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자식 유학비와 개인 별장 건축비를 회삿돈에서 충당하려는 오너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회삿돈을 개인사에 끌어다 쓰는 오너들의 범법행위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을 비롯한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식품기업의 경우 기업이미지와 매출의 연관성이 높다. 기업을 신뢰하느냐가 소비자의 구매와 불매 경향을 구분지어서다. 빈발하는 횡령 문제에 대한 식품업계 안팎의 우려가 유독 높은 점도 이때문이다. 개인투자가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기관투자가들의 스튜어드십코드 활용을 늘려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학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회삿돈을 유용해 아들 유학자금에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홍근 제너시스 BBQ 회장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넘겼다. 자녀 유학비 명목으로 17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를 확인해서다.

앞선 지난해 11월께 윤 회장이 지난 2008년부터 8년간 20억원 가량을 빼돌렸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은 다음달 서울 송파구 소재 제너시스BBQ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제씼에 따르면 유학 중인 윤 회장 아들 윤혜웅 씨는 미국 현지법인 근무직원의 급여를 통해 매월 1만7000달러(한화 약 1967만원)의 생활비를 지원 받았다. 또 윤 회장은 보스턴지사 상근이사직에 아들의 이름을 허위로 올린 뒤 공짜 연봉 약 7000만원 가량을 받게 했는데 실상 아들은 회사에서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전반에서 오너일가의 회삿돈 횡령 문제가 잇달아 불거지고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같은 날 회삿돈 5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의 항소심 결과도 나왔다. 지난 1심에서 전 회장과 부인인 김정수 사장은 각각 징역 3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는데 이번 2심에서도 같은 수준의 실형이 선고됐다.

전 회장 부부는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삼양식품이 계열사로부터 납품 받은 식재료와 포장박스 가운데 일부를 자신들이 세운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가 납품한 것으로 꾸며 총 49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밖에도 김 사장은 이 회사 직원으로 등록돼 월마다 4000만원 가량을 급여로 받아이들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부부는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횡령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오리온에서도 오너가 횡령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담철곤 회장은 2011년 3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정해진 용도·절차를 따르지 않고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드엥관한 법률상 횡령·배임 등)로 검찰에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부인인 이화경 부회장 역시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개인 별장 건축비에 회사 자금 200억원 가량을 쓰도록 주도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식품업계 전반에서 오너일가의 회삿돈 횡령 문제가 잇달아 불거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학계에선 준법경영 의식이 결여된 경영자들의 주주가치 훼손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경영과 회계의 투명성 확보는 오너경영 기업의 준법경영 제1원칙인데, 이를 어기고 회삿돈을 개인의 용도로 쓰고자 하는 경영자들이 허다하다"면서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도 회사를 자기소유로 생각하는 오너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너가의 회삿돈 유용 행보는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주주가치를 훼손을 범할 공산이 크다. 궁극에는 기업이미지 하락으로 인한 매출 타격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각 이해당사자 차원에서의 대응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일각에선 기관투자가들의 스튜어드십코드(주주권 행사지침) 가입을 부추겨 주주행동주의를 강화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원종현 국민연금연구원 부원장은 디지털투데이에 "관행처럼 자주 일어나는 횡령 문제에 현명하게 대처하려면 주주들의 권리와 목소리 확대가 수반돼야 한다"면서도 "국내엔 권한이 큰 기관투자자보다 개인투자가들의 비중이 높은데 주주들 간 연결성이 없어 단합이 어렵다"고 했다. 때문에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대두된다. 이들이 신의성실의 원칙(서로의 정당한 이익을 배려하고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규정)에 입각해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주행동주의는 '스튜어드십코드'로 구체화된다. 지난 3월 말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발동해 조양호 전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저지한 것은 기관투자가가 주주권 행사로써 총수 경영권을 박탈한 대표적 사례다. 원 부원장은 "기관투자가들에 스튜어드십코드 가입을 강제해 주주들이 불매운동이 아닌 실효성 있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주주가치 중심적 경영을 통하면 경영자와 이사 등이 주주에 대해 일종의 책임을 갖게 되고 이는 기업 정보의 투명성 제고와 대주주 전횡 저지 등의 효과를 갖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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