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인 노브랜드가 가맹 형태로 다수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서고 있는 가운데, 중소상인과 시민단체들이 노브랜드 점포 철수를 주장하며 본사에 상생협력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행 '가맹사업법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에선 대기업이 유사업종 직영 점포를 가맹점주의 영업지역에 근접해 출점할 수 없게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트는 노브랜드를 갖고 본사 직영이 아닌 가맹형태의 사업을 개시함에 따라 출점제한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회사가 제도의 맹점을 기화로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단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이하 한상총련) 등 26개 중소상인·시민단체들은 17일 오후 2시께 서울 성수동 소재 이마트 본사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동주 한상총련 사무총장이 사회자로 나선 가운데 이날엔 김성민 한상총련 공동회장과 임규철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전주시회장, 박우석 대구마트유통협동조합 이사장,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 등이 참석해 발언을 이어갔다.  

17일 중소상인·시민단체 27곳이 이마트 노브랜드의 가맹점 철수와 상생협의를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신민경 기자)

먼저 김 한상총련 공동회장은 "노브랜드의 가맹점 출점은 상생법이 정한 지역상인들과의 상생협의를 회피하기 위한 본사의 꼼수"라며 "신세계는 상생스토어를 앞세워 상생기업의 이미지를 활용하면서도 뒤에선 꼼수출점으로 지역상인들과 가맹점주들이 '을'과 '을'의 싸움을 하도록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들이 밀집한 지역에 노브랜드 매장이 제한 없이 들어서면서 기존 소상공인들이 노브랜드 가맹점주라는 또 다른 소상공인과 경쟁해야 하는 모양새가 됐단 얘기다.

임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전주시회장도 "지난달 23일 개점한 노브랜드 송천점의 경우 도보 10m 거리에 소형마트가 있고 500m 내엔 19개의 슈퍼마켓과 편의점이, 1km 내엔 중·소형 지역점포 50여개가 몰려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발언대에 오른 대구마트유통협동조합 이사장은 "직영점은 상생협력법에 따라 지역의 중소상인단체들과 함께 영업시간, 취급품목, 추가 출점 등에 관한 최소한의 사업조정과 상생협의가 가능하지만, 가맹점은 점주가 개점 비용의절반 이상을 부담하면 아예 상생협력에 대한 논의 자체가 불가해진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대기업이 자본력을 토대로 골목상권을 위협하면 지역의 중소마트와 편의점, 그곳에 납품하는 중소유통업체에 이르기까지 관련 지역상권 전체를 무너뜨린다"며 "유통산업발전법도 직영점과 가맹점에 따라 규제를 달리하고 있지 않은 만큼 상생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가맹점주의 개점비용 분담비율은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이마트 노브랜드 출점 중단과 유통대기업 규제 정책 도입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이마트 본사에 전달했다. 

17일 이마트 패션전문직 종사자들이 처우개선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열었다. (사진=신민경 기자)

이날 같은 시각 이마트민주노동조합도 이마트 본사 앞에서 공동집회를 열고 이마트 패션전문직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이마트 패션전문직 종사자들은 지난 2003년 본사 측과 '상품판매 위탁 계약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종사자들이 직접 직원을 채용해 매장을 운영하게 됐다. 하지만 10년 뒤인 2013년 고용노동부에 의해 본사의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졌다. 이로 인해 점포 146곳의 상품진열 도급사원 9000여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패션부문 판매직 도급사원 약 1600명이 패션전문직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패션전문직 매장의 열악한 영업환경과 처우 등이 원인으로 확인된 암환자 3명이 발생했고 같은 해 이들 대부분이 이마트민주노조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김주홍 이마트민주노조 위원장과 백승훈 은혜재단노조 위원장, 조승원 브링스코리아 위원장 등이 주요 발언을 이어간 가운데 이들은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했다. 패션전문직 조합원들은 "지난 2003년 계약 체결 뒤로 매출신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지만 현재로서 우리는 '전문직 판매사원보다 못한 실질급여'와 '화장실조차 갈 수 없게 설계된 업무 압박' 등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지난해부터 시작된 주35시간제와 원타임근무제가 화를 키웠다"고 했다.

이어 "오랜 시간 참아온 가혹한 노동 강요의 문제를 지적할 때가 됐다"며 "본사는 패션전문직 처우개선과 노무관리진단, 직무분석 등으로써 현실성 있는 목표판매량을 설정해야 하며 패션전문직 업무경력을 인정해 기본급을 인상하고 직무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노브랜드가 가성비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며 자영업자들의 창업 문의가 증가했고 우리 측은 경영주의 이익과 상생을 고려해 새로운 투자형 프랜차이즈 모델을 선보인 것"이라며 "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의 경우 전통시장 상인회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구미와 제천 전통시장 입점 뒤 2030세대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노브랜드 전문점은 슈퍼마켓과 편의점의 핵심품목인 담배를 판매하지 않으며 NB상품이 아닌 자체 상품 비중이 70%를 웃돈다"며 "슈퍼 등의 핵심품목인 신선식품 판매도 최소화하는 등 주변상권과의 상생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전문직 종사자들이 일반전문직 종사자와 임금 역전현상이 일어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패션전문직이 일반전문직에 비해 연봉이 더 높으며 노조가 주장하는 임금역전은 총소득의 일부인 기본급여과 직무능력급여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임금은 대표교섭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했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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