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커피업계 애플'이라 불리는 미국 커피브랜드 블루보틀이 한국 내 입지 확대에 투자를 집중하는 모양새다.

17일 법원행정처가 발행한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확인한 결과 블루보틀은 1억원이던 한국법인(블루보틀커피코리아 유한회사)의 자본금을 최근 18억원 수준으로 늘렸다. 지난해 6월 자본금 1억원으로 국내 법원에 유한회사 설립 등기를 낸지 1년만의 확충이다. 

통상 국내에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초기 자본금 총액은 1억원을 크게 웃돌지 않아왔다. 본사 차입금을 늘려 이자 비용을 높인 뒤 세금 부담금을 줄이는 절세 전략을 썼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같은 조세 회피 행보를 막기 위해 시행 중이던 과소자본세제를 지난 2017년 강화한 바 있다. 이에 국내 진출을 예정에 둔 글로벌 기업들은 국세청의 제재를 면하기 위해 자본금을 확충해 나갔다. 다만 초기 자본금은 최소한으로 설정한 뒤 추후 필요에 따라 증자하는 경향이 지배적인 듯하다. 김용민 진금융조세연구원 대표(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디지털투데이에 "우리 정부의 과소자본세제 시행 이후 글로벌 기업들은 큰 틀에선 조세 회피에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초기 자본금 총액은 형식적인 의미가 강해 보통 1~2억원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미지=신민경 기자)
블루보틀커피코리아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이미지=신민경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블루보틀은 지난해 6월 한국 법인을 세우고 올해 5월 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1호점을 냈다. 개점 첫날만 커피 1000여잔이 넘게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런 가운데 블루보틀이 국내법인 설립 1년 만에 자본금 총액을 1억원에서 18억원 가량으로 늘리게 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증자분은 운영 점포와 부지 등에 대한 임차 보증금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블루보틀은 연내 성수동 소재 1호점을 비롯해 전국 총 4곳에 지점을 열 계획이다.

증자금액인 17억원은 이미 입점했거나 입정 예정인 블루보틀 지점 3곳의 임대차 보증금에 해당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블루보틀 측은 1호점 개점 전 주식회사 미스지콜렉션이 보유한 해당 성수동 소재 건물과 토지의를 담보로 지난 3일 근저당권 4억원을 설정했다. 임대차 보증금 4억원을 보호받기 위해서다. 또 이달 종로구 삼청동에 개장 예정인 2호점의 경우 해당 부지와 건물에 6억5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여기에 3호점 개장을 확정하고 인테리어 공사에 돌입한 서울 강남구 소재 강남N타워 1층에 대한 임차 보증금을 합하면 대략 17억원을 웃돌 것이란 얘기다. 

신일진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주임교수는 "대형 임차점포의 경우 경매에 의해 소유권이 이전될 시 후순위로 책정돼 채권들이 모두 말소되므로 임차 보증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블루보틀이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다"고 했다. 신 교수는 이어 "고정자산인 임차 보증금이 자본금에 편입되면서 18억 수준으로 불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통상 기업들이 수중에 갖고 있는 돈은 본래 등기돼 있는 자본금 총액보다 크기 마련인데 이를 감안하더라도 1년새 빠른 속도로 증자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물출자(자본금 대신 부동산 등 현물을 통해 자본금을 형성, 법인을 설립하는 방식)를 통해 자본금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심형석 미국 SWCU(Southwestern California University) 교수(글로벌부동산센터장)는 "블루보틀만 해도 개장 이후 매일 수백명의 사람들이 모이므로 법인세를 부담을 줄이려면 부동산을 매입해 매출액의 일부를 사업자금에 투입시킬 수 있다"며 "본래 점포 경영하는 커피전문점 특성 상 부지 매입이나 물류센터 건립 등 부동산에 관심이 많을 것이므로 현물출자로 자산 규모를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블루보틀 관계자는 "모든 블루보틀 점포는 해당 건물을 임차해 운영할 계획이다"면서 "증자 관련한 자세한 사실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블루보틀 1호점 개장 한 달여 만인 지난 11일, 매장 외부엔 여전히 긴 줄이 늘어섰다. (사진=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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