우 등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통합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아직 조선업이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이 꼭 정답은 아니라는 의미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현재 국내 대부분 수주가 LNG(액화천연가스) 관련 선박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대형 조선업체와 중소형 조선업체간의 취급 선박에는 차이가 있지만, 수주 절벽은 똑같다"면서 "하나로 뭉친다고 해서 얼마나 수주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중소조선연구원 심상목 박사는 "통합은 겉보기에는 비용 절감과 회사 규모가 커지는 등 좋아보이지만, 내부적 결합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결국 탁상행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문 생산이라는 특성을 가진 조선사들은 가지고 있는 노하우가 모두 달라 오히려 융합하기 까다롭다. 각자의 장점이 모이기 보다는 단순히 상사가 속한 회사의 방침대로 흘러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분명 중소 조선사 통합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각 회사의 특화 선종 배정과 저가 수주 배제 부분만 봐도 그렇다"며 "각 회사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만 있다면, 대형 조선사가 가지고 있지 않은 특수 선박 개발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 (사진=산업은행 홈페이지)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 (사진=산업은행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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