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필리핀 항공편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제주항공은 장비 불량으로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한방에 날려버릴 위기에 처했는 가 하면, 에어부산은 필리핀 정부 방침으로 칼리보 공항행 운항편이 모두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현재 각 업체들은 발빠르게 수습에 나선 상황이지만 당분간 여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승객 149명을 태운 제주항공 7C4604 항공기가 회항하는 사고가 지난 12일 일어났다. 이 여객기는 필리핀 클락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회항은 고도하강 경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도를 인지시켜 주는 장치는 사고 당시 고장난 상태였다. 즉 장비 결함으로 인해 출발 20분 만에 쿨락공항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제주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현재 제주항공은 저가항공사 중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제주항공)
지난 12일 제주항공 7C4604 항공기가 출발 20분만에 클락공항으로 회항했다.
. (사진=제주항공)

문제는 제주항공이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승객들이 '제주항공이 사고 수습에 미흡한 대처를 보였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당시 긴박한 상황 속에서 제주항공 승무원들이 탑승객을 하나도 돌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전벨트와 산소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멘트가 기내에 반복해 나왔지만, 산소마스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회항 이후 수습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제주항공은 마닐라공항에서 출발하는 대체항공편을 마련했지만, 정작 마닐라로 가는 버스 탑승 시간은 7시간이 지난 후였다. 한 탑승객은 "기다리는 시간 동안 승객들에게 보상금 계좌 입금 양식에 서명하지 않으면 따로 먹을 것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탑승객들은 제주항공을 상대로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에도 대처가 미흡할 경우 집단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이와 관련 제주항공 관계자는 “오랜 시간 기다린 승객들에게 먹을 것을 빌미로 보상금 지급서에 사인하라는 주장은 말도 안된다. 당시 고객들이 대체 항공편을 이용하기 전까지 불편함이 없도록 메뉴얼에 따라 진행했다"면서 "사고 이후 항공기별 고도 센서 점검을 진행했다. 다만 항공기에 부품이 워낙 많아 가끔씩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탑승객들로부터 별다른 요구 사항은 듣지 못한 상태다"면서도 "그러나 센서 오류로 탑승객들이 불편함을 겪은만큼 최대한 긍정적으로 대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필리핀 정부 사정에 의해 운항이 중단된 업체도 있다. 필리핀 정부는 환경보호 차원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취항한 부정기편 전부를 운항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지난 18일 필리핀 정부는 에어부산에 공문을 보내 칼리보 공항행 부정기편 운항 중단을 갑작스럽게 통보했다. 에어부산은 올해 4월부터 주 2회 부정기편으로 부산-칼리보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칼리보 공항은 보라카이를 방문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들러야 하는 공항이다. 본토와 떨어진 섬인 보라카이를 가기 위해서는 칼리보 공항에에서 따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보라카이에서 가장 가까운 칼리보 공항까지 약 2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다른 공항을 통해 보라카이를 방문하기란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운항은 필리핀 정부가 통보한 당일부터 중단됐다. 이에 당장 120여명의 승객들이 대체항공편으로 변경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됐다. 일부 승객들은 이 사태로 여행을 취소하기까지 했다.

필리핀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에어부산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필리핀 정부에서 정한 방침이기 때문에 사실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현재로서는 다음달까지 예약된 승객들을 환불하거나, 다른 동남아 관광지 여행으로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에어부산 홈페이지 현재 동남아 지역에 칼리보 공항이 빠져있다. (사진=에어부산 홈페이지)
에어부산 홈페이지 현재 동남아 지역에 칼리보 공항이 빠져있다. (사진=에어부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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