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가 구원투수'로 나선 델타항공 때문에 울상 짓는 KCGI
'한진가 구원투수'로 나선 델타항공 때문에 울상 짓는 KCGI
  • 고정훈 기자
  • 승인 2019.06.24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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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항공, 지주사 한진칼 지분 4.3% 확보...증권가 "오너에 긍정적" 해석
대한항공과 스카이팀 활동 등 관계 돈독...향후 지분율 10%까지 늘릴 방침
KCGI "투자결정은 환영...경영권 방어 목적이면 공정거래법 등 위반" 지적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글로벌 항공사 델타항공이 대한항공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4.3% 매입하면서 향후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KCGI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다수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델타항공의 지분 인수가 한진그룹 오너일가에게 긍정적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세계 1위 항공사의 지원 소식이 전해지자, KCGI는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애가 타는 형국이다.

지난 20일 델타항공은 홈페이지를 통해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다고 발표했다. 그 이유로는 그동안 대한항공과의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 제휴 강화를 꼽았다. 델타항공은 향후 한진칼 지분율을 1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지주사로, 핵심 계열사 중 하나다. 올해 초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의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으나, 당시 주주총회에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판정승을 거뒀다. 다만 KCGI는 그동안 지분율을 15.98%로 늘려 2대 주주에 등극한 만큼 앞으로도 갈등이 불씨는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6일 대한항공-델타항공간 조인트 벤처 1주년을 기념하는 홍보행사가 열렸다. (사진=대한항공)
지난 6일 대한항공-델타항공간 조인트 벤처 1주년을 기념하는 홍보행사가 열렸다. (사진=대한항공)

그러나 이번 델타항공의 지분 매입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델타항공의 행보를 두고 "한진칼의 우호 지분이 늘었다"고 평가한다. 그동안 델타항공과 대한항공 간 관계 때문이다.

그동안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협조 관계를 유지해 왔다. 본격적인 인연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동마케팅을 추진한 데 이어 1998년에는 각사의 마일리지를 상호 인정하면서 제휴폭을 넓혀 왔다. 또 2000년에는 글로벌 얼라이언스 스카이팀(skyteam)의 창립 주축 회원사(대한항공, 델타항공, 에어로멕시코, 에어프랑스)로 활동하면서 관계를 쌓아갔다.

이런 관계를 기반으로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지난해 5월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도 했다. 조인트벤처란 노선을 공동운항 하는데 이어 수익까지 공유하는 항공업계 최고 수준의 협력 단계를 뜻한다. 현재 양측은 한·미 직항노선을 포함, 아시아 80개와 미주 290개 노선에서 협력하고 있다. 이를 강조하듯 국내에서 조인트벤처 1주년 기념 홍보이벤트가 열리거나, 공식 석상에서 서로간 협력을 강조하는 발언들이 나오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다 보니 현재 울상을 짓고 있는 건 KCGI다. 델타항공의 지분까지 더하면 한진그룹의 우호 지분율이 33.23%로 늘어난다. 현재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가지고 있는 한진칼 지분은 고(故) 조양호 전 회장 17.84%, 조원태 사장 2.34%,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2.31%, 대한항공 조현민 전 전무 2.3% 등이다. 

여기에 델타항공이 지분율을 10%까지 올렸을 경우, 한진그룹 우호 지분율이 40%까지 올라간다. 이는 KCGI가 보유한 지분인 15.98%보다 높은 수치다.

KB증권 관계자는 "KCGI가 다시 판세를 역전하기 위해서는 추가 지분 매입이 필요하다. 한진칼 지분 12.7%를 매입할 경우 1주당 3만8150원으로 계산하면 총 2900억원 정도가 든다"고 설명했다.   

이에 KCGI 측은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장기적 성장가능성을 인정해 한진칼에 투자를 결정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한다. 델타항공은 공정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와 시장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1위 항공사의 투자 참여로 한진그룹의 가치가 더욱 증진될 것을 기대한다"며 일단 환영의 뜻을 내비췄다.

또 "KCGI는 대주주와 경영진의 독단적 의사결정을 방지하고, 한진그룹을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성장기업으로 만들어갈 것을 제안한 바가 있다. 그러나 한진그룹은 아직까지도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립되지 않았다"며 동료주주로서 함께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한진그룹의 지분취득 통해 백기사 역할했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델타항공의 한진칼 투자 결정이 단지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라면 이는 대한민국의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등 법률을 위반하는 것일 수 있다"면서 "한진그룹의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델타항공 최고 경영자인 에드 바스티안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올해 초 주총에서 KCGI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뒀다(사진=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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