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미국의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을 상대로 반격에 나섰다. 가입자 기준,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을 상대로 10억 달러(한화 약 1조1830억원) 규모 특허 사용료를 요구한 것이다. 화웨이는 또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국가 안보 및 보안을 이유로 미국 이동통신사들과 화웨이 간 거래를 제한하는 계획을 파기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현재 화웨이는 신규 노트북 생산을 중단하고, 스마트폰 세계 1위 목표도 수정한 상태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및 블룸버그통신은 화웨이가 미국 이통사 버라이즌에 230건 이상의 자사 특허에 대한 사용료로 10억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관련 특허는 5G 통신장비와 IoT(사물인터넷), 유·무선 통신네트워크 관련 기술이다. 버라이즌은 화웨이의 고객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사의 핵심 망 장비, 인터넷 관련 기술 등을 사용하면서 화웨이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2월, 화웨이 지식재산권 담당 임원이 특허권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라는 내용의 문서를 버라이즌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리치 영 버라이즌 대변인은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며 “이번 화웨이 사태는 버라이즌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화웨이는 미국 이동통신사들과 자사와의 거래를 제한할 수 있는 계획을 폐기하라고 요구하는 10쪽짜리 문서를 제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화웨이는 이날 FCC에 10쪽 분량의 문서를 보내면서 현재 FCC가 추진 중인 화웨이 제재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FCC는 미국 이동통신사들이 국가 안보 위협 의혹을 받고 있는 기업에서 통신장비 등을 구입하는 데 FCC 보조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가승인한 바 있다. 화웨이는 이날 제출한 문서를 통해 “입증되지도 않은 국가 안보 우려를 근거로 특정 업체의 미국 진출을 막아선 안 된다”며 “화웨이는 (미국) 고객사의 네트워크를 방해할 수도 없고 방해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와 무역 압박을 통해 위기에 들어간 상태다. 리처드 위 화웨이 컨슈머 부문(스마트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현지시간) CNBC 방송 인터뷰를 통해 화웨이의 노트북 신제품 출시 계획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리처드 위는 “우리는 컴퓨터를 공급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이 유감스럽다”며 “향후 출시 계획의 경우 블랙리스트가 얼마나 지속되는 지에 달렸다. 제재가 오래 이어진다면 출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트북 등 컴퓨터의 경우 화웨이의 주력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컨슈머 부문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으로 확대될 경우 영향은 커질 전망이다. 화웨이는 미국의 거래중단 제재로 구글의 운영체제(OS)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반도체 설계업체인 영국의 ARM과 거래마저 완전히 중단될 경우 스마트폰 생산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오는 7월에 출시될 예정이었던 화웨이 첫 폴더블폰 메이트X 역시 미국 여파로 출시가 지연될 것이 유력하다.

화웨이는 내년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최근 이를 수정하기도 했다. 샤오 양 화웨이 소비자니즈니스그룹 최고전략대표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CES 아시아 2019에서 “2011년부터 모바일 등의 소비자 비즈니스를 구축했으며 올해 4분기 글로벌 1위 달성 계획을 세웠지만 이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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